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순헌 정책관 "일반 산업과 달라…외부 자본 차단"
1인 1개소법·창고형 약국까지 상시 감시 체계 구축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닥터나우 방지법'과 약국 '1인 1개소법' 등을 두고 보건의료 시장 내 외부 자본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규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분야는 일반 산업과 같은 방식으로 혁신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과 약국 1인 1개소 원칙을 명확히 하는 개정안, 창고형 약국 문제 등에 대한 기본 원칙을 설명했다.
보건의료는 일반 산업과 달라…비정상적 영업행태 유발
우선 곽순헌 정책관은 보건의료 플랫폼을 일반 산업 플랫폼과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보건의료 분야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타다금지법'과 보건의료 플랫폼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곽 정책관은 "호출하면 차량이 오는 서비스와 의약품을 취급하고 진료·조제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플랫폼을 일반적인 모빌리티 서비스와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플랫폼 업체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경우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의료·약국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비정상적 영업행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곽 정책관은 "특정 업체나 제약사의 의약품을 중심으로 패키지를 구성해 판매하고, 제휴 약국의 재고를 플랫폼에 노출하는 방식은 의약품 유통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며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라고 꼬집었다.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사후 처벌 아닌 예방적 규제 필요
특히 플랫폼 업계에서 제기하는 '부작용 우려만으로 사업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후 규제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개별 업체의 행위를 일일이 감시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행위는 사전에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자 간의 동업 및 담합·겸업 제한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 역시 동일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요양기관에는 자본과 영리행위 개입을 막기 위한 규제가 존재하는 만큼, 플랫폼에만 유사 행위를 허용하면 기존 의료기관·약국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플랫폼 측이 '합법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범사업의 본질을 짚었다.
곽 정책관은 "시범사업은 문제를 확인하고 제도를 조정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문제가 드러났을 때 정부가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시범사업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1인1개소법 11월 시행…창고약국도 면밀히 검토
이와 함께 11월 시행 예정인 약사법 개정안과 창고형 약국 논란 등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 27일 시행되는 약사법 개정안은 기존 약사가 하나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넘어 둘 이상의 약국을 '운영'하는 행위까지 명확히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 전 여러 약국을 운영한 행위 자체를 소급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일 이후에도 복수 약국 운영을 계속할 경우 그 시점부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곽 정책관은 "시행일인 11월 27일 이후에도 둘 이상의 약국을 운영하는 구조를 유지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과거 행위를 소급해 처벌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시행 전 관련 운영 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는 시·도 지자체 등에 개정 내용을 안내했으며, 법 시행 이후에는 명의대여 약국 등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창고형 약국에 대해서는 대형 약국이라는 형태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약사 개인이나 가족이 자기 자본으로 대형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라면 규모만으로 규제할 수 없지만, 외부 자본이 투입되고 약사가 고용되거나 명의를 제공하는 형태라면 명의대여 약국과 유사한 구조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곽 정책관은 "투자금 10억 원 가운데 약사가 1억 원, 외부 자본이 9억 원을 투자한 경우를 예로 들면, 단순 차입금에 고정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라면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투자자가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거나 수익에 연동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투자자가 매출 확대를 압박하면서 끼워팔기나 과다판매, 특정 품목 밀어내기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약사의 독립적인 전문 판단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숍인숍 형태의 약국 역시 임대료가 고정액이 아닌 매출 비례율로 책정된다면 경영지배나 명의대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곽 정책관은 "핵심 판단기준은 이익배분과 경영에 대한 영향력"이라며 "투자자가 '매출이 왜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압박할 수 있는 구조라면 약사의 독립적 판단이 훼손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행정조사반에 특사경 상설화까지…상시 감시체계 구축
복지부는 외부자본의 약국 운영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조사와 수사기관 간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곽 정책관은 "최근 일부 창고형 약국 세무조사 과정에서 관련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약사회 제보를 수렴하고,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을 중심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업해 자본 출처와 지배 구조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남인순 의원이 발의해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공포 후 3개월 시행)에 따라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오인하게 하거나 과다 소비를 유도하는 상업적 표시·광고도 하위 법령을 통해 엄격히 제한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곽 정책관은 행정조사반의 향후 로드맵에 대해 "현재 의료기관정책과 인력 등이 파견돼 있는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의 장기적 목표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직의 상설화"라며 "모니터링을 통해 상시적으로 이상행위를 적발·단속하는 감시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