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천형인가?

정의화
발행날짜: 2004-03-08 02:01:48
  • 정의화 국회의원

1992년 12월 미국 상원재정위원회 에이즈 공청회에서 하버드 대학 윌리암 헤젤다인 교수는 2010년경에는 10억의 세계인구가 감염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에이즈가 만연된 몇몇 국가들에서는 에이즈와 더불어 살아가는 "에이즈시대"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이즈가 위험수위에 올랐다. 국립보건원은 2002년 4/4분기에 123명이 HIV에 감염된 자로 발견되어 국내 HIV 감염자수는 총 2,008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으나, 이것은 공식적인 통계일 뿐 실제는 이보다 5배정도는 많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에이즈 예방 예산 확보조차 어려워"

에이즈는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자인 ‘AIDS'로서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 불리우고 있다. 원인병원체인 HIV는 인체에 침투하여 면역계통의 사령관격인 [협조 T림프구]를 공격하여 HIV를 증식하면서 파괴시키기 때문에 서서히 면역기능이 저하되게 된다. 따라서 HIV에 감염되면 각종 질병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떨어진다. 에이즈란 HIV가 인체에 침투하여 심한 세포성 면역결핍이 초래되어 면역기능을 약화시킴으로써 기회감염, 악성종양, 신경장애 등 여러 가지 병이 생기는 증후군이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는 1981년 미국에서 공식 확인된 이래 2000년 말 현재 전세계에서 약 5,000만명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사망하였거나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작 심각한 현실은 지금 현재 감염되어 있는 사람 중 90%가 자신의 감염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4세 이하의 청소년의 경우 1분에 6명꼴로 감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병이 무서운 이유는 치료가 어렵고, 가정파탄, 사회혼란, 경제손실, 나아가 국가안보의 위협까지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방만이 최선의 길이 할 수 있다. 보통 에이즈를 무조건 무서워 하지만 에이즈는 오히려 예방이 확실히 가능하다. 왜냐하면 원인, 정체, 감염 경로 등이 거의 다 밝혀졌기 때문이다.

주로 성접촉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성생활을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건전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도 생존을 염려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에이즈 예방을 위한 홍보와 계몽을 위한 정부 노력 또한 중요하다. 지금껏 정부는 에이즈환자들에 대한 격리치료위주의 정책을 펴왔을 뿐 잠재적 환자군에 들 수 있는 일반인들에 대한 홍보와 계몽은 등안시 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최근들어 에이즈 예방 단체들에 대한 예산지원도 중단시키기에 이르렀는데, 다행이 필자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원회’활동을 하던 지난 2001년과 2002년에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던 예산을 동료의원들을 설득해 반영시켰을 정도였다.


HIV / AIDS 사회적 편견과의 싸움

AIDS는 더 이상 단순한 건강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다. 두려움과 정보의 부재, 이 병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선전, HIV / AIDS를 둘러싼 금기 등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잘못된 인식과 감염자에 대한 차별을 갖게 한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차별은 차례차례로 HIV / AIDS에 감염되거나 영향 받은 사람들을 직장에서, 학교에서, 의료원에서, 혹은 그들의 가족과 사회에서 배제시킴으로서 그들을 해치게 된다.

이것은 또, HIV / AIDS로 영향을 받은 이들의 수치심과 죄의식을 갖게 하여 고통을 증가시킨다. 차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환자들은 AIDS 치료법을 찾거나 혹은 자신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HIV / AIDS 감염된 환자들이 자신의 감염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국가 보건 체계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HIV에 감염되거나 혹은 AIDS로 사망한 부모를 둔 청소년들에게 고통과 고민을 대물림하게 됨으로써, HIV의 보급을, 특히 성인보다 상처받기 쉬운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욱 빨리 확산시킨다.

잘못된 인식과 환자들에 대한 차별은 사람들에게 그 위험을 이해시키고, 스스로와 환자를 보호하며, 그들의 공통체와 나라에서 살아가고, 또한 그들 주위의 병자나 감염자를 받아들이고 정보와 치료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조차 막아버린다.

HIV / AIDS 감염자를 걸어 다니는 바이러스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침묵을 깨고, 사회적 장벽을 철폐하고 HIV / AIDS 감염자들을 양지로 나오게 해 더 나은 치료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영국의 록 그룹 ‘퀸’의 리드 시어 프레디 머규리(Freddie Mercury)와 NBA에서 맹활약했던 농구선수 매직존슨(Magic Johnson)도 AIDS환자였으나, 우리는 그들을 병을 옮기는 환자로 취급하지 않았다.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난해 세상을 등진 ‘언코시 존스’(남아공 12세 소년)는 8살에 남아공 정부와의 투쟁을 통해 「AIDS 환자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었다. 어린 나이에 그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세상 사람들을 향해 “에이즈 환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정상인처럼 대우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그들을 멀리하기보다는 가까운 이웃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에이즈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나라’에서만 앓고 있는 질병이 아닌 전 세계의 재앙이다. 그러나 이 재앙도 “우리가 협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Together we can)”는 신념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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