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보다 싼 상급병실료…대학병원 모두 망한다"

발행날짜: 2014-06-10 06:15:23
  • 병원계, 건보법 개정안 반발…"병원별 수백억 손실 불가피"

[초점]상급병실료 개선 입법예고 핵폭풍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상급병실료 개선이라는 핵폭탄을 추가로 투하하면서 병원계가 그로기 상태로 몰리고 있다.

특히 상급병실료 감축에 더해 일반병상 확대 방안까지 추진되면서 일부 대학병원들은 수 백억대 손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이렇다할 손실 보전책은 나오지 않고 있어 극한 반발이 일고 있다.

4인실 일반병상으로 편입…2만원만 내면 입원 가능

보건복지부는 9일 오는 9월부터 4인실을 일반 병상으로 편입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기존에 상급병실로 분류됐던 4, 5인실이 일반 병실로 전환돼 상급병실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일반병상 부족으로 원치 않게 상급병실료를 부담해야 했던 환자들의 고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상급종합병원 4인실의 경우 환자들이 평균 6만 8000원의 상급병실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2만 3000원으로 본인 부담금이 크게 줄어든다.

종합병원도 마찬가지. 현재 평균 3만 9000원을 내야 했던 4인실을 1만 2000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암 등 중증질환이나 희귀난치성질환자의 경우에는 5~10%의 본인부담금만 부담하면 된다는 점에서 상급종합병원 4인실도 8천원만 내면 입원이 가능해 진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최소 70% 이상 일반병상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이어간다는 것이 복지부의 방침이다.

병원계 강력 반발…"중소 대학병원 도산 우려"

이에 대해 병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무런 손실 보전책도 없이 상급병실료를 대폭 감축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상급병실료 개선에 따른 일반병상 비율 변화
A대학병원 보직자는 "요즘 시골 여인숙에 가도 숙박비가 3만원이 넘는다"며 "6인실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4인실 병실료를 2만 3천원에 책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미 대다수 병원들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상급병실료까지 이렇게 조정하면 버틸 병원이 없을 것"이라며 "병원이 줄줄이 도산해야 정신을 차리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4인실이 일반 병실로 전환될 경우 일선 대학병원들의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기준 병원급 상급병실료는 연간 약 1조 147억원 규모로 상급종합병원은 4415억원(44%), 종합병원은 3360억원(33%), 병원은 2371억원(23%)에 이르고 있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특실과 1인실, 2인실을 제외한 모든 병상이 일반 병상으로 전환된다면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수백억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보직자는 "자세한 손실 금액은 다시 계산해 봐야 하지만 대략적으로 130억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순수하게 4인실 상급병실료 손실분만 계산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실제 손실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 대학병원들은 더욱 시름이 깊다. 그나마 간극이 있던 상급병실료가 이제는 평준화 됐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병원 집중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B대학병원 부원장은 "대형병원들은 현재 4인실 병실료로 12만원 가량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6만원밖에 받지 않았다"며 "병실료에 대한 부담으로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제는 2만원만 내면 똑같은 4인실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우리 병원에 입원하려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4인실에 입원하는 경우 입원료 본인 부담률을 30%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그는 "불과 만원 남짓한 금액 차이로 대형병원 쏠림을 막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구색맞추기용 정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병상 확대 정책도 부담…"손실 보전책은 어디 갔냐"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일반 병상 확대 정책도 상당한 부담이다. 직접적으로 병실료 차액 손실분은 제쳐놓고라도 이를 위한 시설 투자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일반 병상을 70%까지 늘리라고 하면 도대체 이를 어떻게 맞출 수 있겠냐"며 "당장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한 일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특히 우리 병원의 경우 환자 편의를 위해 기준 병상을 5인실로 모두 변경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6인실 비율을 50%이상 유지하라 하니 도대체 어떻게 운영하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또한 상급병실료 개선으로 사실상 기준 병상이 4인실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기존 6인실과 병행 운영에 대한 우려도 높다. 병상 운영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6인실과 4인실간에 가격 차이가 안나는데 누가 6인실에 입원하고 싶어 하겠느냐"며 "사실상 기준 병상이 4인실로 변경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대대적인 내부 공사라 필요하다는 것인데 대학병원 입장에서 단기간에 이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하물며 중소병원들은 오죽 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하루 빨리 약속한 손실 보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백억원대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보전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안 마련이 어렵다는 호소다.

A대학병원 보직자는 "약속했던 손실 보전책이라도 나와야 어떻게든 계산기를 두드려 볼 것이 아니냐"며 "왜 계속 정책만 쏟아지고 손실 보전책에 대한 얘기는 시작도 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만약 손실 보전책이 나온다 해도 손해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D대학병원 관계자는 "복지부는 전액 보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100% 손실을 보전해 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대학병원들이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학병원의 간판을 달고 있어 4인실 입원료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이지만 종별로는 종합병원에 포함되지 않느냐"며 "종합병원 평균 값으로 수가를 보전한다면 현재 수준의 50~60% 수준밖에 보상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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