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는 피곤하다...영양제로 근근히 버텨

발행날짜: 2005-11-01 12:35:31
  • 야간진료 개원의 고단한 하루...가족과도 멀어져

개원한 지 6개월째 접어든 A의원 박모 원장. 매일 아침 오전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오전 8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계속되는 진료로 몸은 피곤하지만 개원 1년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정신을 가다듬는다.

최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껴 건강보조식품도 먹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개원하는 데 올인(All in)한 상태라 한동안은 앞만 보고 달려갈 생각”이라며 "홍삼 엑스를 먹고부터 피로감이 덜해져서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점심식사는 10분 만에 해치우고 낮잠을 청한다. 낮잠은 그의 체력을 유지시켜주는 힘이다.

과거 봉직의로 있을 때 오후 5시 30분이면 퇴근해 가족 나들이를 즐겼던 그는 개원 후 가족들과 함께 있을 시간도 줄어들면서 회의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남의 병원이면 이렇게 안한다. 자신의 병원을 꾸려간다는 뿌듯함과 이제 곧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다."

최근 개원의들 사이에서 야간진료가 필수조건이 되면서 많은 개원의들이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개원 2개월 차에 접어든 B피부과 이모 원장은 “야간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 동료 개원의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둥의 이야기를 들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의원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정리된 바 없으나 최근 개원의들은 90%이상이 최초 개원시 야간진료를 실시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개원의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이전에 개원한 병,의원도 야간진료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

야간진료를 시작한 지 3년 째인 K정형외과의원 고모 원장은 '돈 좀 벌더니 변했다'는 얘기가 듣기싫어 야간진료를 계속 실시하고 있다.

진료시간은 9시부터지만 오전 7시면 출근해 밤 9시까지 진료를 본다. 입원실까지 갖춘 의원이지만 의사는 단 한명. 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5, 10분만에 점심식사를 하고 소화시킬 틈도 없이 다시 진료를 본다.

주중에는 밤9시까지 토요일도 밤8시까지, 심지어 일요일도 오전진료를 실시한다. 주중에는 힘들어서 병원에서 자는 날이 더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과도 멀어졌다. 고 원장은 "아내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왔을 때 잠시 보고 일주일을 보낸 적도 있다"며 "개원 후에는 아이들과 나들이 한번 제대로 간 적이 없을 뿐더러 긴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라고 털어놨다.

동료 개원의들도 모두 야간진료를 하고 있어 가끔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어쩌다가 밤 늦게 한번 만나도 다음날 새벽같이 출근해야 할 생각에 부담스러워 맥주 한잔 마시는 게 전부다.

야간진료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몸도 지쳤지만 야간진료를 해도 크게 환자가 늘지 않는다는 현실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게 더 문제라고 말한다.

창전동의 C산부인과 의원 김모 원장은 “초기 홍보를 위해 야간진료를 시작했지만 몸만 상했다”며 “잠시라도 짬이 나면 눈 붙이기 바쁜 상황에서 여가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김 원장은 야간 환자가 주간환자 비율에 10%도 채 안되는 상황이나 불안한 마음에 집에도 못가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무과장은 "저러다 쓰러지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야간이라고 해도 환자는 없고 월급받아가기도 미안할 정도"라고 전했다.

A의원 박 원장은 "돈을 벌 생각으로 야간진료를 생각했다면 당장 때려치웠을 것"이라며 "야간진료에 따른 직원 임금 등을 고려하면 적자"라고 말했다.

그는 야간진료에 따른 가산율 적용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가산율을 현실에 맞게 올려주는 것이 야간진료를 하는 모든 개원의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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