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엔플론시아 임상·투여 전략 논의
내성 자료 해석에는 신중론…국내 계절성·비용 지원 과제
[메디칼타임즈=이한수 기자] 영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이 고위험군을 넘어 생애 첫 유행 계절을 맞는 건강한 영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1~23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소아청소년과학연구학회 학술대회(ASPR 2026) 및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제76차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영아 RSV 예방 전략이 논의됐다.
한국MSD의 엔플론시아(성분명 클레스로비맙) 등 장기지속형 예방항체가 등장하면서 항체별 표적 특성과 투여 편의성도 새로운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다만 초기 내성 자료만으로 제품 간 우열을 판단하기는 이르며, 국내에서는 출생 시기와 RSV 유행을 고려한 투여 전략, 비용 부담에 따른 접근성 격차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수진 교수와 싱가포르국립대 다니엘 고(Daniel Goh)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와 각국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지속형 예방항체 도입에 따른 변화와 남은 과제를 짚었다.
고위험군 중심 예방에서 건강한 영아로…반복 방문 부담도 변화
최수진 교수가 진료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보호자들의 인식과 예방 대상의 확대다. 기존 팔리비주맙 투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던 건강한 만삭아도 RSV 예방을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어떤 영아가 중증 RSV 질환으로 진행할지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며 "고위험군뿐 아니라 건강한 영아에서도 상당한 입원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생애 첫 RSV 시즌에 진입하는 모든 영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예방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항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투여 횟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진료 경험을 토대로 팔리비주맙 급여 대상임에도 반복 방문 부담 등을 고려해 비용을 더 부담하고 장기지속형 항체를 선택하는 보호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소개된 엔플론시아의 주요 근거는 글로벌 2b/3상 CLEVER 연구다. 건강한 미숙아와 만삭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투여 후 150일까지 의학적 진료가 필요한 RSV 하기도감염은 위약 대비 60.4%, RSV 관련 입원은 84.2% 감소했다.
180일까지 평가한 의학적 진료가 필요한 중증 RSV 하기도감염에 대한 예방효과는 91.7%였다. 전반적인 이상사례 발생 양상은 위약군과 유사했다.
고위험 영아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주요 평가변수로 살핀 SMART 연구에서도 팔리비주맙 투여군과 전반적으로 유사한 안전성 양상이 관찰됐다.
투여 과정에서는 체중에 관계없이 105mg을 한 차례 투여하는 고정용량의 의미가 논의됐다. 엔플론시아는 국내에서 생애 첫 RSV 유행 계절에 진입하거나 해당 계절 중인 신생아·영아의 RSV 하기도질환 예방을 위해 허가됐다.
고 교수는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다양한 백신과 의약품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예방항체를 도입할 때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별로 서로 다른 용량이나 제형을 준비할 필요가 없으면 재고 관리 부담을 줄이고, 용량·제형 선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 대상이 넓어질수록 약제 보관과 투여 절차를 단순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표적, 내성 대응 선택지…임상적 우열 판단은 아직
항체가 결합하는 표적 부위의 차이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니르세비맙과 클레스로비맙은 모두 RSV가 세포에 침입하는 데 필요한 F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지만 결합 위치는 다르다. 니르세비맙은 Site Ø에, 클레스로비맙은 상대적으로 보존성이 높은 Site IV에 결합한다.
이 같은 차이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해외에서 보고된 돌파감염과 내성 관련 변이가 있다. 프랑스 다기관 관찰연구에서는 2024~2025년 RSV 유행 계절 중 니르세비맙 투여 후 발생한 RSV-B 돌파감염 184건 가운데 23건에서 감수성을 낮추는 내성 관련 변이가 확인됐다.
23건은 분석 대상 돌파감염 사례의 12.5%에 해당한다. 예방항체를 투여받은 영아 전체에서 12.5%의 내성이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수치만으로 내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독일 상설예방접종위원회(STIKO)는 지난 9월 개정 권고에서 두 장기지속형 항체를 동등하게 권고하면서 내성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로 다른 결합부위를 가진 항체가 있으면 한 항체에 내성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항체의 효과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표적의 보존성이 높다는 사실이 곧바로 임상적 우월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고 교수의 판단이다.
고 교수는 학술대회 현장에서 진행한 별도 인터뷰에서 "현재 근거는 두 제품 모두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추가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초기 관찰 결과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합 부위와 내성 변이 발생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는 추가 데이터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투여 시기·비용 관건…싱가포르도 실제 사용 근거 축적 중
국내 적용으로 논의가 옮겨가면 핵심은 계절성과 접근성이다. 연중 RSV가 발생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계절성이 뚜렷해 영아가 언제 태어났고 첫 유행 계절을 언제 맞는지가 중요하다.
최 교수는 임신부 예방접종만으로는 비유행기에 태어난 영아의 예방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며, 영아에게 직접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예방항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생 시기와 보호가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예방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다.
해외 도입 경험을 국내에 적용할 때도 국가별 상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고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반복 투여와 방문 부담 등을 고려해 장기지속형 항체로 빠르게 전환한 경험을 소개했다.
다만 도입 이후 투여율이나 RSV 입원율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국가 단위 자료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 의료진의 초기 경험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지만, 이를 국가 전체의 입원 감소 효과로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별도 인터뷰에서 싱가포르가 모든 호흡기 감염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체계는 아니며, 주로 중증 입원 사례에서 RSV 검사가 이뤄져 현지 자료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 확대에 따라 입원과 외래 방문, 합병증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실제 수치를 확인하기 위한 근거 축적이 필요하다고 봤다.
결국 예방 수단의 확대를 더 많은 영아의 보호로 연결하려면 비용에 따른 접근성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제언이다.
최 교수는 "현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를 포함해 모든 환자가 새로운 예방 방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급여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