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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난립 막으려다 모범 국제학술대회 마저 '직격탄'

발행날짜: 2026-09-11 05:30:00
  • 대폭 강화된 공정경쟁규약(CP) 인정 요건 임상 현장 '토로'
    제약사 후원 부담까지 겹쳐 모범 학회들 마저 위축 현상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올해부터 자격이 안 되는 국제학술대회 난립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공정경쟁규약(CP)상 인정 요건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이에 따른 행사 개최 어려움이 현장에서부터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무분별한 난립을 막는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모범적으로 치러져 온 대형 국제학술대회마저 획일적 잣대에 발목을 잡혀 위축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의학계 추계학술대회를 맞이한 시점에서 강화된 공정경쟁규약을 두고서 우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AI로 재구성한 사진)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새롭게 정비된 공정경쟁규약 및 대한의학회 인정 심사 기준 개정에 따라 주요 의학회들이 국제학술대회 지위를 유지하거나 제약사 후원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무늬만 국제학술대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신설된 구체적인 정량 요건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5개국 이상 참여나 일정 요건만 채우면 인정받았으나, 변경된 규정에 따르면 '5개국 이상 참여'는 물론 '해외 복권 의료인(초청받은 좌장이나 연자가 아닌, 순수하게 발표를 하러 오는 해외 의료인)이 50명 이상'이어야 하는 등 잣대가 깐깐해졌다.

실제로 지난 10일부터 양일간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국제학술대회(KALC IC 2026)를 개최 중인 대한폐암학회의 현장 지표를 보면 이 같은 규정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학술대회의 사전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총 595명 중 국내 등록자가 479명에 달하고, 해외 참가자의 경우 미국(27명), 인도네시아·몽골(각 9명), 호주·베트남(각 7명), 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각 6명) 등 총 27개국에서 참여했다. 초록 접수 역시 총 14개국에서 구두 발표(Oral Presentation) 58편, 포스터 전시(Poster Exhibition) 83편 등 총 141편이 접수되며 국제학술대회의 역량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강화된 규정에 맞게 행사를 준비하기 벅차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현장에서 만난 대한폐암학회 김학재 총무이사(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강화된 공정경쟁규약 조건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며 "우리처럼 규모가 큰 국제학술대회를 치르는 학회도 이 기준을 맞추는 게 벅찬데, 다른 학회들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꼬집었따.

특히 폐암학회의 경우 이번 학술대회가 오는 12월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폐암학회(WCLC 2026)와 맞물리면서 그나마 요건을 맞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부 개발도상국 연구자들의 입국 비자 거부 등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50명 이상'이라는 숫자를 일률적으로 채우는 것은 구조적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스폰서 역할을 맡는 제약사들의 컴플라이언스 압박과 부담이 가중된 점도 행사를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부담감을 느낀 제약업계가 국제학술대회 개최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경쟁규약 개정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행사에서 만난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스폰서인 제약사 입장에서도 세부 항목 검토부터 사전 승인, 후속 처리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너무나 까다로워졌다"며 "제약사들도 컴플라이언스 눈치를 보느라 부담이 크고, 업계 전반에 압박이나 먹구름처럼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분별한 학술대회를 걸러낸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이미 잘 치러지고 있는 모범적인 국제학술대회마저 오히려 자칫 큰 타격을 입거나 위축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올해부터 바뀐 공정경쟁규약 때문에 학회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현실적인 고충과 제도적 어려움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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