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이 묻는다 "의사 직업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창진
발행날짜: 2015-02-03 06:00:58
  • 인턴 윤리교육 토의방식으로 전환…"돈 버는 시대 지났다"

'이 땅에서 의사 직업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서울아산병원이 초짜 의사들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고윤석 교수.
서울아산병원(원장 박성욱)은 3일 원내 대강당에서 2015년도 인턴 141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형태의 의료윤리 교육을 실시한다.

주제발표를 맡은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겸임교수, 한국의료윤리학회 전 회장)는 2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의사 새내기들과 격식 없는 토론을 예고했다.

고윤석 교수는 "그동안 인턴 윤리교육이 전문성과 연명치료 등 피상적 내용을 중심으로 했다면 올해부터 의사 직업의 현실과 고민을 터놓고 논의하는 분임토의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달라진 윤리교육 패턴을 설명했다.

고 교수는 "젊은 개원의들의 폐업과 쌍벌제 시행, 대선후보들의 보장성 강화 등 선심성 정책, 높아진 의료소비자 목소리 등 외부 의료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의료생태계를 위협하는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단일보험 체계에서 정부는 의료비용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환자는 저비용과 많은 혜택을, 의료계는 필수의료 보다 미용성형에 집중하는 왜곡된 의료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윤석 교수는 "의사협회가 얼마 전 규제 기요틴 관련 단체행동 의지를 공표했다. 이 같은 의사들의 움직임은 한국 뿐 아니라 영국과 인도 등 세계적 추세"라면서 "투쟁과 변신, 수용 등 의사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부딪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을 인용해 '실천적 지혜'(practice wisdom)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고 교수는 "의사가 얼마를 벌어야 하나, 잘사는 의사의 정의는 무엇인가 등 많은 의사들이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라면서 "의사 면허가 주는 의미와 사고의 전환이 뒤따라야 좋은 의사로 살아가는 방안에 접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의사 스스로 환자 치료 경험을 돌아보고 벤츠와 BMW 등 외국 승용차를 타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좋은 의사에 한발 짝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윤석 교수는 "의사는 전문가로서 자아실현과 생활 직업이며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점 등 좋은 직업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환자 신뢰와 공헌 등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특히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어렵지만 해야 하는 것을 실천하는 의사가 요구된다"고 전하고 "저수가와 급여 삭감 등 어렵지만 환자를 위해 해야 하는 의사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도 도덕 선생님 같은 의료윤리가 후배 의사들의 귀에 와 닿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 교수는 "환자 질 관리라는 명분으로 의료기관 줄 세우기와 당근책 등 정부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하고 "내과 추락 등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의료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윤석 교수는 "분명한 것은 의사 스스로 수신(修身)하지 않으면 의료시스템 정립은 어렵다"면서 "의사가 더 이상 돈 버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인턴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교수는 끝으로 의사협회 회장 선거와 관련, "전공의들을 정치적 도구로 쓰지 말아야 한다. 전공의들이 파업해야 움직이는 정부도 한심하지만 전공의들은 공부해야 하는 수련의사"라며 젊은 의사 표심을 의식한 움직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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