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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신속등재 마감 임박…'100일 승부수' 던질 약제는

발행날짜: 2026-08-18 12:05:03 수정: 2026-08-18 12:05:48
  • 복지부, 8월 말 공모 마감…평가기간 파격 단축 후보 주목
    입센코리아 '아이커보' 필두로 제약업계 대상 리스트 거론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도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100일 신속등재 시범사업'의 제약사 신청 마감이 이달 말(8월 31일)로 다가왔다.

기존 평균 240일 이상 소요되던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최대 100일 이내로 파격 단축해, 치료제가 개발되고도 급여 문턱에 막혀 발만 굴러야 했던 절박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적기에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 골자다.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제약사 공모를 마친 뒤 대체약제 유무, 질환 중증도, 재정 영향, 사후평가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오는 9월 중 최대 5개 이내 약제를 최종 선정 및 발표할 예정이다.

등재 기간 파격 단축…시범사업 유력 후보 거론

18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희귀질환자 산정특례 대상 질환에 허가(예정)된 약제 중 외국 8개국(A8) 중 3개국 이상에서 공적으로 급여 적용 중인 신약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급여 진입 속도를 대폭 올려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대신, 약가를 A8 조정 최저가의 90% 수준으로 계약하고 예상 청구액을 최대 300억 원 범위 내로 제한하는 등 확실한 재정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등재 이후 실제 임상 성과(RWE)와 경제성을 평가해 약가를 재조정하거나 환수하는 '선 등재 후 사후검증' 구조를 도입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제시한 엄격한 시범사업의 틀 속에서, 최우선 대상 품목이 될 것으로 주목받는 희귀질환 신약은 무엇일까.

제약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치료제는 입센코리아의 '아이커보(엘라피브라노)'다. 해당 치료제의 적응증은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으로, 면역 이상으로 간 안의 작은 담관이 손상되는 비가역적 진행성 희귀 간질환이다.

복지부가 이달 말까지 시범사업 대상 신청을 진행 중인 가운데 입센코리아 아이커보가 대표적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흔히 의료진이나 환자들에게 친숙한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표준치료제로 쓰이고 있지만, 환자의 30~40%는 우루사를 복용하고도 충분한 치료 반응을 얻지 못해 간섬유화와 간경변, 심하게는 간이식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우루사 치료 불응 환자들에게 후속 옵션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현재 국내 허가를 완료하고 즉시 급여 등재 검토가 가능한 유일한 2차 치료 옵션이 바로 아이커보다.

특히 아이커보는 PPAR-α/δ 이중 작용제라는 혁신적 기전을 바탕으로, 최근 발표된 최신 임상 연구에서 환자의 85%가 핵심 질환 지표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를 '정상 범위'까지 회복시키는 성과를 입증했다.

기존 치료제들이 지니고 있던 피부 가려움증 악화 등 부작용을 극복하고, 단순 수치 관리를 넘어 'ALP 정상화'라는 새로운 PBC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약업계에서는 아이커보가 시범사업의 평가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우루사 불응군이라는 명확한 미충족 의료수요를 안고 있는 데다, ALP 및 총 빌리루빈 등 바이오마커로 대상 환자를 정밀하게 선별해 건보 재정 예측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기 혈액검사로 치료 효과를 추적할 수 있어 정부가 요구하는 '등재 후 임상 성과(RWE) 검증' 모델을 입증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치료제를 보유 중인 입센코리아 역시 시범사업 신청 여부를 두고 막판 내부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임상 현장에서도 1차 치료제의 한계와 2차 치료제의 신속한 급여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 나선 삼성서울병원 강원석 교수(소화기내과)는 "표준치료제인 UDCA를 투여하더라도 환자의 약 40%는 충분한 반응을 얻지 못해 간경화나 간이식 위험에 노출된다"며 "2차 치료 신약이 허가됐음에도 비급여 장벽 탓에 처방하지 못하는 현실인 만큼, 환자들의 간 손상을 막고 일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독소조항' 우려 속 '산정특례 미지정' 사각지대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의 첫 대상이자 대표 모델이 되는 것이 약제를 보유한 제약사 입장에서 오롯이 호재만은 아니다. 제도의 '첫 실증 사례(Test-bed)'가 됨으로써 짊어져야 할 현실적인 과제와 독소조항 성격의 세부 조건에 대한 우려 역시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A8 조정 최저가의 90%' 약가 조건과 글로벌 약가 방어(Pass-through) 리스크다. 한국에서의 초기 최저가 수용은 타 국가의 참조약가 재평가로 이어져 글로벌 약가의 연쇄 인하를 유발할 수 있다.

국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위해 글로벌 본사를 설득해 A8 최저가 90% 수용 약정을 끌어내는 과정 자체가 한국 법인에는 행정적·정치적 부담이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공고를 내고 이달 말까지 참여 기업 모집에 나선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성과평가 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등재 이후 감수해야 할 RWE(실제 임상 성과) 수집 부담과 약가 삭감·환수 불확실성도 무시할 수 없다. 환자 모수가 적은 희귀질환 특성상 등재 후 짧은 기간 내에 통계적 유의성을 갖춘 국내 데이터 레지스트리를 구축하기가 만만치 않다. 만약 사후평가에서 요구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약가 삭감이나 급여 환수 리스크를 제약사가 온전히 안아야 하는 구조다.

100일 만에 파격적으로 급여 문턱을 넘더라도 의료 현장의 체감도를 좌우할 세부 급여기준(고시) 세팅이라는 현실적 협상이 남아있다.

심평원 및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서 바이오마커 수치 등 급여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잡힐 경우, 제도는 등재됐으되 실제 혜택을 받는 환자는 극소수에 그치는 '착시 효과'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시범사업 자체가 안고 있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것 또한 향후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남는다.

현재 시범사업 신청 자격이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극희귀질환이거나 행정적 지연으로 아직 산정특례 질환으로 지정받지 못한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아예 시범사업 신청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로 분류가 가능함에도 질환 자체가 아직 산정특례에 포함되지 않아 시범사업을 신청조차 못 하는 약제들이 존재한다"며 "시범사업을 넘어 본사업으로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첫 타자 약제들의 RWE 검증 및 글로벌 약가 관리 숙제를 정교하게 푸는 동시에, 산정특례 미지정 희귀질환 치료제들까지 품을 수 있는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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