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 통제력강화 수단"<1>

전경수
발행날짜: 2003-08-18 07:16:11
  • 과징금 부과 2.5배 강화...복지부 최종방침 주목

|특별기획|의료법령개정 ‘무엇이 달라지나’

이달 중 개정, 공포되는 의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의료광고 등 부분적으로는 종전보다 규제가 완화되는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이다.

일정 병원은 정기적으로 의료기관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기초로 인센티브 혹은 불이익이 가해질 것으로 보이며, 의료기관의 과징금 부과기준이 강화돼 현행보다 2.5배 높아진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때 반드시 첨부서류에 의료보수표를 포함해야 하는 등, 일부에서는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이번에 개정되는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에서 가장 쟁점과 관심이 되고 있는 내용을 선정, 가장 중요한 변화내용과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분석한다.

--------------------<<<글싣는 순서>>>---------------------
<제1부>의료기관평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제2부>강화되는 각종 의료행위 규제
<제3부>의료광고, 어디까지 가능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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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시행되는 의료기관평가에 대해 일선 개원의들이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한 마디로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정된 의료법시행령 20조는 종합병원 및 100병상이상의 병원에 대하여 의료기관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때문에 소규모 병원과 개원가는 적용 대상이 아닌 탓이다.

그러나 12일 발표된 ‘의료기관평가제도 세부시행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여기서 최종적으로는 모든 의원급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또 적용 대상 의료기관에 것은 시행령에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근거규정인 의료법에서는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평가한다”고만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이 언제가 되든지, 행정부의 결정만으로 적용대상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하더라도 모든 의료계는 장기적으로 의료기관 평가란 것이 무엇을 평가하는 지, 또 누가 평가주체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더군다나 개정법령은 가장 쟁점이 되는 평가주체와 구체적 평가방식 등은 보건복지부에 결정권을 위임하고 있어, 아직도 개선의 여지는 많다.

보건복지부의 구체적인 시행방침이 발표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는 더더욱 이 제도가 의료기관에 대한 부당한 규제와 감시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평가하나=복지부가 조만간에 확정,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의료기관평가의 세부지침에서 가장 관심거리도 떠오르고 있는 것은 바로 ‘누가 평가업무를 담당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시행령 20조는 의료기관 평가를 위탁할 수 있는 기관 및 단체로 ▲정부가 설립 또는 운영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한 비영리법인 또는 ▲의료기관평가에 관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운영주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곳 중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며, 후자에 해당하는 것은 대한병원협회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위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경우의 수도 포함된다.

이중 심평원은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와의 중복성 문제 등으로 병원평가를 담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므로 복지부와 진흥원, 병협이 일차적인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병협은 민간기관이라는 한계로 위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의료기관평가를 염두한 정관개정과 함께 기존 병원신임평가의 조직기구와 전문성을 내세워 위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진흥원의 경우 94년 의료기관평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후로 시범평가 등 준비과정을 주도해 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의료기관평가 제도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일단은 복지부가 직접 평가업무를 전담하고 차후 위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최근 병협이 평가 업무유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복지부가 전담할 경우 의료계에 대한 또 다른 국가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그 밖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단 위탁기관이 선정되면 평가업무를 담당할 평가단이 조직된다.

평가단은 1개 평가팀이 의사 2인, 간호사 4인, 병원관리자ㆍ의무기록사ㆍ약사ㆍ영양사 각 1인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상임평가요원과 비상임평가요원 각 5명으로 구성된다.

◆무엇을 평가하나=평가대상에서 가장 의료인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의료기관평가가 과연 ‘진료행위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것’이냐 아니면 단순히 ‘병원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모두를 평가하는 것이 의료기관평가의 기본 취지다.

