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사건-성모병원' 임의비급여 닮은꼴

안창욱
발행날짜: 2007-09-03 07:10:33
  • 헌법소원후 재조명..허가외 투여, 의학적 근거 제시 유사

최근 헌법재판소 주심 재판관이 임의비급여를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라는 보충의견을 제시하면서 헌법 소원의 발단이 된 ‘아토피사건’이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이 사건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모병원 과징금 사태와 흡사한 점이 적지 않아 항소심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은 소아과 전문의인 노건웅 박사가 보건복지부장관과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및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보건복지부가 2002년 노 박사가 몸담고 있는 서울AC의원에 대해 실사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당시 복지부는 서울AC의원이 복지부가 아토피 치료제로 고시하지 않은 주사제를 사용하면서 의료비를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했다며 2005년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렸고, 공단은 9억여원을 환수했다.

그러자 노 박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대리인 대외법률사무소)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소송에서 노 박사는 복지부가 아토피 증상 검사시 항원특이적 면역글로불린E 검사 6종, 첩포시험 30종, 알레르겐 피부반응검사 중 피부단자시험 55종, 피내반응검사 20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같이 검사항목을 제한한 것은 전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박사는 “복지부 고시가 각 검사방법 별로 검사항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로서 꼭 필요한 검사를 하지 못하거나, 검사항목을 초과해 검사를 하더라도 검사비용을 공단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청구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노 박사는 “복지부에서 한정한 검사 방법 외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료를 한 결과 환자 치료 성공률은 95%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노 박사는 연세의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제일병원 알레르기 클리닉 전담의사, 성균관의대 소아과학교실 조교수, 미국 미시간대 미생물학․면역학 교실 초빙교수를 거쳤다.

특히 인터페론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인 집진드기에 대한 내성을 유도하는데 성공해 새 치료법이 국제 면역학잡지인 ‘사이토카인’에 실리기도 했다.

이 새 치료법은 2004년 5월 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지만 그 이전부터 인터맥스 감마주사제를 이용한 것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노 박사가 개발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법이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에게 이를 동의했다 하더라도 진료비를 부담시키는 것은 과잉진료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중증 아토피 환자들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하고 상응하는 치료비를 받았으며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한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표준치료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정부 고시가 정한 치료방식을 고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문가의 재량성 보장을 통한 치료목적 달성이라는 공익 목표와 충돌되는 측면이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복지부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아토피사건의 원고측 변호를 맡은 대외법률사무소는 성모병원 사태 역시 식약청 허가사항 범위를 초과해 약제를 투여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성모병원과 관련 학회에서 식약청 허가범위를 초과한 약제라 하더라도 급여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었고,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토피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노 박사가 아토피 치료에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모병원이 백혈병치료의 메카이며, 양자 모두 환자 치료를 위해 식약청 허가사항이나 복지부 고시를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에 대해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는 “성모병원 사태는 아토피사건과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면서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임의비급여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우리가 항소심에서 또다시 승소하면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 조대현 주심 재판관은 노건웅 박사가 제기한 ‘건강보험요양급여행위 및 그 상대가치점수 고시 위헌확인’ 청구소송을 기각하면서 "임의비급여를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의료수행 기본권을 불합리하게 과잉규제하는 것"이라는 보충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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