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IV감염인 및 AIDS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료·복지서비스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국·공립병원을 이용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인하의대 사회의학과 이훈재 교수는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발표한 'HIV 감염인 및 AIDS환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라는 논문을 통해 국공립병원의 역할과 보건의료인들의 각성을 주문했다.

이훈재 교수는 논문을 통해 "HIV감염인은 정기적인 감염내과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감염내과가 있는 의료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민간병원에 수익성이 높지 않은 특정 과목개설을 강제할 수 없는 국내 의료체계를 고려하면 이는 국공립병원의 몫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HIV감염인들은 합병증으로 장애나 치매가 발생하기 쉽고 최근에는 노령의 HIV감염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따라서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단순한 치료기관뿐 아니라 전문적으로 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HIV감염자 전문요양시설'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HIV감염자와 AIDS환자에 대한 보건의료인들의 편견과 지식부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훈재 교수는 "조사결과 HIV감염자에 대한 전문의들의 인식과 태도가 일반 국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국내 의과대학 중 HIV에 관련한 과목을 개설한 대학이 전무한 상황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문의 중 HIV감염인이나 AIDS환자에 대해 공부하거나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는 비뇨기과, 대장항문외과 의사중에서도 34.6%에 불과했으며 이중 65%이상이 전공의 시절 5명 이하의 환자를 진료했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훈재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국내 일부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의사를 제외하고는 HIV나 AIDS는 국내 의사들에게 매우 생소하며 꺼려지는 질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정부와 관련학회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또한 현재 HIV, AIDS를 담당하는 보건소 직원들이 아무런 직무교육도 받지 못한채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들이 업무에 들어가기전에 전문학회나 의료기관에 위탁해 최소한의 직무교육을 받을수 있도록 의무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훈재 교수는 HIV, AIDS환자들의 사생활 보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조사결과 일부 대학병원에서 HIV, AIDS 등 특수질환 환자가 입원할때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 보유자가 보증을 서도록하며 또한 신병인도각서 작성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러한 이유로 HIV나 AIDS를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주변인에게 감염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치료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HIV·AIDS 환자들이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호받고 마음편히 치료 받을수 있도록 특수질환자 신병인도각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한 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