진흥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본래 의료기관평가가 초기에 추진되던 시기만 해도 그 명칭이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처음에는 일반 서비스 업종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청결한 환경에서 친절하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비중을 두고 연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행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지난 12일 발표된 세부시행방안에 따르면 평가항목 속에는 명백하게 ‘의료의 질’이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3개 부문 18개 분야로 구성된 평가항목에서, 기능별 서비스 7분야에는 응급서비스, 수술서비스, 검사서비스, 방사선서비스, 등 명백히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분야가 포함돼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연 의사가 얼마나 적절한 처방과 시술을 했는지를 점수로 매길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심평원의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와 중복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기관 평가 시행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언급된 내용에 따르면, 평가에서는 예를 들어 의료사고의 발생빈도,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받는 시간, 환자의 진료에 대한 만족도 등이 포함, 사실상 진료행위의 질을 평가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이 반대 의견을 내놨으나 진흥원 관계자는 "의료기관평가는 의료의 질은 기본이고 서비스 분야가 같이 향상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기 위한 제도"라고 답하면서, 의료의 질을 평가할 수 없다면 의료기관평가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복지부의 구체적인 평가항목이 공개돼야 어느 수준까지 진료행위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지 가늠할 수 있겠지만, 결국 의료기관평가는 진료행위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와의 중복성 문제에 대해서는 심평원 역시 아직까지 뚜렷한 대답을 못 내놓고 있어, 복지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평가하나=평가는 기본적으로 5점 척도(a five point scale)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이것이 병원의 등급을 단순히 5등급으로 나누어 공포하는 방식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다만 항목 별 등급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행초기에는 일단 등급과 점수만을 공개하고 시행 3년차가 되는 2005년에는 기준문항별 기준권고치 개발, 권고치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조사방법은 서면조사와 현장조사가 있는데, 이중 현장조사는 평가요원이 환자들을 임의로 샘플링 해서 면담하는 환자일반면담과 지정해 면담하는 환자지정면담 방식이 있다.

평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것과 같이 3년 간격의 정기평가와 수시평가로 나뉘며, 수시평가는 예고 없이 평가를 실시하는 불시평가와 보완적인 성격의 확인평가로 이뤄진다.

평가결과는 매해 년말에 일괄적으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각 병원의 특별한 사정에 따라 공개가 보류되는 경우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병원에 지급되는 수가를 차등화 하고 의료기관의 가허가후 본허가로의 전환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며, 우수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보험실사를 일정기간 유예해주는 방안도 병행하게 된다.

평가에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23억2천만원 정도로 추산, 대부분 건강보험재정에서 충당하게 할 방안이다.

일단 올해는 전국 3백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고 정착단계로 접어든다고 보는 2006년에는 대상기관을 1천여개로 늘려 병원급을 포함시키며, 3단계인 2011년에는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을, 최종적으로 모든 의원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외국의 의료기관평가◆

외국의 주요국가들은 대체로 비영리 민간기구인 병원협회, 의사협회, 간호사협회, 소비자단체 등이 의료기관 신임 업무를 주관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단 프랑스는 국가가 평가 업무를 주도하며 일본과 대만은 정부의 보건복지기구가 참여하는 형태를 띤다.

평가참여는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대체적인 추세이며 공통적으로 평가결과는 인터넷상에 공개해,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미국의 경우 Joint Commission이라는 민간조직이 1만7천여개소의 의료기관 평가를 담당하며 정기조사와 불시조사를 병행한다.

정기조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3년 주기며 비용은 조사받은 기관이 전액 부담한다.

평가결과는 완전신임, 신임(권고사항제시), 임시신임, 조건부신임, 임시적 신임거부, 비신임의 6단계로 나뉜다.

호주는 4년주기로 평가하며 평가척도는 성과미미, 약간의 성과, 보통의 성과, 상당한 성과, 놀라운 성과의 5가지 단계로 나뉜다.

일본역시 지극히 적절함, 적절함, 중간, 부족한 적절함, 적절하지 않음의 5단계로 평가하며, 평가영역은 병원조직의 운영과 지역활동/환자의 권리와 안전 확보/요양환경과 환자서비스/영역진료의 질/영역간호의 적절한 제공/병원운영관리의 합리성 등이다.

평가기준은 크게 진료의 연속성, 진료의 기반기능으로 나뉘고 진료의 기반기능은 다시 리더쉽과 경영, 인재관리, 정보관리, 안전성과 환경, 수행향상 으로 나뉜다.

5년주기로 정기 평가를 실시하는 프랑스는 권고사항 없음, 권고사항 있음, 일부 보류, 대부분 보류 등 4단계로 분류한다.

평가항목은 크게 세 가지로서 환자와 환자진료, 경영과 환자서비스의 운영, 질과 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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