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국가인증제 껍데기만 남을 것"

안창욱
발행날짜: 2009-02-18 12:22:27
  • 의학계, 내년 시행 심각한 우려…정부 "국정과제다 보니"

보건복지가족부가 당장 내년부터 의료기관평가를 국가인증제 방식으로 서둘러 전환하려는 이유는 뭘까?

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 국가인증제가 2010년도 국정과제에 올라 있기 때문에 서두르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국가인증제를 시행할 경우 기존 의료기관평가만도 못한 껍데기 평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최근 “내년부터 의료기관평가를 국가인증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이를 위해 현 의료기관평가 기준을 일부 개선하고, 인증 방식은 △인증 △조건부 인증 △불인증 방식을 유력하고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기구에 대해서는 일단 정부가 주도하되 향후 민간주도형 독립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의료기관평가 국가인증제를 시행하기 위한 의견수렴이나 준비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평가 국가인증제는 이명박 정부의 2010년도 국정과제에 올라있기 때문에 일정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된 상황이어서 이와 연계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적쌓기식 국가인증제 도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는 18일 “2004년부터 의료기관평가를 시행해 왔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의료계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큰 틀이 국가인증제”라고 환기시켰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 국가인증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평가기준, 평가방법 등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데 현 의료기관평가를 보완하는 정도에서 시작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의 행태를 보면 의료기관평가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 없이 국정과제를 이행했다는 가시적 성과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식으로 간다면 국가인증제는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의 틀을 만든 후 시행할 수는 없겠지만 1~2년간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보건산업진흥원이 움켜잡고 가는 한 의료기관들의 자발적 참여나 권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주도형 국가인증제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는 “정부가 자꾸 주도권을 잡아가려고 하는데 외국은 대부분 민간이 주체가 되고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간 주도형이 되도록 하고, 정부는 평가결과에서 도출된 정보만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의료기관 국가인증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에서 시행방안을 검토해 왔다는 입장이다.

반면 그는 “태스크포스가 가동되긴 했지만 평가기준, 평가방법, 평가주체 중 합의된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복지부가 속도를 내기 위해 모양새만 갖추려 한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특히 그는 “복지부 방식대로 국가인증제를 강행하면 의료기관평가 때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의료기관 수용성이나 소비자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인증제를 조급하게 서두를 게 아니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현재 방식대로 국가인증제가 시행되면 제2의 보건산업진흥원, 심평원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료기관들이 의료기관 국가인증제 평가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반강제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복지부가 국가인증제 결과를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 응급의료기관평가, 각종 정부 정책사업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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