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통해 삶의 다양성 맞보죠"

이창진
발행날짜: 2008-03-20 07:39:53
  • 본사 근무시 한국 위상 절감…"치열한 삶 즐겨야"

[기획] 제약의사 릴레이 인터뷰 ④노바티스 정승원 이사(CNS 사업부)

‘제약의사’라고 하면 출시된 제품을 홍보하는 단순 업무로 이해하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학술과 홍보 뿐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제품구매를 위한 비니지스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다. 의과대학과 전공의 등 10년의 생활을 거친 많은 의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걸맞는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는 형국이다. 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부사장)의 협조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약 10회에 걸쳐 학술과 마케팅, 제품개발, 약가 등에서 자신의 꿈을 일궈나가는 제약의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일상의 절반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정승원 이사는 화려한 경력과 다른 순박한 모습을 보였다.
“의사가 신약을 판매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죠. 고객인 의사가 원하는 과학적 정보를 파악해 업체와의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에 해당된다고 할까요.”

노바티스 CNS(중추신경계질환) 사업부 정승원 이사(38, 연세의대 97년졸)는 마케팅 담당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감을 이같이 피력하고 제약의사에 대한 편입견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승원 이사는 의대 졸업 후 베인&컴퍼니 컨설팅 업체에 첫 발을 디딘 후 다국적제약사인 한국 오가논(02~03년)에 이어 미국 MIT MBA 경영학 석사(03~05년) 수료, 스위스 노바티스 본사 마케팅(05~07년)을 거쳐 곧바로 한국 노바티스(07년~현)로 짧지만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정 이사는 “의대 시절부터 같은 환자군을 경험해야 하는 진료의사 보다 삶의 다양성에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비즈니스와 경영 등 새로운 길을 찾아 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오가논에서 잠시 근무하면서 제약의 매력을 느꼈지만 무엇인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며 MBA 이수를 위해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MBA 코스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것 같습니다”라며 “단순한 학문 차원을 넘어 다양한 민족과의 만남을 통한 다문화 사회를 경험했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죠”라고 국제적 감각을 배양한 미국 시절을 되뇌였다.

정 이사가 노바티스 본사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의학분야의 위상이 놀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의사와 파트너십 유지가 관건“


정승원 이사는 “과거 다국적사의 시장조사가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에 한정됐다면 몇 년 전부터 한국이 조사 대상국에 포함됐어요”라고 전하고 “이는 국내의 높아진 임상수준에 기인한 것으로 한국 의사를 미국과 동일시하는 수준으로 발전됐음을 반증하는 셈이죠”라며 근거중심의학(EBM) 발전을 일등공신으로 평가했다.

마케팅의 특성과 관련, “주 고객인 의사와의 파트너십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게 가장 힘들고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의사들이 원하는 과학적 정보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정확히 전달한다면 판매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여겨집니다”라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귀뜸했다.

그는 이어 “제가 의사기 때문에 갖는 매리트는 제품 질환군의 특성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이지 의사로서 마케팅은 없죠”라고 전제하고 “동료의사들도 원칙중심의 관계를 원하지 모험적(?) 관계는 원하지 않습니다”라며 연구와 안전성에 기인한 마케팅 전략을 설명했다.

다양한 문화와 경력을 소지한 정승원 이사는 후배 의사에게 제약사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알고 도전할 것을 조언했다.

정 이사는 “본사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보스가 5차례 바뀌었고 그 때마다 새로운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역동성을 체험했죠”라며 “진료과장 1명 밑에서 수년간 일하는 것과 달리 급변하는 조직 룰에 맞춰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업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i3#"화려함 아닌 본질에 도전하라“


그는 “해외 출장이다, 진료가 없다는 식의 제약의사의 화려함이 아닌 의사와 환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하고 “의사 자격증에 역할을 맞추기보다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를 명확히 짚고 가야죠”라며 변화를 즐기는 의사들의 도전을 주문했다.

정승원 이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연에 얽매이지 말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라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면서 “저의 사견으로는 책을 1시간 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사람과 만나는게 자신의 인생을 풍부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조직생활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내비쳤다.

제약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제약의 삶은 치열하다”고 말하고 “제약에 궁금하고 관심있는 의사라면 누구든지 기쁜 마음으로 만나 자장면을 먹으면서 속깊은 대화를 하고 싶네요”라고 말해 제약계에 어렵게 문을 두드리는 후배들에게서 느낀 안타까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승원 이사는 “맡은 분야가 중추신경계 질환군인 만큼 신경과와 신경정신과 분야에 대한 늦은(?) 공부가 쉽지는 않네요”라면서 “전략을 수립 후 현장에서 뛰는 마케팅을 즐기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제약의사들조차 생소한 마케팅 업무를 본사에서 출발한 정 이사는 한국 제약계라는 축구장에서 노바티스 유니폼을 입고 공격형 미드필드다운 전천후 전략가로서 골문을 향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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