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몸값 치솟던 척추병원…이젠 구조조정 한파

발행날짜: 2014-02-25 06:40:31
  •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압박…일각에선 "소신진료 위해 떠난다"


#1 올해로 15년차 정형외과 전문의 박씨(47)는 월 3천만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봉직의다. 스스로 수술 실력에 대해 자신이 있었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가 넘칠 정도로 나름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하지만 얼마 전 병원장이 경영 압박을 이유로 퇴직을 권유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동료 의사에게 정형외과 전문의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치 않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한순간에 백수신세가 되는 게 아닌가 불안해졌다.

#2 척추관절병원에서 근무 중인 신경외과 전문의 김씨(50)는 지역거점병원에 정형외과 전문의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수술 건수당 지급하는 인센티브에 매몰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내원하는 환자들의 눈빛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잉진료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에 찬 눈초리를 보내는 게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지만 달리 환자들의 인식을 바꿀 방법이 없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추락하는 척추관절병원의 또 다른 현상일까. 최근 척추병원 의료진이 자의 혹은 타의로 병원을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척추관절병원 다수의 관계자는 "한때 척추관절병원으로 의료진이 몰려들었지만 최근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영 압박 커지면서 연봉 높은 의료진 감축

몇 년전 만해도 척추관절병원은 의사 몸값을 높이면서 인근 병원에겐 공공의 적이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의사 인건비는 부메랑이 돼 병원 경영을 압박하는 주요인이 되면서 의료진 감축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일부 척추관절병원은 경력이 많고 연봉이 높은 의료진을 우선 퇴직 대상자로 꼽고 있다.

당분간 해당 의료진을 보고 찾아오는 환자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인건비 부담이 병원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병원간 과열경쟁으로 병원 홍보 및 마케팅 비용에 대한 지출이 커진 것도 큰 요인이지만 환자유치와 직결되는 마케팅을 줄일 수 없다는 게 병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척추관절병원은 마케팅 비용보다는 의사 인건비를 줄이는 쪽을 택하고 있다.

위의 박씨가 바로 이 경우다.

척추관절병원 한 관계자는 "최근 과잉수술 논란 등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술 건수가 주춤하다보니 최대치로 늘어난 의료진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의사 인건비는 고정비용 중 가장 부담이 크기 때문에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광고·마케팅 경쟁은 생각보다 치열하다. 마케팅 비용으로 월 1억~2억원은 기본이고 많은 곳은 3억~4억원까지도 지출한다"면서 "부담이 크지만 환자유치와 직결되기 때문에 포기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 지역거점병원장은 "척추병원이 앞다퉈 의사 몸값을 올려놓고, 무리하게 광고비용을 쏟아붓더니 결국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인센티브 쫒아 과잉수술 권하는 모습에 자괴감"

일부는 척추관절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병원을 옮기는 의사도 있다. 이 역시 척추관절병원 몰락의 한 단면인 셈이다.

얼마 전, 경기도 A지역거점병원에는 척추관절병원에서 근무하던 정형외과 전문의가 이직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자신도 모르게 병원 수익만 신경쓰는 모습에 자괴감을 느껴 이직을 결심한 것이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친한 동료 의사가 자신을 찾아와 자리 없는 지 묻더라"면서 "연봉이 높은 것 같지만 인센티브에 신경쓰느라 정작 환자 진료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듯 했다"고 말했다.

A중소병원장은 "면접을 본 의사는 높은 연봉도 중요하지만 소신껏 진료하고 싶어했다고 하더라"면서 "척추관절병원 내부적으로 과잉진료 및 수술에 대한 자정활동을 하지 않으면 의사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척추관절병원의 고민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면서 "수술비 삭감 및 환수에 부정적 인식확산에 따른 환자 감소, 높은 인건비와 출혈경쟁에 따른 무리한 마케팅 비용 등 악재가 겹쳐 이전의 성장세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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