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장애 등 재난 대비 훈련 가능한 플랫폼 개발
실제 현장 훈련 대비 시간과 인력 투입량 대폭 감소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실제 의료기관을 사실처럼 구현한 가상병원에서 전산 장애 등 재난 상황을 가정해 훈련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개발돼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병원 재난 훈련은 실제 현장 훈련 대비 인력과 시간 투입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병원장 박진오) 정신건강의학과 박진영 교수 연구팀은 병원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을 가상공간인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재난 대응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4일 밝혔다.
대형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EMR)이나 처방전달시스템(OCS) 등 핵심 병원 정보 시스템(HIS)이 갑자기 멈추면 호나자 진료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과거 기록을 조회하거나 전자처방을 내릴 수 없는데다 검사실과 약국에도 처방 정보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수납 업무 등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대비해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형병원의 특성상 24시간, 365일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훈련에 필요한 시간과 인적 자원의 소모, 병원 운영 영향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 기반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산장애 대응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가상병원에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진료 공간 317곳과 건물 출입구 6곳을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했다.
훈련은 HIS가 완전히 멈추는 코드 화이트 1단계 상황을 설정해 진행했다. 네트워크와 내부 통신망이 살아 있지만 EMR과 OCS를 사용할 수 없어 원내 메신저 기반 응급 처방 프로그램과 신속 환자 정보 조회 시스템만으로 진료를 이어가야 하는 조건이다.
가상 환자는 진료과, 초·재진 여부, 호소 증상 등을 달리한 7개 사례로 구성하고 이를 반영해 시나리오 복잡도를 상중하로 나눴다.
각 환자는 접수와 진료, 검사, 처방, 수납, 약제 수령 등 필요한 외래 진료 과정을 가상병원 안에서 거친다. 환자 아바타의 이동 속도에는 연령과 중증도를 반영했으며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층간 이동도 실제 병원 동선에 맞춰 구현했다.
훈련에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검사‧영상‧약제‧행정 등 외래 업무와 관련된 7개 직군 60명의 교직원이 동시에 참여했다.
훈련 결과, 7개 환자 시나리오는 모두 중단 없이 완료됐다. 응급 처방 프로그램과 HIS의 진료비 내역은 모든 사례에서 일치했으며 처방과 검사 결과도 계획된 시점에 모두 입력됐다. 코드 화이트 방송과 응급 메시지 전달도 절차에 따라 적시에 이뤄졌다.
시나리오별 소요 시간은 복잡도 상 단계에서 평균 35.7분이었고 중으로 분류된 사례 중 한 건이 46분 47초로 가장 길었다.
해당 사례에서는 검사 대기와 반복적인 처방 입력에 시간이 소요됐다. 이는 시나리오의 복잡도뿐 아니라 실제 진료 동선과 절차의 복잡성이 대응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훈련 시간은 2023년에 진행한 현장 훈련과 비교해 약 70분 줄었으며 참여자 수와 훈련시간을 연간 근무시간으로 환산한 FTE(Full-Time Equivalent)는 0.072에서 0.038로 약 47% 감소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성아 교수는 "전산장애 상황을 설명으로 듣는 훈련과 실제 진료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수행해 보는 훈련은 다르다"며 "실제 병원 운영 환경에서 발생시키기 어려운 다양한 위기 상황을 반복적으로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 트윈 기반 훈련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의학과 박진영 교수는 "병원은 전산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전산장애 대응 역시 환자 안전의 일부로 바라봐야 하며 기술적 복구뿐 아니라 의료진과 행정부서가 어떻게 움직일지 사전에 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여러 의료기관에서 검증된다면 병원 재난 대응 훈련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