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구조조정 '급물살'…변해야 살아 남는다

이석준
발행날짜: 2010-07-13 06:50:08
  • 창간기획② 업체간 전략적 제휴-해외진출 움직임

|창간기획| 국내 제약산업, 변화에 직면하다

정부는 의약분업 이후 국내 제약산업 육성책으로 '복제약 우대정책'을 펼쳐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국내제약사들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연구개발보다는 리베이트성 판촉활동에 보다 집중했고, 그 결과 시장은 크게 혼탁해졌다. 보다 못한 정부는 급기야 받는 의사도 처벌되는 '쌍벌제' 카드를 뽑아들고, 더 이상 복제약만을 경쟁 무기로 삼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시장 재편이 진행 중인 제약산업을 조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연구개발 능력 없으면 생존 힘들다
(2) 제약업계 구조조정 임박…변해야 산다
국내 제약산업이 급속히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 능력이 없는 기업, 즉 복제약 위주의 회사에 철퇴를 가하는 정책들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정부는 올해들어 동시에 다수의 복제약이 등재되면 약값을 깎기로 했다.

퍼스트 제네릭이 무더기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같은 달에 2개 이상의 복제약이 허가를 신청하면 기존 68%까지 주던 약값을 최대 54% 수준까지 깍기로 했다.

무더기 퍼스트 제네릭 등재의 폐단인 속칭 '알박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간 제약사들은 사전 담합을 통해 같은 달 무더기 퍼스트 제네릭 등재가 가능했다.

7월부터 출시된 헵세라 제네릭들은 이번 정책의 첫 대상이 됐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같은 맥락이다.

의약품 유통 과정 실거래가 상한가를 파악, 이듬해 약값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약값 상한선 안에서 가격이 매겨지게 돼 있어 복제약 등의 가격인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개선한 것이다.

특히 '쌍벌제'는 복제약 난립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리베이트' 주 원인이 효능이 고만고만한 복제약을 가진 업체들간의 경쟁이었기 때문에 받는 자도 처벌받는 법 개정으로 '리베이트'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채찍만 가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 잘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제약사 R&D 투자유인을 위해, 초기 2년간(1·2차년) 연간 R&D 투자액 500억 이상과 투자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60%를, 200억 이상과 6% 이상 기업은 40%를 약가 인하시 면제해주기로 한 것.

또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을 위해 R&D 투자액과 상관없이 투자비율이 10% 이상이면 40%를 면제키로 했다.

업계 모 인사는 "정부는 이같은 일련의 정책들은 따라올 수 있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쯤 되자, 국내 제약업계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약사간 '합종연횡'이 그 대표적인 사례.

제약사간 전략적 제휴로 대형화, 집중화를 이뤄, 제네릭을 두고 과당 경쟁하는 리베이트 영업을 벗어나 독창적인 제품개발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과도 부합한다.

올해만해도 동아제약-GSK, 녹십자-LG생명과학 등 굵직굵직한 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단행됐다. 품목 제휴는 말할 것도 없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비용절감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전략적 제휴 및 합병, 인수 등의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김지현 애널리스트도 "저성장 국면에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수익모델 변화(아웃소싱 확대)가 국내 상위 제약사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법인 설립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법인을 만든 북경한미약품.

김 애널리스트는 "북경한미는 2014년까지 진행될 중국 의료개혁과 인구고령화, 만성질환자 확대 등으로 연평균 23% 성장하고 있다"며 "2020년에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의약품 시장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활발한 신제품 출시와 다국적제약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선두 기업들이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형국이다.

동아제약이 최근 단행한 삼천리제약 인수건도 좋은 사례이나, 국내 제약사 중 차별성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M&A 활성화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제약업계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들은 "국내 제약산업의 영세성은 그동안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연간 1조가 넘는 회사는 전무하고, 매출 1000억원 대 회사도 30여 개에 불과한 수준하다. 글로벌 제약사와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어 "최근 제약업 환경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신약 개발 능력 확대를 위한 제약기업들의 구조 조정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영업방식을 탈피, 변화를 모색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관련기사

제약·바이오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