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야 살아남는다"…전문과 미표시 의원 갈수록 증가

발행날짜: 2014-10-06 11:51:48
  • 지난해 미표시 의원 약 5200곳…흉부외과·가정의학과 대부분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현황 분석|

전문의 타이틀을 포기하는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외과, 비뇨기과 등 이른바 '비인기과'로 전락한 전문의들 뿐 아니라 비교적 '인기과'로 분류되는 영상의학과 역시 상당수가 전문과목 간판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연보를 토대로 한 '2010~2013년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현황' 자료를 이용해 진료과목별로 전문의 간판을 포기한 의원이 어느 정도 되는지 분석했다.

전문과목을 표시하는 의원과 미표시 의원의 합을 해당 진료과 전문의 숫자로 가정하고 단순 계산했다.

분석 결과,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2010년 4954곳에서 2013년 5186곳으로 약 4.5% 늘어났다. 지난해보다는 47곳 증가한 수치다.

2013년 기준으로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중 절반 이상은 외과와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흉부외과 전문의의 경우는 80% 이상이 전문 간판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과는 2010년 1035곳에서 2013년에는 1008곳까지 전문의 간판을 숨기는 의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부인과 역시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 2010년 592곳, 2011년 601곳, 2012년 604곳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13년에는 602곳으로 조금 감소했다.

그러나 비뇨기과는 2013년 전문의 간판을 숨긴 의원이 348곳으로 2010년 249곳에서 100곳 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학과의 경우 전문의 간판을 숨긴 곳이 1727곳으로 계속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분석됐으며, 비교적 인기과로 분류되는 영상의학과의 경우도 41%가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현황(단위: 기관, %)
미표시 이유도 가지가지…"차라리 미표시가 낫다"

이같은 현상에 의료계는 전문의 간판을 포기하는 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A외과의원 원장은 "외과 전문 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과를 표방하고 있는 개원의의 절반 이상이 전문 진료를 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외과의사들은 오히려 개원을 포기하고 봉직의로 활동하려는 경향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과의원이라고 전문 과목을 표시해 의원을 해도 전문적인 수술보다는 미용이나 피부시술에 집중해야 먹고 살 수 있는 형편"이라며 "차라리 전문 과목을 표시하지 않고 의원은 운영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외과뿐 아니라 전문과목 미표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산부인과도 상황은 마찬가지.

서울의 S여성의원 원장은 "산부인과 전문의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비급여 위주의 시술을 하고 있다"며 "비급여 위주로 산부인과의원은 운영하려면 차라리 전문과목을 포기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산부인과의원들은 분만을 기본으로 해서 소아환자, 여성환자 진료까지 했다면 이제는 산부인과가 보다 여성전문으로 특화된 영역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출산율 저하로 분만이 줄어들면서 외래환자를 유지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외과와 산부인과와 달리 가정의학과는 전문과목 미표시의 이유로 의원 명칭이 길어지는 문제를 들기도 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관계자도 "간판에 가정의학과가 들어가면 의원명이 한없이 길어져서 단순히 의원이라고 표시하는 전문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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