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께 말씀하면 만성질환관리 등록해 줍니다"

발행날짜: 2012-04-23 06:44:25
  • 상당수 동네의원 시행중…의료계 지도자들도 '말만 반대'

"원장님한테 진료볼 때 (만성질환관리제) 등록해 달라고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고혈압이 있는 어머니를 만성질환관리제에 등록하고 싶다고 기자가 모 내과의원에 문의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만성질환관리제가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제는 제37대 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최대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당선자는 신임 16개 시도의사회장들과 긴급 회의까지 열어 만장일치로 만성질환관리제를 거부하기로 하고, 제도 불참까지 독려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현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적극적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곳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메디칼타임즈는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의료계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전국의 내과, 가정의학과 의원 51곳에 전화를 걸어 환자 등록을 받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진료보면서 원장님한테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 결과 36곳이 만성질환관리제 상담과 신청 안내를 하고 있었다. 10곳 중 7곳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동네의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고 있는 곳에서 두가지 경향이 나타났다.

제도에 대한 다른 설명 없이 "원장님과 상담하면서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라는 단순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상당수 동네의원들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대구 J내과의원 관계자는 "본인이 제도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등록해 드린다. 환자 본인부담금이 원래는 30%인데 20%만 내면 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으면 검사해보고 신청하겠다는 의사만 표시하면 된다"고 밝혔다.

경북 S내과 관계자도 "당장 신청하면 다음달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먹던 약과 검사기록을 들고오면 된다. 하지만 등록하게 되면 보건소에서 개인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그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지도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전화조사에서는 시도의사회나 개원의협의회 임원 등 의료계 지도자가 운영하는 의원도 12곳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2곳 중 절반이 넘는 8곳에서 만성질환관리제 참여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개원의협의회 한 임원은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고 있다. 거부하라는 별다른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환자 본인부담금 감면에 불과하다"고 환기시켰다.

의협 한 임원도 "비공식적으로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고 있다. 환자가 신문기사까지 갖고 와 해달라고 하는데 어떤 의사가 거부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의사는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면 설자리가 없어진다. 의사들만 목소리를 높여서는 힘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의료계 지도자들의 의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해봐야 별다른 이득이 없으니 그냥 기존대로 진료받으면 된다고 설득하는 식이었다.

인천 K내과의원장은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조금 이견이 있어서 의사협회에서 잘해보려고 논의중이다"라면서 "만약 등록을 하면 한달 뒤에야 몇백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신청하지 않을 것을 유도하는 수준이었다.

"정부가 광고하지만 의사회 지침 없었다"

반면,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15곳은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공단에서는 환자 등록을 받으라고 지침이 내려왔는데 원장님이 구의사회 협조 차원에서 보류하라고 했습니다."

"복지부가 광고는 하는데,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상담직원들은 이렇게 안내했다. 구의사회, 시의사회에서 만성질환 거부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에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아예 지침이 내려온 것이 없기 때문에 원장과 직접 이야기 해보라며 전화를 돌려주는 안내 직원도 있었다.

서울 H내과 원장은 "죄송하다. 의협과 건강보험공단이 아직 제도에 대해 협의중이어서 보류 상태다. 아직은 등록할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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