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황진철의 '비오니까'
|황진철 원장 칼럼(그랜드비뇨기과)|
복병 (伏兵, 뜻밖의 걸림돌로 나타난 경쟁자나 장애물)
아침이면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정돈하고 직원들의 표정까지 살핀다. 그리고 병원 구석구석을 함께 청소하며 환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병원의 아침은 참으로 생그럽다.
그런데 오늘... 아침이 수상하다. 병원으로 전화가 몰려온다. 예약 취소, 검사 취소, 수술 취소... 뜻 모를 괴담은 내가 진료를 하고 있는 지역까지 여지가 없다. 중동에서 왔단다. 서울 마포구 중동도 아니고, 경기 부천시 중동도 아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엔 35군데의 ‘중동’이 있더라.) 말 그대로 중동... Middle East... 참으로 생소했다. MERS...
의사회에서 오는 공문은 다 읽기도 힘들다. 언론에서는 연신 속보를 쏟아 낸다. 직업이 의사인 나지만, 동시에 세 아가의 아빠인 나이다. 진심으로 낯선 질병... 두려움이 커간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어떠하랴. 환자들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해한다.
MERS 에 걸리면 자가 격리가 필요하단다. 난 걸리지도, MERS 환자를 본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자가 격리 상태가 되었다. 미디어에서 관련 보도의 양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진료실에 혼자 고립된 채 머무는 시간은 늘어만 간다.
병원의 정적을 깨고 고통스런 표정의 여자 환자가 내원을 했다. MERS 공포 때문에 참고 또 참다가 왔다고 한다. 환자는 억울해 하기 까지 한다. 마침 열도 난다. 39.2도... 고열이다. 비뇨기과 의사라면 배뇨 증상을 먼저 묻고 옆구리를 손으로 촉진하는 것이 우선일 텐데 난 물었다. 또 확인했다. “중동에 다녀오신 적이... 낙타를 만졌거나 먹었거나... ”
신우신염이다. 환자는 MERS 는 아닌지 재차 확인을 한다. 계속 묻는다. 내 단호함과 의학적 확신은 순간 무뎌진다. “며칠만 두고 봅시다.”
개업 6개월, 하늘도 무심하시지, 내가 갈고 닦은 전문가적인 지식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국가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난 참 멋도 없다. 최근 며칠간 직원 월급과 임대료 그리고 아가들에게 필요한 생활비 생각에 내 가슴과 머리는 꽉 막혀 있는 듯하다.
막연한 두려움은 확신에 찬 두려움으로 커가고, 급기야 주변에 MERS 환자가 다녀가 휴진을 결정한 동료 원장이 나왔다. 며칠이 지나도 없던 멋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뜻하지 않게 진료실에 격리(?) 중이던 나는 또 다른 상념에 잠긴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우리 병원에 MERS 환자가 온다면...
병원 문 앞에 표지판을 하나 걸었다. “고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그리고 며칠 뒤 하나를 더 붙였다. “삼성의료원을 다녀 온 경험이 있는 분들은...”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세상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나는 대한민국 의사다. 고로 환자를 선별해서 진료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법이 그렇다. MERS 환자가 날 찾을 리도 없겠지만 만약에 온다면 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자진해서 휴진을 할 것이다. 최소 14일... 그리고 국가에서는 잘했다고 박수‘만’ 쳐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손해를 감수했으니 3% 저리로 돈을 빌려 줄 것이다. 빚으로 시작한 병원,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 후 나라에서 또 빚을 내어 준다. 간접적인 손실은 산정이 어려워서 라며... 보상은 안된다. 대출이 어디냐? 참 대단한 ‘기획’력으로 국가의 ‘재정’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신에 찬 대답! 아이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휴진을 결정하고 그리고 다시 진료 현장으로 돌아와서는 주변의 시선에 더 큰 상처를 받으셨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격려라도 위로라도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말씀만 올립니다.
