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예약 후 사라진 환자들

발행날짜: 2014-09-25 05:25:18
암 수술 예약환자들이 예약을 취소하고 수술을 고민한다? 과연 사실일까.

최근 갑상선 과잉검진 논란으로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도 수술을 꺼리는 환자가 급증했다는 의료진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여론에 휘둘렸다고 자신의 몸안에 자라는 암세포를 그대로 두는 암환자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암 수술 예약 취소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는 일부 의료진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얼마 전 서울아산병원 한 교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그 교수에 따르면 갑상선 수술 거부 확인서 초안 문구작업을 검토 중이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말도 없이 수술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대책인 셈이다.

일차적으로 환자가 수술을 받지않은 것에 대해 추후 발생할 법적분쟁을 대비하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들에게 좀더 신중하게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서울아산병원이 갑상선암 환자의 수술거부 확인서 제작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조금 믿게됐다.

거듭 교수에게 확인했다. 실제로 암 진단을 받고 예약을 취소하는 환자가 많은가.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심지어 수술 예약을 했다가 말 없이 사라진 환자 중에는 예후가 안좋은 환자도 있다고 했다.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을까. 왜 수년간 의학 지식을 쌓아온 의사의 말보다 주변에 떠도는 여론이 더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일까.

모 대학병원 교수는 "의사가 하는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던 환자는 사라진지 오래"라면서 씁쓸해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누구나 의학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의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환자가 늘어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최근 갑상선암 수술 거부 환자가 늘어난 것도 의사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의사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은 생각보다 타격이 크다.

암 초기에 치료하면 수술 범위도 적고 수술 후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음에도 의사를 신뢰하지 못해 수술 시기를 놓친다면 결국 환자의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수술거부동의서 보다 더 급하 것은 의학정보에 대한 의사의 권위를 되찾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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