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스타 교수, 2026 ICOMES서 비만 표현형 맞춤 치료 제언
포만감 저하·장내분비세포 규명… 유전형 맞춤 시 강력한 대안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전 세계적으로 GLP-1 주사제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가운데, 단순 체질량지수(BMI) 중심의 획일적 접근에서 벗어나 환자별 생물학적 특성에 기반한 맞춤 치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대한비만학회(KSSO)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2026 ICOMES(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에서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안드레스 아코스타(Andres Acosta) 교수는 '비만 정밀의료: 비만 표현형과 치료 전략(Precision Obesity Management: Obesity Phenotypes and Therapeutic Strategies)'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아코스타 교수는 현재 비만 치료의 3대 장애물로 ▲치료 반응의 이질성 ▲높은 비용 ▲제한된 환자 접근성을 꼽으며, 이 세 가지 문제가 서로 긴밀히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동일한 약물을 동일한 기간 투여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체중 감소 폭에 뚜렷한 편차를 보이는 만큼, '원사이즈핏올(one-size-fits-all)'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뇌고픔형(Hungry Brain)과 펜터민-토피라메이트의 재발견
먼저 아코스타 교수는 BMI나 허리둘레 같은 기존 중증도 분류 체계만으로는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사 형질을 실측하고 비지도 학습을 통해 도출한 4가지 비만 표현형(▲Hungry Brain ▲Hungry Gut ▲Emotional Eater ▲Slow Burn) 기반의 정밀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는 포만 도달 과정에서 경구용 치료제인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Phentermine-Topiramate ER)이 지닌 임상적 가치와 잠재력이 비중 있게 다뤄져 주목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배가 부르니 그만 먹어야지' 하고 숟가락을 놓기까지 남들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게 되는 유형을 '뇌고픔형(Hungry Brain)'이라고 부른다. 이는 한마디로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브레이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로, 자유섭취 식사 검사나 뇌·장·지방세포 축의 유전자 정보를 담은 다유전자 위험점수(CTS-GRS) 검사를 통해 정확히 판별해낼 수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유전형(High CTS-GRS)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 반응이다.
이들은 뇌 시상하부의 혈류 패턴이 일반적이지 않고, 최근 전 세계 비만 치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주사 치료에서는 상대적으로 차선 반응자(suboptimal responder)에 머무는 경향을 보였다.
주사제를 맞더라도 기대만큼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셈이다.
반면, 이들에게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을 처방했을 때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연구 결과, 이 유전형 환자군에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을 투여하자 무려 16~17%대에 달하는 놀라운 체중 감소를 기록하며 '초고반응성(super responder)'을 나타냈다.
아코스타 교수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이 지난 14년간 임상 현장에서 폭넓게 쓰이며 안전성이 입증된 약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면 고용량에서 우려되는 이상반응 없이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단 한 번의 유전자 검사(CTS-GRS)로 내 몸의 브레이크 고장 원인이 '뇌고픔형(Hungry Brain)'에 있다는 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고가의 최신 주사제에만 목을 매지 않고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이라는 검증된 먹는 약을 통해 주사제 못지않은 강력한 감량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식후 포만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 '포만감 유지 저하형(Hungry Gut)' 연구에서는 위배출이 빠른 반면 GLP-1 분비가 낮은 '불일치(discordant) 아형(Cluster 3)'이 새롭게 규명됐다. 이들은 장내분비세포 결핍으로 호르몬 분비 능력이 떨어진 상태로, 터제파타이드 같은 최신 인크레틴 제제에서 초고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얼월드 코호트가 입증한 표현형 매칭과 정밀의료 미래
소규모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이요클리닉의 대규모 바이오뱅크 및 리얼월드(Real-world) 코호트 분석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분석에 따르면, 환자의 유전적 표현형에 맞게 약제를 적절히 배정할 경우 세마글루타이드와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 간의 감량 효과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고비용 비만 치료 환경에서 환자에게 최적의 약제를 처음부터 배정하는 정밀의료 전략이 약물치료의 비용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패널 디스커션에서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과 GLP-1 계열의 작용 기전 차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어졌다. 아코스타 교수는 Hungry Brain 유전형 환자에서 GLP-1 경로의 신호 전달에 결함이 있어 반응이 다소 제한될 수 있는 반면,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은 결함이 있는 렙틴-멜라노코르틴 경로를 우회(bypass)하여 작용하기 때문에 해당 유전형 환자에게 탁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합 표현형 환자에게는 가장 우세한 표현형을 우선 타깃으로 삼아 약물을 배정하고, 추가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다른 기전의 병용요법도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코스타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비만 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넘쳐나지만 모두가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약값이 내려가고 있다지만 여전히 높고, 그로 인해 치료가 가장 필요한 환자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단순한 체질량지수(BMI) 관리의 단계를 넘어, 비만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지표를 실제로 측정하고 그 원인에 따라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