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섭렵의 필수 과정…"약가 결정, 매출 목표 좌우"
[기획] 제약의사 릴레이 인터뷰 ③GSK 구혜원 이사(약가 및 경제성 평가부)“신약의 약가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상황에서 사실 별 재미는 없어요. 하지만 마케팅과 영업팀이 저희의 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는 상황이죠.”
‘제약의사’라고 하면 출시된 제품을 홍보하는 단순 업무로 이해하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학술과 홍보 뿐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제품구매를 위한 비니지스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다. 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부사장)의 협조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약 10회에 걸쳐 업체별 학술과 마케팅, 제품개발, 약가 등에서 자신의 꿈을 일궈나가는 제약의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GSK 구혜원 이사(40, 인제의대 93년졸)는 제약업체의 특수부서인 약가 및 경제성 평가부 책임자로 약가 책정의 어려운 환경을 이같이 피력하면서도 갈수록 중요해지는 부서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제약의사로 가장 흔한 업무인 학술과 마케팅도 아닌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약가를 담당하게 된 계기는 의대생 시절부터이다.
본과 3~4학년 시절 부산백병원에서 진료과 실습 중 그의 머리에 떠오른 첫 생각은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역할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매일 아픈 이를 돌봐야 하는 일반적인 의사와 자신과의 거리감을 깨달았다는 것.
구 이사는 “그때부터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약물역학 박사학위 취득 후 국제백신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됐어요”라며 “그러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에서 의료경제학 석사과정 후 2004년부터 노바티스를 시작으로 MSD를 거쳐 GSK에서 근무하고 있죠”라며 지난 8년간 빠르게 변화한 자신의 인생목록을 설명했다.
"약가, 비의사 관계 넓히는 업무“
그는 “제가 일반 의사들에게 생소한 약가를 담당하고 있지만 동료의사들을 보면 ‘존경스럽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대학병원이 됐건, 의원이 됐던 매일 아픈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진료의사들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지죠”라고 말해 의사들의 심적 고통에 대한 경외감을 표했다.
구혜원 이사와 제약사의 인연은 서울대병원 전임의 시절 임상시험에서 출발했다.
구 이사는 “제약업체 임상을 맡았을 때부터 왠지 친근감이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헤드헌터를 통해 노바티스에 첫 입사하게 됐죠”라면서 “제가 의료경제학을 공부하고 귀국했을 때 정책적으로 약가 경제성 논의가 시작단계에 있어 제약사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라며 우연히 발을 디딘 의료경제학을 든든한 후원자로 평했다.
약가 업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약가 부서가 하는 일은 허가업무로 보험등재와 약가를 받는일”이라고 말하고 “과거 식약청 허가 후 바로 약가와 발매가 가능했다면 현재는 수 백 페이지에 달하는 경제성 데이터를 토대로 심평원 및 공단 등과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구혜원 이사는 이어 “제약사 학술부서는 의사의 전문성과 학맥 등 인적 네트워크 등이 크게 기여하나 약가는 오히려 비의사와 관계를 넓힌다고 봐야죠”라고 전하고 “약가 협상시 임상 등 제출한 결과자료의 이해와 더불어 의료체계 및 제도 그리고 심평원의 심사 잣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라며 의사직에 무감각해진 업무의 특수성을 피력했다.
제약사 약가 업무를 담당하면서 근래 그가 깨달은 점은 ‘제약은 비즈니스이다’라는 부분이다.
“약가 심의를 위해 심평원과 공단을 방문하면 저를 의사로 보지 않죠. 어느 회사냐, 무슨 제품이냐로 보여진다고 봐야죠”라며 철저한 비즈니스에 입각한 회사와 정부간 업무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동료의사들, 세상에 귀를 열어라“
권 이사는 “솔직히 약가 업무를 후배의사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네요. 하지만 제약계로 진출해 대표라는 커다란 꿈에 도전하고 싶다면 한번쯤 거쳐야 할 부분”이라면서 “제약사의 최전방부대가 마케팅과 영업이라면 약가부서의 결과에 따라 매출규모와 작전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해 매출액에 치명적 역할을 담당하는 약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자사라도 신약은 일 년에 많아야 1~2개로 약가 업무 대부분이 기존 발매제품의 적응증과 제형·함량 변경 등에 따른 허가와 약가 등 업무가 주를 이룬다고 봐야죠”라고 말하고 “학계에서 ‘제4의 장애물’이라고 일컫는 경제성 평가의 벽을 뚫어주는 역할”라며 약가 책임자로서 자부심을 피력했다.
후배의사에 대한 구 이사의 조언은 ‘거시적 안목’이다.
구혜원 이사는 “여러 외자사를 옮기면서 느낀 부분은 회사마다 색깔이 다르다는 점으로 문화와 업무 및 대화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제약사가 아니더라도 헬스케어 시스템의 변화와 정책 등을 크게 바라보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가끔 의사 친구들과 만나면 수가와 진료 얘기가 주를 이루지 포지티브시스템 등 처방권에 영향을 미치는 약가 정책에는 둔감한 것 같아요”라면서 “의사들도 진료실에 국한하지 말고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요”라며 동료의사들의 넓은 시각을 주문했다.
구혜원 이사는 ‘Happy Daily Life' 좌우명을 반려자인 동료의사 이건세 교수(건국의대 예방의학)와 만끽하면서 약가 현안에 대한 짓궂은 질문을 시종일관 미소와 방어책으로 받아넘기는 비범하지 않은 내공을 발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