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감별 행위와 쌍벌죄

현두륜 변호사
발행날짜: 2010-04-19 06:41:26
  •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지난 2008년 7월 31일 헌법재판소는 태아 성감별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그에 따라 2009년 12월 31일 개정 의료법 제20조 제2항은 임신 32주 초과한 경우 태아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그리고 행정처분도 면허취소에서 면허정지사유로 감경하였다. 형사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비록 성감별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행정처분도 감경되기는 하였지만, 실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여전히 위협적인 규정이다. 임신 32주 이전의 성감별행위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산부가 요구하지도 않는데,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각오하고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의사는 없다.

그런데, 현행 의료법은 원인을 제공한 쪽은 처벌하지 않고, 의사만 처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무에서는 태아의 성별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임산부가 나중에 성감별을 해 준 의사를 고발하는 경우도 있다.

진찰이나 분만 과정에서 환자측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성감별행위는 의사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의사는 형사처벌 보다 면허정지 때문에, 어떻게든 환자와 합의를 해서 고발이나 민원을 막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산부인과병원에서 경쟁병원의 의사를 성감별행위로 고발한 사례가 있었다.

일부 산모들이 무심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을 근거로 거론된 의사들을 성감별로 고발한 것이다. 그 사건에서 고발된 의사는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고, 현재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형벌은 그 목적이 정당하고,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성감별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이유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막기 위한 것인데, 이는 형법상의 낙태죄를 통해서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을 부축이고, 심지어는 사적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만약 성감별 행위에 대한 금지규정을 폐지하든지, 아니면 좀더 폭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것마저도 어렵다면, 성감별을 요구한 쪽도 같이 처벌해야 한다. 이것이 법규의 실효성을 높이고, 형평과 정의의 원칙에도 맞는 방법이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