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정책 의료계 불신 증폭…"착한 의사 만들기냐"
"전문가 집단으로서 자율적 변화를 유도하지 못하고 처벌만을 강요한 정책 방향이 아쉽다."
쌍벌제 등 리베이트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방향은 일관되게 징벌적 태도를 고수했다.
리베이트라는 오래된 관행을 끊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지만 그 부작용은 의료계 전반에 미쳤다.
"무너진 전문가의 자긍심…환자와 라포도 실종"
의료라는 전문적 영역을 징벌적 정책으로 다루려 한 데에 대한 반감과 좌절감은 상당했다.
라포로 형성된 국민과 의사간의 관계는 리베이트를 매개로 해체됐으며, 의사는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잃었다.
매일 계속되는 리베이트 보도와 경찰 수사 소식은 환자가 진료실 안의 의사를 의심하게 했고, 의사도 그런 환자를 불신하게 만들었다.
서울 중위권 한 대학병원장은 "리베이트가 가져온 긍정적 면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몰아세우기 리베이트 조사와 처벌은 국민들에게 의료계를 불신하는 또다른 불신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의사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는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형법이라는 강제수단이 아니라 자율적 방향이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에 반감…정책 순응도 떨어져"
리베이트 쌍벌제로 촉발된 의료계의 정부에 대한 불만은 결국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약품비 절감을 위한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제는 쌍벌제 파동에 가려져 당사자인 개원의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그 결과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체 의원의 34%만이 인센티브를 받았는데, 인센티브를 받은 기관 모두가 적극적인 참여로 인한 결과인지도 의심스럽다.
미용성형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세무검증제도 추진 등 다양한 의료계 압박 정책들은 쌍벌제와 함께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 키웠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모든 정책이 의사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긍정적 정책이라도 순응할 수 있겠느냐"면서 "앞으로 정부가 어떤 좋은 정책을 내놓는다 한들 의료계는 불신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착한 의사 만들기?…정책목표 분명히 해라"
이제 리베이트 쌍벌제에 의지한 정책의 한계를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의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보완대책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 목표가 무엇이냐"면서 "부정부패 척결이 목표라면 쌍벌제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 없이 경쟁할 수 없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모순, 생물학적 동등성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 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서 리베이트를 주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리베이트 근절에 집착한 나머지 착한의사 만들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학병원장은 "리베이트를 범법행위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잘 선도해서 의료와 학문,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