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영업사원, 차액금 놓고 '옥신각신'

이석준
발행날짜: 2010-09-06 06:45:07
  • 쌍벌제 여파, "개인돈 썼는데 인센티브 차일피일 미뤄"

최근 제약업계에 영업사원의 차액금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쌍벌제 이후 회사에서 나오는 리베이트성 자금이 막히자, 일부 영업소들은 인센티브로 보상해준다며 당분간 개인 돈으로 영업을 하라고 지시했고, 영업사원들은 이를 따랐지만 인센티브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갈등에 봉착한 것.

영업사원들은 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을 공공연하게 권유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는 회사측 입장이 야속하다고 했다.

국내 중소 A사 영업사원은 6일 "쌍벌제 이후 회사측에서 주거래 은행을 소개시켜줄테니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받으라는 권유를 수없이 받았다"며 "개인적으로 쓴 돈은 추후 인센티브 등으로 메꿔준다고 했지만, 4~5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영업사원은 이어 "월 처방액 규모가 큰 의원을 상대로 신규거래처를 뚫거나 기존거래처를 유지시키려면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당장은 개인 돈을 활용했지만, 회사에서 돈이 나올련지 미씸쩍다. 점점 불어나는 빚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국내 상위 B사 영업사원은 차액금 500여 만원 가량 때문에 이직을 못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나오는 돈이 줄면서 영업이 예전보다 위축됐고, 거래처를 뺏기는 일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며 "올초부터 개인 돈을 조금씩 썼는데 어느새 500여 만원 가량 빚이 됐다. 퇴사하고 싶지만 차액금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개원가를 담당하는 친구들은 어느 정도 자금력이 없으면 신규거래처는 꿈도 못 꾸고, 기존 거래처는 뺏기기 일쑤"라며 "인간적인 면만을 강조해 처방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이 바닥의 세계가 이렇다"고 토로했다.

국내 중소 C사 영업사원은 "영업부장이 3년짜리 신규 계약을 맺어 지난 8월 영업사원 중 실적 1위를 했다"며 "다만 계약을 맺으면서 상당부분 자기 돈을 썼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곳 저곳에서 차액금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남일 같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약사측 반응은 두 갈래다. 이해할 수 없다는 쪽과 어느정도 공감한다는 쪽으로 나뉜 것.

국내 상위 B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에게는 하루에 3만원 가량 활동비가 나온다. 그 안에서 영업활동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며 "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을 이용해 개인 돈으로 영업을 한다는 것은 회사 방침과도 안 맞고 실적에 압박을 느낀 일부 영업사원들이 개인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국내 중소 A사 관계자는 어느정도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그는 "최근 흐름을 보면 돈을 주는 곳과 안 주는 곳이 극명하게 갈린다"며 "아무래도 전장에 나가는 영업사원들이 총알이 떨어지면 실적이 안나오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실적 압박에 못 이겨 개인 돈을 쓸 수 있다"고 수긍했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제약사-영업사원 간 차액금 분쟁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차액금으로 갈등이 생기면 제약사나 영업사원이나 골치아프다"며 "많은 제약사들이 정부 눈치를 보면 차액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행여나 영업사원 비위를 건드려 내부고발이라도 당한다면 문제가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쌍벌제 등의 정부 규제정책으로 제약사-영업사원 간에 차액금 분쟁이 골칫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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