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 사용 횟수 늘리고 물량별 가격 조정…한국도 추진 대상
휴고·중국산 진입에 비용 경쟁…대장항문외과 확대 기대
[메디칼타임즈=이한수 기자]수술로봇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빈치' 개발사인 인튜이티브가 수술기구 비용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한다.
한국도 추진 대상에 포함되면서 병원의 운영비 부담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4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인튜이티브는 내년 상반기부터 4·5세대 다빈치 플랫폼에 사용하는 일부 핵심 수술기구 '엔도리스트(EndoWrist)'의 사용 가능 횟수를 늘리고 물량에 따른 가격정책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장비 성능과 임상 경험에 더해 수술 때마다 발생하는 기구 비용이 병원의 주요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의료계에서는 비용 문턱이 낮아질 경우 대장항문외과 등에서도 로봇수술 활용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엔도리스트는 다빈치 로봇 팔에 장착하는 집게·가위 등의 수술기구 제품군이다. 기구 끝부분이 손목처럼 움직여 조직을 잡거나 절개·봉합하는 데 쓰인다.
인튜이티브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의 국내 적용 여부 질의에 "해당 정책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계획"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적용 시기와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국도 정책 추진 대상이라는 점은 확인됐지만, 내년 상반기 국내 일괄 적용이나 특정 기구의 가격 인하 폭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실제 병원의 비용 절감 수준은 대상 품목과 사용 횟수, 구매 조건 등이 구체화된 뒤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일부 수술기구의 사용 가능 횟수를 늘리고 물량별 가격정책을 도입해 병원의 수술당 기구비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비용에 민감한 수술 영역에서도 로봇수술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인튜이티브는 담낭절제술과 서혜부탈장 수술 등 시행 건수가 많은 양성질환 수술을 주요 대상으로 제시했다. 고난도 수술에서는 기술과 임상적 가치가 중요하지만, 적용 범위를 넓히려면 경제성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인튜이티브는 이러한 조치와 중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가격 인하를 합쳐, 전면 시행 시 수술당 다빈치 기구·소모품 매출이 수술·제품·지역 구성 변화의 영향을 제외하고 약 3~5%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회사의 매출 기준 전망으로, 국내 병원 구매가격이나 환자 수술비의 인하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도 경쟁 장비의 진입은 이어지고 있다. 메드트로닉의 '휴고'가 서울대병원에 이어 올해 2월 제주한라병원에 도입됐다. 중국 마이크로포트 메드봇의 '투마이'도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확보했다. 병원이 비교할 수 있는 장비가 늘면서 도입비뿐 아니라 기구비와 유지관리비 등 운영비 경쟁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비뇨의학과와 산부인과 등은 로봇수술 활용이 이미 보편화된 반면, 대장항문외과는 진료과 특성상 도입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장비와 소모품이 보급될 경우 대장항문외과를 중심으로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중국산 수술로봇이 경제성을 무기로 진입할 경우, 대장항문외과나 중소병원 등을 중심으로 도입 검토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섭외·홍보위원장인 은평성모병원 김형진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제조사 측에서도 가격 인하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튜이티브는 3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다빈치 수술 증가세 둔화를 지난해 수술량 급반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설명했다. 의정갈등으로 위축됐던 수술이 지난해 크게 회복되면서 증가율이 높아졌고, 올해는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줄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술 건수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인튜이티브 관계자는 "2026년 3분기에도 국내 다빈치 로봇 보조 수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며 "전년 대비 전체 수술 건수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2025년 수술 건수가 크게 회복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튜이티브가 같은 실적발표에서 공개한 국내 단일공 다빈치 SP 수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다만, 전체 증가율과 다공형 시스템별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Xi나 다빈치 5가 전체 성장률 둔화를 주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글로벌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인튜이티브가 발표한 3분기 매출은 약 30억 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고, 전 세계 다빈치 수술 건수는 약 14% 증가했다. 기구·소모품 매출은 18억달러로 18% 늘었다. 수술량 증가가 반복적인 기구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에서, 수술당 비용을 낮춰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이 읽힌다.
인튜이티브 관계자는 "국가별 또는 시스템별 구체적인 수술 건수 증가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국내 단일공 및 다공형 시스템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