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질환의 원인과 과정까지 학습하는 CRTC 제시
"증상-기능 연계 표현형 인공지능 통해 효과 검증해나갈 것"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의료 인공지능(AI) 경쟁이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추론인 만큼 AI에게 무엇을 학습시킬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 연구팀은 의료 AI가 환자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나타내는 결과 중심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왜, 어떻게 그 상태에 이르렀는지까지 학습하도록 하는 새로운 학습방법론을 개발하고 3일 이를 공개했다.

현재 의료 AI는 주로 기능 평가 점수 등 특정 시점에서 환자의 상태를 하나의 결괏값으로 단순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환자가 그 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이나 과정 등 실제로 일어나는 복잡한 임상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의료진 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AI가 학습하기에 적합한 형태도 아니다.
이러한 한계는 암 생존자의 재활처럼 여러 요인이 연쇄적으로 작용해 기능 변화가 나타나는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손발의 감각이 둔해져 몸이 흔들릴 때 이를 바로 감지하기 어려운데, 이 경우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활동량이 감소하며 결국 이동 능력이 저하된다.
재활치료는 환자의 기능이 떨어진 원인이나 회복되는 과정을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지만 단순히 보행거리를 측정하는 등 기존의 데이터는 이동 능력이 떨어졌다는 최종 결과만 알려줄 뿐 결과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줄 수는 없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임상 현실 번역-구성(Clinical Reality Translation-Construction, CRTC)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CRTC는 의료 AI가 환자의 상태뿐 아니라 그 상태가 나타나게 된 원인과 과정까지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설계한다.
먼저 환자를 관찰하면서 기능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을 찾아낸 후 이 요인들이 시간에 따라 또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기능 변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후 이를 시계열이나 그래프 등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
연구팀은 CRTC가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술이 아니라 AI 모델을 개발하기에 앞서 AI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구성하는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주어진 데이터에 담기지 않은 정보까지 알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애초에 실제 임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데이터를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의료 AI가 얼마나 잘 학습하는가에 머물러 있던 논의를 의료 AI가 무엇을 학습하도록 할 것인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양은주 교수는 "암 생존자의 재활에서는 보행거리를 비롯한 결과 지표뿐 아니라 기능 변화의 원인과 회복 과정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가 실증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시한 연구인 만큼, 향후 암 생존자가 느끼는 증상과 실제 기능을 연결하는 증상-기능 연계 표현형을 통해 CRTC의 효과를 검증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