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벼랑끝 대결..등 돌린채 의혹 난무

발행날짜: 2006-03-17 12:50:58
  • 교섭 없이 '설'만 눈덩이, 사 "안 만난다" 노 "맞대응"

|긴급진단|세종병원 분쟁 장기화 원인과 쟁점
보건의료노조가 세종병원에서 2박3일간 집중투쟁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노사는 교섭의 기미는 커녕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병원계 임단협을 앞둔 시점에서 이들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이른 것일까. 세종병원 사태의 원인을 짚어봤다.<편집자 주>
세종지부 노조가 병원 내 농성장에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실시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노조 탄압'

부천 세종병원 노사 대립은 임단협(임금인상 및 단체협약)부터 시작됐지만 병원 측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 등 노조 탄압설이 불거지면서 노사간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보건의료노조 세종지부 관계자는 17일 “작년 15차례 교섭을 갖는 동안 병원의 실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장이나 대표이사는 단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며 “병원 측은 처음부터 교섭할 의지가 없이 단체협약을 해지하기 위해 시간만 끌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이 노조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은 병원 직원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사간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단체교섭안에 대한 양측의 이견보다는 병원의 ‘노조 말살설’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병원은 노조 말살설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세종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언제라도 단체협약에 나설 의향이 있다”면서 “단체협약안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말소됐고,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맺는 게 공평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나섰다.

세종병원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이 병원 앞에 걸린 현수막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조 말살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의혹들이 떠오르고 있다.

<의혹1>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경영지원본부장 고용?

노조는 박영관 병원 이사장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경영지원본부장을 고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노조 해체 전문가로 알려진 현 K본부장을 고용한 것은 결국 세종병원의 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 K본부장은 대전S병원, 도시가스공사 등 노조를 없앤 경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은 “현 경영지원본부장은 세종병원의 경영에 관련 임원으로 고용된 직원으로 병원 전체 경영 업무를 맡고 있다”며 “현재 노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면 모르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대전의 S병원에서 노무담당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그의 직책은 계장으로 총괄책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의혹2>노조탄압은 2세 경영체제를 위한 작업?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세종병원 2세 경영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주장’에 대해 세종병원 측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2세 경영체제설의 주인공인 대표이사의 아들은 현재 S의대 교수로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라며 “이사장 또한 2세 경영체제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는 걸로 안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2세경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의혹에 대해 “세종병원은 18년간 노조가 있어왔던 곳이고 550여명의 직원이 있는 병원에서 노조가 없을 수 있겠느냐”며 “노조 말살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분명히 했다.

병원 측의 2세 운영체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대표이사가 왕성한 경영활동을 보이고 있고 2세가 S의대 교수직을 맡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혹3>노조탄압 위해 용역 깡패 고용했다?

보건의료노조가 몇 차례의 집중투쟁을 실시하면서 노사간 극심한 폭력이 있기까지는 병원 측이 무리하게 노조의 진입을 저지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노조는 최근 노조 파업이 시작되면서 고용된 보안팀 직원들이 ‘용역깡패’이며, 조합원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은 “노조의 계속되는 집회, 집중투쟁 등을 저지하기 위해 직원을 고용한 것은 사실이나 용역깡패는 아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1월 18일 노조에서 삭발식을 거행했을 때 보안직원 5명을 고용해 병원을 지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이후 30명을 추가 고용해 노조가 병원으로 진입해 집회나 대규모 농성을 실시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시로 고용된 보안 직원들은 노조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병원 내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3일 총력투쟁을 시작하며 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집중투쟁 이후 교섭에 대한 노사간 입장에 차이가 생겼다. 노조는 여전히 교섭을 원했지만 병원 측은 갑자기 “교섭은 없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노조 "교섭 추진" VS 병원측 "이미 중앙선을 넘었다"

세종병원 노조지부는 노동부를 통해서라도 교섭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병원 측은 “노조는 이미 중앙선을 넘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다”며 앞으로 교섭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표명했다.

세종병원 관계자는 “최근 집중투쟁 전 우리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를 강행했다”며 “병원은 더 이상의 교섭이 없음은 물론이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처리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가 교섭을 추진한다고 해도 우리는 법적으로 당당하며”며 “노동부도 교섭을 병원 측에 강요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노조는 15일 부천경찰서에 집중투쟁 당시 폭력을 휘두른 병원 측에 대해 처벌을 촉구하고, 16일 인권유린 및 성희롱에 대해 병원 측을 인권위에 제소했다.

세종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은 다음주 발표될 출입정지 가처분신청, 퇴거불응과 관련 법적 결과만 기다리며 교섭에는 응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이라며 “병원측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는 한 노조도 장기농성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김 지부장은 이어 “집중투쟁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공지한 부분인데 불법이라며 지적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면서 “단지 병원 측은 이제 투쟁도 끝났으니 다시 교섭을 미루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당장 다음 주를 기점으로 병원 측은 조합원에 대해 제기한 출입정지 가처분신청과 퇴거불응 법적조치에 대한 결과를 나온다.

세종지부 노조 파업이 장기화 돼 가는 가운데 끝내 교섭은 이뤄지지 않을 것인지 병원계 임단협을 앞둔 시점에서 사태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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