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봉사하는 의사들

장종원
발행날짜: 2003-11-06 07:19:17
지난 2일 창원에서는 100여명의 의사회 회원과 외국인 노동자 등이 함께한 ‘외국인 노동자 도우미 병원 개원식 및 이주 노동자를 위한 의료봉사단 발대식이 열렸다.

이날 발대식을 시발점으로 창원시 의사회는 매주 일요일에 외국인노동자 상담소 한 켠에 마련된 간이 진료소에서 무료 진료 서비스를 하게 된다.

더욱 큰 것은 ‘엔젤 클리닉’ 네트워크로 여기에 가입된 병•의원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이 언제든지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어 특정한 날짜를 기다려야만 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젠 상시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특별한 혜택을 누리게 됐다는 점이다.

이 ‘엔젤 클리닉’에 참여한 병•의원은 창원지역에서만 60여개에 이른다. 공단지역이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려오면 어쩔까하는 걱정이 들만 한데도 이 많은 숫자가 참여했다.

또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공제회라는 단체에 속해 무료 혹은 저렴하게 환자를 치료하는 병•의원이 전국적으로 700여개에 달했다.

박양동 창원시의사회장은 “의료라는 것 자체가 공공성을 지닌 것”이라며 “’엔젤 클리닉’과 같은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돋보이거나 스스로 나서지도 않았다. 그러나 묵묵히 봉사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들의 그늘안에서 그나마의 평안함을 누렸다.

과거 독일과 아랍권으로 국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간호사로 광부로 그리고 건설노동자로 빠져나가던 나라가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돈을 꿈을 이루기 위해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과거 독일에서 가장 힘든 치매노인을 돌보는 일을 했던 한국 간호사들은 비교가 안되는 따뜻한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어설픈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인간적 멸시뿐 아니라 한달에 3만원을 월급이라고 내놓는 뻔뻔함과 여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성적 가혹행위, 강제추방의 두려움.

이것들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그려냈을 듯 싶다.

그러나 노동자센터와 지역 의사회의 따뜻한 시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진 한국사회의 부정적 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단초가 됐음이 분명하다.

의권이 세워지는 것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의권을 세우기위한 사회참여가 아닌 사회참여를 통해 의권이 저절로 회복되는 자연스러운 길을 택하길 바란다.

전국의 많은 병•의원이 의권을 세우기 위한 조용한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언론이나 의사단체의 관심은 그런 것이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어떤 뛰어난 정치력이나 투쟁력보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무엇보다도 의권을 세울 강력한 무기라는 걸 아는 의사들은 오늘도 현장에서 묵묵히 실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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