“괜찮아~ 잘될거야~~”
복병 (伏兵, 뜻밖의 걸림돌로 나타난 경쟁자나 장애물)
아침이면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정돈하고 직원들의 표정까지 살핀다. 그리고 병원 구석구석을 함께 청소하며 환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병원의 아침은 참으로 생그럽다.
그런데 오늘... 아침이 수상하다. 병원으로 전화가 몰려온다. 예약 취소, 검사 취소, 수술 취소... 뜻 모를 괴담은 내가 진료를 하고 있는 지역까지 여지가 없다. 중동에서 왔단다. 서울 마포구 중동도 아니고, 경기 부천시 중동도 아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엔 35군데의 ‘중동’이 있더라.) 말 그대로 중동... Middle East... 참으로 생소했다. MERS...
의사회에서 오는 공문은 다 읽기도 힘들다. 언론에서는 연신 속보를 쏟아 낸다. 직업이 의사인 나지만, 동시에 세 아가의 아빠인 나이다. 진심으로 낯선 질병... 두려움이 커간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어떠하랴. 환자들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해한다.
MERS 에 걸리면 자가 격리가 필요하단다. 난 걸리지도, MERS 환자를 본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자가 격리 상태가 되었다. 미디어에서 관련 보도의 양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진료실에 혼자 고립된 채 머무는 시간은 늘어만 간다.
병원의 정적을 깨고 고통스런 표정의 여자 환자가 내원을 했다. MERS 공포 때문에 참고 또 참다가 왔다고 한다. 환자는 억울해 하기 까지 한다. 마침 열도 난다. 39.2도... 고열이다. 비뇨기과 의사라면 배뇨 증상을 먼저 묻고 옆구리를 손으로 촉진하는 것이 우선일 텐데 난 물었다. 또 확인했다. “중동에 다녀오신 적이... 낙타를 만졌거나 먹었거나... ”
신우신염이다. 환자는 MERS 는 아닌지 재차 확인을 한다. 계속 묻는다. 내 단호함과 의학적 확신은 순간 무뎌진다. “며칠만 두고 봅시다.”
개업 6개월, 하늘도 무심하시지, 내가 갈고 닦은 전문가적인 지식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국가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난 참 멋도 없다. 최근 며칠간 직원 월급과 임대료 그리고 아가들에게 필요한 생활비 생각에 내 가슴과 머리는 꽉 막혀 있는 듯하다.
막연한 두려움은 확신에 찬 두려움으로 커가고, 급기야 주변에 MERS 환자가 다녀가 휴진을 결정한 동료 원장이 나왔다. 며칠이 지나도 없던 멋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뜻하지 않게 진료실에 격리(?) 중이던 나는 또 다른 상념에 잠긴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우리 병원에 MERS 환자가 온다면...
병원 문 앞에 표지판을 하나 걸었다. “고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그리고 며칠 뒤 하나를 더 붙였다. “삼성의료원을 다녀 온 경험이 있는 분들은...”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세상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나는 대한민국 의사다. 고로 환자를 선별해서 진료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법이 그렇다. MERS 환자가 날 찾을 리도 없겠지만 만약에 온다면 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자진해서 휴진을 할 것이다. 최소 14일... 그리고 국가에서는 잘했다고 박수‘만’ 쳐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손해를 감수했으니 3% 저리로 돈을 빌려 줄 것이다. 빚으로 시작한 병원,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 후 나라에서 또 빚을 내어 준다. 간접적인 손실은 산정이 어려워서 라며... 보상은 안된다. 대출이 어디냐? 참 대단한 ‘기획’력으로 국가의 ‘재정’을 담당하는 ‘부’서의 확신에 찬 대답! 아이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휴진을 결정하고 그리고 다시 진료 현장으로 돌아와서는 주변의 시선에 더 큰 상처를 받으셨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격려라도 위로라도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말씀만 올립니다.
“괜찮아~ 잘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