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심뇌법 국회 본회의 통과...학회 심부전 포함 촉구
법적 사각지대 해소...중증 심장질환 국가관리 구체화 기대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심뇌혈관질환에 대한 국가 관리체계의 근간인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심뇌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심부전·부정맥·판막질환 등 중증 심장질환이 하위법령을 통해 국가 관리 대상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정안은 아직 공포 전 단계이지만, 심부전 등 유관 학회들은 이번 개정을 계기로 그간 이어져 온 법 해석상의 모순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심뇌혈관질환의 종류에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이라는 위임 조항을 다시 추가했다는 점이다. 간단해 보이는 문구이지만 질환 추가를 열어둔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2016년 심뇌법 제정 당시에는 이 위임 조항을 근거로 심부전·부정맥·뇌동맥류 등이 시행규칙 단계에서 관리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2020년 개정 과정에서 사업 수행 주체가 보건복지부 단독에서 질병관리청과 분리·이원화되면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고, 이후 심장질환은 사실상 법적 근거를 잃은 채 방치돼 왔다.
심뇌법에 정작 중요한 심장질환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심부전학회 이해영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과거 국회 토론회 등에서 "심근경색 등 급성 관상동맥질환은 법률상 심뇌혈관질환으로 명시돼 있는 반면, 심부전·부정맥·판막질환 같은 중증 심장질환은 암이나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적용되는 산정특례나 전문질환군 지정에서 배제된 채 사망 시까지 별도의 국가 보장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공백은 정책 로드맵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추진 중인 2차 심뇌혈관질환종합계획은 △환자공감(심뇌혈관질환 환자 중심 의료이용체계 확보) △문제해결(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치료대응체계 확보) △사전예방(지역사회 예방·관리체계 강화) △근거중심(과학적 정책 기반 확립) △현장소통(수평적 협력 거버넌스 구축) 등 5개 영역, 총 115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심장질환의 후유증·합병증 조기발견과 관리를 직접 다루는 항목은 '심뇌혈관질환 후유증 및 합병증 조기발견과 관리 강화' 단 하나의 항목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급성심근경색증 이후 발생하는 부정맥·심부전·심실 동맥류 등을 '합병증'으로서 간접적으로만 포괄하고 있을 뿐 심부전 자체를 관리 대상 질환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115개 과제 중 심장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질환이 정책 설계 단계에서도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제도 공백의 결과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내 심근경색 사망률은 8.4%로 OECD 평균(7.2%)보다 높은 반면, 허혈성 뇌졸중 사망률(3.3%)은 OECD 평균(8.3%)을 크게 밑돌며 꾸준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법·제도 정비를 거친 뇌졸중 영역은 관리 성과가 가시화된 반면, 법적 근거가 취약한 심장질환 영역은 상대적으로 개선이 더딘 셈이다.
대한심부전학회 이해영 정책이사는 "질환 정의가 법률적으로 명확해져야 질환별 코드와 국가통계, 진료체계 및 지원사업 마련이 가능한 만큼, 심부전을 중증·전문질환군에 포함하는 후속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후속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심부전을 국가 관리 대상 질환으로 명확히 명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 이사는 "학회는 애초 심부전을 심뇌법 모법 조문에 직접 명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이번처럼 시행령 단계에서라도 포함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데 대해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앞으로 실제 하위법령 반영으로 이어지려면 국민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학회 차원에서도 후속 입법 과정에 계속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대한심장학회 역시 앞서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심부전·부정맥·심장판막증·심근염·폐고혈압 등 주요 심장질환이 빠짐없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향후 보건복지부의 하위법령 입법예고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명이 조문에 오르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과 실제 정책·보장 혜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심부전을 비롯한 중증 심장질환이 법률상 '있는' 병이 되기까지는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