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의사들…3중 처벌·4중 피해·5중 고통받아

발행날짜: 2014-08-28 06:00:14
  • 병원의사회 "공익이란 이름의 폭력…자진신고시 처분 면제해야"

오종배 병원의사협의회 정책이사
"사무장병원 척결에는 동의하지만 모르고 가담했던 의사들의 피해는 처참합니다. 지금같은 행정처분 방식은 비효율적입니다."

사무장병원을 인지하지 못하고 취직했던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현행 사무장병원의 행정처분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무장병원에서 일했던 의사들에게는 형사처벌과 요양급여 징수 처분 등 중복 처벌이 이뤄지는 반면 주범인 사무장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에 국한할 정도로 처벌 수위가 낮아 내부 고발을 유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7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의료정책시민연대는 공동으로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행정처분의 개선안을 도출하고 이를 정부에 촉구하기로 의결했다.

현행 사무장병원의 행정처분은 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규정돼 있다.

주범인 사무장에게는 형사처벌에 국한하고 있는 반면 가담한 의사에게는 형사처벌과 면허정지·취소, 요양급여 징수 처분까지 '3중 처벌'이 이뤄진다.

2013년 5월 이후 진료분부터 의사와 더불어 사무장도 요양급여 징수의 연대책임이 가능해졌지만 사무장병원 설립을 도왔던 다른 공범들에게 대한 형사적, 행정적 처벌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이에 오종배 병원의사협의회 정책이사는 "사무장병원의 행정처분은 정책적 방향이 사무장병원 척결에 맞춰져 있지만 사무장에 대한 처벌이 매우 약하다"면서 "의사는 저지른 불법행위에 비해 너무 가혹한 처벌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이사는 "의사 중에는 사무장병원인지 모르고 취직했던 선의의 피해자도 섞여있지만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의사들의 자진 신고나 내부 고발을 유도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사무장병원에서 일했던 의사들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데도 형사처벌과 면허정지·취소에 건보법에 의한 진료비 환수까지 3중 처벌을 받고 있다.

의료법 위반에 따른 벌금은 겨우 3백만원 수준에 불과하고 징역형이 없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보면 경범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요양급여 징수는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의료급여, 산업재해 환자에 대해서도 요구받게 돼 평균 급여비용 징수액은 6억 원에 달하고 있다.

오 이사는 "사무장이 잠적하거나 사기를 치는 경우 덧붙여 세금체납액과 채무까지 의사가 덤터기를 쓰게 된다"면서 "범죄자라는 사회적 낙인에 따른 수치심과 모결감까지 따지면 의사들은 4중 피해, 5중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협의회가 제안한 개선안은 ▲실제 이득을 획득한 사무장에 대한 요양급여 징수 ▲자진신고자들에 대한 행정처분 면제 ▲건보법 개정 이전의 사무장병원 의사들에 대한 구제 ▲처벌 대신 의사의 대체의무복무 방안 등이다.

오 이사는 "공단 대표 변호사도 언론에서 '사후적으로 의료인을 구제해 줄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면서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사전예방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진료비를 실제 이득을 획득한 사무장에게 징수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선의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의사나 자진 신고자들은 행정처분을 면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건보법 개정 이전의 사무장병원 의사들에게 대한 구제책이나 처벌 대신 대체의무복무 방안도 모색해 달라"면서 "요양급여 중 환자본인부담금 징수분은 환자에게 지급하거나 징수 범위에서 본인부담금을 제외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병원의 진료행태나 수준에 따라 징수 범위를 조정하고 사무장병원의 다른 공범에 대한 처벌 강화, 병원 개설허가시 행정기관의 엄격한 관리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협의회는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의사들을 무조건 불신하고 치졸한 변명으로 취급하지 말아달라"면서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과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것이 정당화되는 일은 전근대적이고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협의회는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범죄의 질과 양에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공익이라는 미명으로 의사들에게 자행되는 이 조직적 폭력을 막지 못하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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