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기 한독 대표

[메디칼타임즈=백진기 대표]
"노는 물이 동네였을 때도 경쟁은 피곤하다"
"이기고 나면 또 다른 고수가 등장하는 무협지를 읽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3가지 접근을 찾아냈다"
장면#1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어릴 때는 같이 노는 친구가 뻔했다. 동네 친구가 다였다.
초, 중, 고를 지나면서 노는 친구가 달라졌다. 특히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확연히 달라졌다.
고교평준화 전이니 동기들이 강원도 각지에서 왔다.
고1 때 짝꿍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니?" "인제."
인제 사람을 처음 접한 순간이었다.
새로운 친구와 사귀기도 전에 월말고사(시험)를 치렀다.
매달 시험을 보면 전체 등수를 조선 시대의 과거 합격자를 발표하듯 복도에 길게 '방'을 붙였다.
자기 등수를 보기 위해 그 '방'을 보았다.
나중에는 내 등수가 아닌 다른 친구들의 등수를 보기 위해 그 '방'을 보았다.
자기보다 공부 못할 것 같은 그 친구가 나를 앞선 것이 확인되었다.
열 받은 친구들이 많았다.
교실 안은 더 조용해졌다.
떠들면 선생님들이 조용히 공부하는 옆 반과 비교했다.
2학년이 되어 모의고사를 보니 전국 등수가 나왔다.
노는 물이 전국이 되었다.
비교 대상이 전국이 되었다는 얘기다.
강원도란 촌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과의 비교는 끝났다.
촌놈이 본격적으로 국가적인 경쟁에 돌입하는 순간이다.
장면#2
지금의 격변을 주도하는 것은 다른 요인도 많지만 단연코 '과학기술의 발달'이다.
볼링으로 치면 'King Pin'이다.
과학기술의 발달 속도가 인간의 학습 속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변화를 주도한다.
이 킹핀이 제일 먼저 넘어뜨린 핀을 꼽으라고 묻는다면 '교통통신의 발달'이다.
교통통신의 발달은 인간에게 '풍요'와 '연결'을 선사했다.
전 세계 도처에 있는 자원 활용이 가능해져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게 했다.
아마존이든, 쿠팡이든, 알리든, 테무든 클릭 하나로 원하는 물건을 집에 도착시켰다.
세계 도처에 있는 분들과 실시간 '연결'이 되었고,
일부인의 정보 독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어디에서나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교통통신의 발달이 코로나처럼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점은 그놈의 "비교, 경쟁 대상"이 이미 글로벌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국내에서 최고라는 의미는 퇴색됐다.
클릭 하나로, 아니면 AI의 도움으로 세계 최고와의 비교가 가능해졌다.
경쟁이 주된 화두로 키워진 우리다.
비교에 길들여진 우리다.
이제는 전 세계를 상대로 비교하고 경쟁한다.
늘 부족한 나를 마주하면서 피곤한 삶을 영위한다.
꼭 '스프링복'같이 먹이를 찾아 집단 이동하다가 바다에 빠질 때까지 가는 것 같다.
꼭 먹이를 찾으려 집단 이동하다가 강이나 절벽에 떨어져 죽는 '레밍'처럼 보인다.
비교를 하다 보니 남의 떡도 크게 보이고 배도 아파진다.
그전 같으면 남의 회사 일이라 별 관심 없던 삼성전자, 하이닉스 성과급 사태 등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왜 우리 회사는 요 모양이고 조직은 이 모양이지?
친구는 줄을 잘 서서 삼전, 하이닉스에 있는데 나는 왜 여기에 있지?
레밍이나 스프링복 같은 나를 발견한다.
발견하면 다행이다.
그 겹겹이 오는 큰 파도에 내가 끼어들 자리가 있을까?
그 겹겹이 오는 큰 파도를 내가 살짝 올라타거나 피해 갈 수 있을까?
올라타는 데 성공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기고 나면 또 다른 고수가 등장하는 무협지를 읽는 것 같다.
무협지에서처럼 고수를 만나 하루아침에 '전수'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자신을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데도 피곤하고 고단한 이유를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3가지 접근을 찾아냈다.
첫째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하자는 것이다.
"영향력 원(circle of influence)에나 집중하자"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에서 가치를 더할 것(value add)에 몰두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경쟁 상대의 방향을 전환했다.
글로벌이 내 경쟁 상대가 있는 곳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성장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경쟁을 재정의(redefinition)하고 경쟁 구도를 바꿨다.
그것도 오타니 같은 친구도 3할대의 타자이므로 목표치를 8할대로 낮췄다.
100%가 목표였다면 일단 80%만 달성하자는 것이다.
그 이후의 달성치는 value를 add한 것이다.
그리고 스몰윈(small win)이면 OK이다.
작은 성공을 누적시키면 변화된 나를 발견할 것이다.
셋째는 AI의 발달을 믿는 것이다.
전화도 유선이 다 깔리고 무선이 시작됐다.
중국은 유선을 건너뛰고 무선으로 시작해서 거지도 QR코드로 동냥을 받는다.
모든 자동차사가 흡입/압축/팽창/배기의 자동차 엔진의 효율을 높이려고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자동차의 '자'도 모르던 중국이 전기자동차 시대를 주름잡고 있다.
이처럼 분명코 지금 수준의 AI spec에 맞춰 공부하고 이것을 최고인 양 뽐내는 AI 도사들이 있다.
AI가 발전하면 AI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도 AI 이용 척척박사가 될 것이다.
그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래도 두렵다.
그 두려움에 올해 초 가까운 지인들에게 인사로 이런 문구를 보내고 위안을 삼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