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응급의료센터 53개소 확대 지정 놓고 구조적 모순 비판
단순 양적 확장 경계…"최종치료 강제 부과 방식 실패할 것"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가 권역응급의료센터 확대 지정에 나선 가운데, 기존의 구조적 모순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응급실 의사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보건복지부 권역응급의료센터 53개소 선정과 관련해 우려와 제언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 확대 지정은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시작일 뿐이며, 최종치료의 책임을 권역센터에 강제로 부과하는 방식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의사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적정 규모에 대한 과학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수요나 정치적 논리에 기댄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체 외상센터의 약 10% 수준인 미국 레벨 1 외상센터를 고려할 때, 국내 400여 개 응급실 환경에 맞는 적정 개수와 예산 및 인력 지원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우선 제시돼야 한다는 것.
최종치료 역량 평가 방식에 대한 재검토도 요구했다. 응급실은 응급처치와 급성기 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최종치료는 병원 전체의 역량과 직결되는 문제이지 응급실의 독립적인 기능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센터 지정 확대가 곧바로 최종치료 역량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센터 탈락에 대한 책임 있는 사후 관리와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도 짚었다. 의사회는 이전부터 기존 권역센터를 유지하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건의해 왔음에도, 일부 병원이 탈락했다는 것. 그동안 센터 운영을 위해 막대한 시설과 인력을 투입했던 병원들의 손실을 방치한 것은 지도·감독을 맡은 중앙응급의료센터와 복지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다.
특히 현장의 위기는 센터 숫자의 부족이 아닌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의료인에 대한 법적 위험성, 상급병원의 고질적 과밀화, 지역 응급의료 인프라 붕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 해결 없이 간판만 바꾼다고 없던 진료 역량이 생겨나지 않으며, 정책이 상급병원에 편향돼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번 센터 확대가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최종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방기하고 현장에 떠넘기는 정책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응급의료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올바른 체계 개선을 위해 정부와 치열하게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장과 함께 효과적인 방향으로 개선과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