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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 쓰고 숨는 암 환자 줄인다…항암 탈모 관리 새 대안"

발행날짜: 2026-08-18 05:20:00
  • 박형순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 두피냉각시스템 효용성 강조
    "PAXMAN 통한 케어 효과…심리적 위축·사회적 고립까지 치료"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암 치료의 최우선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자신감을 잃어 사람을 기피하고, 일상에서 스스로 고립까지 선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환자에게는 치료를 견디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흔드는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치료에 따른 탈모는 환자 스스로 암 환자라는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 가발을 쓰거나 모자를 착용하는 것으로 외형을 보완할 수 있지만, 가발이 벗겨지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환자도 있다.

이처럼 외모 변화가 사회적 위축과 고립으로 이어지면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치료 과정 전반에 대한 순응도와 일상 회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항암치료의 부작용 관리에서도 '얼마나 오래 사느냐'뿐 아니라 '치료를 받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생존을 위한 치료와 함께 환자의 자존감과 사회적 관계, 일상을 지키는 것 역시 치료의 중요한 목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이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모를 줄이는 PAXMAN 두피냉각시스템을 정식 도입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박형순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두피냉각시스템 도입의 이유와 기대 효과, 환자들의 항암 치료 과정에서의 심리적 부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항암 치료 부작용 괴로움 호소…다수는 탈모 꼽아"

박형순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치료의 부작용 가운데 탈모는 의학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실제 환자들이 상당히 큰 부담을 느끼는 부작용"이라며 "치료 전부터 탈모를 걱정하는 환자도 많고, 실제 항암치료를 받은 뒤 가장 괴로웠던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탈모를 꼽는 환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박형순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두피냉각시스템의 작용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탈모에 대한 부담은 특히 여성 환자에서 두드러진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여성 환자 가운데 항암제 선택 과정에서 탈모 여부를 묻거나 탈모가 적은 약제를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환자는 탈모를 이유로 특정 항암제를 맞지 않겠다는 의사를 끝까지 밝히기도 한다.

이는 탈모가 단순한 외모 변화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가발을 쓴 환자 가운데 누군가 가발을 만질까 봐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며 "결국 자신감 저하와 사회적 고립, 우울감 등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에는 마땅한 의학적 대응법이 많지 않았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대부분 다시 머리가 자란다는 점에서 가발이나 모자 등을 활용하며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이었다.

PAXMAN과 같은 두피냉각시스템은 이러한 접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항암제가 투여되는 동안 두피를 약 20℃ 안팎으로 냉각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세포의 대사와 분열을 감소시켜 항암제가 모낭에 도달하는 것을 줄이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항암제를 맞는 동안 두피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 개념이 아니라 정상적인 두피 온도를 20℃ 안팎으로 낮춰 혈관을 수축시키고 세포의 대사와 분열을 줄여 모낭을 보호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효과는 '탈모를 완전히 막는 것'보다는 탈모의 정도를 낮춰 가발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자를 늘리는 데 의미가 있다. 박 교수는 "데모로 사용한 환자들을 보면 탈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증 수준으로 나타나 가발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특정 항암제에서는 두피냉각을 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심한 탈모가 나타나지만 냉각을 시행하면 중증 탈모로 진행하지 않고 경증 수준으로 줄어드는 환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 항암 치료의 개념 확장…"심리적 위축·사회적 고립까지 케어"

두피냉각의 효과는 항암치료 기간의 탈모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연구에서는 항암치료 종료 후 모발 회복을 앞당기거나 치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지연성 탈모를 줄이는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PAXMAN은 항암제 투여 전 약 30분간 프리쿨링을 시행한 뒤 항암제 투여 중 냉각을 유지하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약제에 따라 30~60분가량 포스트쿨링을 시행한다. 항암제 투여 주기에 맞춰 매주 또는 3주마다 시행하는 방식으로, 전체 치료에는 대략 2~3시간이 소요된다. 전신적인 부작용은 크지 않고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불편은 두피와 몸이 춥다는 정도다.

박형순 교수는 두피냉각 치료의 의미를 단순한 미용적 효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치료를 받는 환자가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고, 가발이나 외모 변화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상황을 막으며, 치료 기간에도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

"탈모를 줄여 가발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사회활동이나 공공장소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유지함으로써 일상과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이 '암을 치료하는 것'에서 나아가 '치료받는 동안에도 환자의 삶을 지키는 것'으로 확장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오심·구토나 감염 위험 등 신체적 부작용뿐 아니라 외모 변화와 심리적 위축, 사회적 고립까지 치료 과정에서 함께 관리해야 할 요소로 보는 것이다.

성빈센트병원은 이번 PAXMAN 도입을 계기로 두피냉각 치료의 실제 효과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방암 환자의 탁산계 및 안트라사이클린계 항암치료에서 허가돼 사용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보다 다양한 고형암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근거가 가장 많이 축적된 유방암과 특정 항암제에서 우선 사용하고 있지만 근거가 더 쌓이면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에서도 PAXMAN을 사용한 환자와 사용하지 않은 환자를 비교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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