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는 어깨너머로 배운다? 이젠 학술지도 동영상 시대"

발행날짜: 2026-07-21 05:20:00
  • 비뇨내시경로봇학회 정해도 대표편집이사, 플랫폼 효용성 강조
    "세계 첫 비뇨 영상 학술지 TiER 창간 1년…새 기준 제시했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과거 수술은 '어깨너머'로 배웠다. 선배 의사의 손놀림을 수술방 한쪽에서 지켜보며 감각을 익혔고, 학회 라이브 서저리와 해외 연수는 술기를 전수받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명의들의 수술 영상을 접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정작 학술의 영역은 여전히 텍스트와 정지 사진 중심에 머물러 있었다. 실제 수술의 흐름과 손끝의 움직임, 돌발 상황에서의 판단 과정은 논문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웠다.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KSER)가 지난해 창간한 TiER(Techniques in Endourology & Robotics)는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탄생했다. 세계 최초의 비뇨내시경·로봇수술 분야 영상 기반 학술지인 TiER는 수술 영상을 학술 콘텐츠로 표준화해 '보고 배우는 교육'을 학술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인 첫 사례다.

TiER는 현재까지 3개 호에서 21편의 논문을 게재하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연구자들의 참여도 시작됐고, 미국·일본·싱가포르·홍콩·대만·독일·오스트리아 등 다양한 국가의 전문가들이 국제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며 글로벌 학술지의 기반도 다지고 있다.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대표편집이사 정해도 교수

학회지 창간 1년, TiER지가 그리는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대표편집이사 정해도 교수(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비뇨의학과)를 만나 지난 1년의 변화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 교육 패러다임 바꾼 세계 첫 영상 학술지"

정해도 교수는 "단순히 영상을 게재하는 학술지가 아니라, 전 세계 의료진이 함께 보고 배우는 새로운 수술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TiER의 목표"라고 말했다.

창간 초기 가장 큰 과제는 '비디오 논문'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학술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었다.

텍스트 논문에 익숙한 연구자들에게는 영상 제작 자체가 낯설었고, 수술 영상의 화질과 편집 방식, 환자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준, 심사 체계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마련해야 했다.

정 교수는 "영상의 품질과 편집 가이드라인은 물론 심사위원들이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영상 제작을 부담스러워하는 연구자들도 있었지만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 교수는 "일정한 형식만 익히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신의 술기와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학술 플랫폼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TiER가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은 교육 효과다.

기존 논문은 사진 몇 장과 텍스트를 통해 수술 과정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 술기와 미세한 손동작, 기구 조작,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판단 과정을 독자가 스스로 상상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비디오 논문은 수술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고화질 영상으로 담아내고 술자의 해설을 더해 실제 수술실에 있는 것과 가까운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TiER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술 환경 자체의 변화가 자리한다. 과거 개복수술은 의사가 환자의 몸 안을 직접 보며 수술했기 때문에 술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거나 공유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복강경과 비뇨내시경, 로봇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수술은 모니터에 비치는 디지털 영상을 보며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수술 장면이 고화질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저장되고 편집까지 가능해지면서, 영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교육과 연구를 위한 핵심 학술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정 교수는 "이미 많은 젊은 의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술기를 배우는 시대"라며 "TiER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이러한 영상 교육을 학술적으로 검증하고 기록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와 젊은 전문의들이 복잡한 술기를 반복 학습하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표준 술기를 안전하게 공유하는 새로운 교육 체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비뇨내시경·로봇수술 분야 동영상 기반 학술지인 TiER는 학술 논문마다 실제 수술 영상을 삽입해 기존의 텍스트, 이미지 기반 논문의 한계를 극복했다.

■"비디오는 술기를 가장 정확히 기록하는 언어…SCIE 글로벌 플랫폼 도전"

이 같은 철학은 올해 처음 제정한 'TiER 학술지 공모논문상'에도 담겼다.

정 교수는 "단순히 우수 논문을 선정하는 상이 아니라 우수한 수술 경험을 학술 자산으로 남기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연구자들이 자신의 증례를 영상과 논문으로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술기의 표준화와 자기 성찰, 동료 평가로 이어지고 교육적 가치가 높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TiER는 현재까지 해외 저자가 참여한 비디오 논문 2편을 게재했으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연구자들의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학회는 국제 학술지로 성장하기 위해 체계적인 인용지수 관리와 심사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KCI와 PubMed Central(PMC), Scopus 등재를, 중장기적으로는 SCIE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10년 뒤 수술 교육에서 영상의 역할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텍스트 논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 논문과 상호 보완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로봇수술과 복강경수술, 비뇨내시경수술처럼 디지털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술기는 결국 비디오가 가장 정확하게 기록하고 검증할 수 있는 매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은 글보다 직접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TiER가 전 세계 의료진이 함께 보고 배우는 글로벌 수술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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