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료권은 곧 환자의 권리

조형철
발행날짜: 2003-10-06 06:47:18
최근 한 혈우병 환자의 치료비가 10억이라는 보도에 기존 심평원의 삭감이 정당하다는 반응을 보여왔던 시민단체들이 급여삭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 했던가, 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시민단체들이 여지껏 건보재정 확충과 도덕성을 이유로 의사들의 급여청구를 부당허위청구로 의심해 왔던 것이 바로 그네들 아니었던가.

우리는 이 시점에서 이 사회가 의사들이 삭감을 우려해 소신진료를 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그저 한낱 의사들의 이권을 챙기기로만 흘려 들었던 것은 아니었던가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혈우병 환자와 같이 초기에 고가약 처방과 소신진료를 통해 충분히 치료비를 줄일 수 있는 상황도 우리나라 진료현장에서는 삭감 때문에 함부로 고가약을 쓸 수 없다"며 "조금이라도 병이 애매한 환자를 진료할 때면 삭감이 되지 않는 최소 진료냐 삭감우려가 있는 최선의 진료냐의 사이에서 의사는 갈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바로 우리나라 의료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환자들은 건강보험 재정부실에 따라 경제적인 치료밖에 받을 수 없는 실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진료를 받고 더 좋은 약을 처방받길 원한다면 진료한 의사의 급여삭감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건강보험 재정에 발목을 잡혀 환자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에 대해 외면해야 하는 것인가.

한 혈우병 환자의 어머니는 "효능이 있는 고가약을 곧바로 쓰지 못하고 효과없는 권장약 투여로 치료시기가 늦춰지는 것을 보며 부모로써 속이 새까맣게 탔다"며 "삭감때문에 의사들이 소신진료를 하지 못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도 심평원의 눈치를 보기보다 소신있게 진료할 수 있는 권리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료계의 현 상황을 알지 못하던 환자들도 자신들이 직접 겪고 느낀 후 일선 진료현장에 대해 의사들과 공감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들에게 공보험이 제공하지 못하는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4일 권용진 부대변인은 한 방송 토론회에서 "이젠 우리나라 근본적인 의료체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민감보험도입으로 의료기관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보험이 커버할 수 없는 부분까지 억지로 커버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보완적인 측면에서 민간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민정서로 볼때 이 또한 돈을 더 벌기 위한 의사들의 '꾀'로 치부하고 환자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에 대해 간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사들의 진료권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권한이 아니며 곧 환자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들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정부와 시민단체는 올바른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의료계도 허위청구로 인한 삭감을 줄이고 자구책을 강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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