의협·한의협 모두 반대하는 일차의료 혁신 사업…난항 예고

발행날짜: 2026-07-10 05:30:00
  • 의협 "주치의제·통합수가제 도입 우려" 전면 재검토 촉구
    한의협, 한의사 배제 비판…"한국형 일차의료 모델 아냐"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의료계 양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나란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대의 명분은 서로 달랐지만 모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브리핑을 통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일차의료를 강화하기는커녕 의료전달체계를 혼란스럽게 한다"며 "환자 진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도가 실상 주치의제 도입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의협 측 반발의 원인. 환자 인두제적 요소와 위험도별 월정액 지급 방식의 보상체계 등 의료비 통제에 초점을 둔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아직 주치의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다"며 "제도를 통해 자칫 의도된 형태의 주치의제 모델의 단초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시범사업은 환자 인두제적 요소와 위험도별 월정액을 지급하는 보상 구조 등 의료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있다"며 "이는 의료비용 통제와 환자의 의료 이용 억제에 초점이 맞춰진 모델로 장기적으로 환자의 선택권을 위축시키고 의료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성과지표에 '유출률(타 의원 이용 비중)'을 포함한 것이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환자는 질환의 특성과 중증도에 따라 동네 의원, 지역 전문 단과의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권리가 있지만 유출률 지표를 통해 의료기관 선택권 제한은 물론 의원 간 협력과 의뢰·회송 체계도 위축될 수 있다는 것.

김 대변인은 "당뇨병 환자가 안과를 찾거나 심부전 환자가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처럼 전문 진료가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것은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라며 "이를 유출로 평가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수가체계와 관련해서도 통합수가제 도입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환자의 위험도(HCC)에 따라 월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은 의료기관이 정해진 보상 범위 안에서 진료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라며 적극적으로 검사와 처치를 시행할수록 의료기관 부담이 커져 결국 과소진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HCC는 미국 메디케어에서 민간보험사의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위험조정 제도인 만큼 이를 의료기관 수가 산정에 적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한한의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한의사가 배제된 직역 편향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만성질환 관리와 방문진료,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정부가 지향하는 일차의료 서비스를 한의계가 이미 현장에서 수행해 왔는데 정작 시범사업에서는 빠졌다는 것.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은 한의의료기관 4869곳으로 의사가 참여하는 의료기관 2118곳보다 약 2.3배 많으며, 한의의료기관 이용 환자의 만족도와 지속 참여 의향도 각각 82.1%, 74.3%에 달한다.

한의협은 "사업 대상자가 만 50세 이상 만성질환자로, 고령층 만성통증과 노인성 질환 관리엔 한의원이 강점이 있는데도 참여가 제한됐다"며 "선정된 100개 의원에 향후 5년간 최대 233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특정 직역에 대한 특혜"라고 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이 주치의제 도입 가능성과 통합수가제, 의료전달체계 왜곡 등 제도 설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한 반면, 한의협은 사업 대상에서 한의계를 제외한 직역 간 형평성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제기한 것.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은 의료계 내부의 제도 설계 논란과 직역 갈등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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