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위원장
|신년특집 인터뷰| 김용익 운영위원장(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가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활동한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그는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라 할수 있는 고령사회의 도래에 맞서 종합적이고, 미래적인 대안마련에 주력했고 그 결과물이 머지 않아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를 만나 고령사회에서 의료가 담당할 역할과 의료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편집자주>김용익(54)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강'을 고령사회 대책의 가장 핵심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고령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노인에게 재교육과 함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건강'이 밑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 측면에서도 불임해소, 아이의 건강유지는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건강'을 제공하려면, 의료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현재 의료시스템으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의료비 측면에서도 그렇고, 시스템적으로도 그렇다.
김 위원장은 먼저 "의료체계의 낭비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체계 낭비요인 줄여야"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낭비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만성기 환자는 급성병원에 있고 지역사회에 있어야 할 환자는 만성기병원에 있으며, 1차의료기관이 2차환자를 보고, 2차 의료기관이 1차환자를 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는 원천적 낭비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비는 의사의 직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낭비요인을 줄여, 절약된 돈으로 수가를 올려줘도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급성기병원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못하는 중소형병원은 요양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면서 "(여러 질병을 다루는) 종합병원은 300병상은 되어야 효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있으면 (자율적이든 타율적이든) 고치려는 노력이 있기 마련이다"면서 "과분수 상태인 1, 2, 3차 체계를 조정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사회, 의료계 관심은 부족"
김 위원장은 고령사회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고령사회 관심이 '노인수발보험'에만 머물러 있고, 노인의 포괄적 건강문제나 저출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출산 연령이 높기 때문에 불임이 늘고 있다"면서 "의료계가 의학적 관심을 바탕으로 늦은 출산이 위험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소아과,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문제에 적극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건강의 문제는) 의료계가 나서야 국민이 이해한다"면서 "의료계가 국가적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로 비난만 해서 풀린 일 있나"
고령사회를 대비해 보건의료 각 직역들의 협력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의사, 약사, 한의사간을 갈등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는 방법 뿐이 없다"면서 "갈등을 '명확히' 하고 문제를 '명시'하고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각 직역들이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 서로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서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같은 방식으로 일이 제대로 풀린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전법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한가지 전법만 30년동안 써왔는데, 이기지 못했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면서 의약계의 대승적 협력을 당부했다.
물론 첨예한 이익이 맞물린 상황에서 이익집단들이 대립에서 협력의 관계로 바뀌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언제까지 비난만 하는 갈등관계로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약사도 한의사도 의사가 '큰집'이고 '큰형님'이라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면서 의료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의료산업화 실용적 접근해야"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보건의료제도개선 소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의료산업화 논란에 대해서는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산업화와 공공의료가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선택의 자율성은 주되, 전체 국민의 의료보장을 해치지 않게 하면 의료가 다양하고 풍부해 진다"고 강조했다.
영국도 국영의료체계를 도입하면서도 병상의 10%를 '자비병상'으로 허용했다는 것.
다만 현재의 논란처럼 지나치게 산업화만을 강조하거나, 자율성 전체를 금지하자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게 김 위원장의 지적. 그는 "미국과 같은 의료시스템으로 가면 국가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령사회를 대비한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돼야 하는 덕목이다. 치료적 대응이 주도하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고령사회를 맞아 고혈압·당뇨병 관리, 암 조기발견사업 등 예방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사업이 '공공의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
그는 "의료산업화 문제를, 자비로 치료받고 싶은 욕구도 들어주면서 의료비 앙등을 유발하거나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실용적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체계가 위험한 상황인 것을 모두 아는데,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