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사로 전락했다"는 의사의 넋두리

이창진
발행날짜: 2014-11-20 11:30:21
"의사들이 잘 나간다는 것은 과거 선배들 얘기이고, 지금은 서민 의사로 전락한 것 같다."

서울 A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추락하고 있는 의사들의 비애를 이같이 표현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직후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 간판 진료과인 안과 교수들의 개원을 시작으로 인생역전을 기대한 의원급 진출이 붐을 이뤘다.

하지만 2014년 현재, 의원을 접고 봉직의로 전환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소청과 과장은 "동창들을 만나보면 개원을 유지하기 힘들어 봉직의 자리를 알아보는 의사들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진료실적에 따른 부담감은 있지만 그나마 월급쟁이 의사가 속 편하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개원와 봉직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원은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기업 자동차 공장 근로자의 경우, 수 년 일해 숙련공이 되면 연봉 7000~8000만원인 반면, 밤잠 못자는 전공의 월급은 이에 비해 턱없이 낮고 개원을 해도 병의원 무한경쟁으로 수입을 보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개원 7년차인 수도권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주말까지 열심히 진료해도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중견기업 봉급쟁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가정주부인 와이프도 의사 남편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 오래됐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의료계가 외치는 적정수가와 적정부담은 의사들의 욕심이 아닌 생존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소청과 과장은 "의대와 전공의, 군의관까지 평균 14년 동안 환자 진료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허탈감을 표했다.

상담료 수가신설 등 원격의료와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동네의원 살리기라고 홍보하는 복지부 외침이 개원의들에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이다.

의료단체와 정부 모두 성과주의에 매몰된 구태를 지속한다면 민초의사들의 허탈감은 분노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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