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법 통과, 유전자 검사 완화…의사 역할 변화 기폭제 될까
슈퍼 컴퓨터 왓슨, 보건의료 빅데이터 등 IT 및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이 의사의 역할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생명윤리법 개정안(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은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의사의 역할이 시대적 변화에 도전을 받고 있는 셈. 이제 의사들은 기로에 놓였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까, 적극 나서 이를 막아야할까.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온 변화…의사들 '거부감'
분명한 것은 의사의 역할을 위협하는 기술의 발전은 이미 의사 개인이 혹은 의료계가 반대한다고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는 사실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유전자 검사에 한해 비의료기관의 검사를 허용했던 것을 앞으로는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를 허용했다.
물론 당장 복지부가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정진엽 복지부 장관 또한 같은 맥락에서 원격의료 및 의료서비스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
의사는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기술발전 혹은 산업화에 도전을 계속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변화에 의사들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A교수는 "먼 미래에는 의료의 상당부분 산업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픈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의사가 된 것"이라며 "산업 활성화 명분을 내세워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습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유전자검사 결과지를 갖고 찾아와서 상담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도망가고 싶다"며 "검사결과를 믿을 수도 없고 이를 기반으로 임상적으로 예방적 처치를 결정하려면 수백, 수천개의 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당장 아픈 환자를 두고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 등 산업화 과정에서 기존 의료체계가 왜곡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A교수는 "암 환자 진료 및 연구를 20여년 넘게해 온 나 또한 환자 유전자 정보가 어떤 변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이를 비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받은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에 대해선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유전자 검사의 신뢰도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것일 경우 그 혼란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경고다.
진단검사의학회 송정한 이사장은 "유전자 검사는 특히 고난이도 검사이고 이에 대한 진단, 처방은 의사의 고유권한"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의사의 고유권한을 박탈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규제로 인해 국민건강에 위해가 된다거나 혹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있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근거없이 산업계가 수익을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변화…역할 변화 논의 시작"
그러나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송정한 이사장 또한 의료정보 및 기술발전이 의료계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고, 의사들은 역할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했다.
그는 "수퍼 컴퓨터 왓슨, 빅 데이터 기반의 의료정보 등의 변화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의사로서 당연히 수용해야 하고 실제로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학회 내부에서도 고민하는 이슈 중 하나"라고 전했다.
소위 말하는 미래의료가 현실화 됐을 때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되는 영상의학과도 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영상의학회 김승협 회장은 "기술 발전에 따른 의학계 변화는 올 수 밖에 없는 현실로 이를 막을 방법만 찾을 게 아니라 도입됐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선제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주한 의료정보학회 전 이사장 또한 "유전자 검사를 의료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진 않는다"며 "다만 의료기관 수준의 질 관리가 가능한 기관으로 제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어 "유전자 검사 등 기술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의사에게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의료영역을 확장시켜 기회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의사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화에 적응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의사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일부 도태되는 의사도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장은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했을 때 결과 해석 및 활용에 부작용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산업적 측면에서는 개인에게 소유권을 부여했을 때 관련 시장 형성과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생명윤리법 개정안(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은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의사의 역할이 시대적 변화에 도전을 받고 있는 셈. 이제 의사들은 기로에 놓였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까, 적극 나서 이를 막아야할까.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온 변화…의사들 '거부감'
분명한 것은 의사의 역할을 위협하는 기술의 발전은 이미 의사 개인이 혹은 의료계가 반대한다고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는 사실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유전자 검사에 한해 비의료기관의 검사를 허용했던 것을 앞으로는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를 허용했다.
물론 당장 복지부가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정진엽 복지부 장관 또한 같은 맥락에서 원격의료 및 의료서비스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
의사는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기술발전 혹은 산업화에 도전을 계속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변화에 의사들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A교수는 "먼 미래에는 의료의 상당부분 산업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픈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의사가 된 것"이라며 "산업 활성화 명분을 내세워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습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유전자검사 결과지를 갖고 찾아와서 상담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도망가고 싶다"며 "검사결과를 믿을 수도 없고 이를 기반으로 임상적으로 예방적 처치를 결정하려면 수백, 수천개의 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당장 아픈 환자를 두고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 등 산업화 과정에서 기존 의료체계가 왜곡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A교수는 "암 환자 진료 및 연구를 20여년 넘게해 온 나 또한 환자 유전자 정보가 어떤 변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이를 비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받은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에 대해선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유전자 검사의 신뢰도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것일 경우 그 혼란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경고다.
진단검사의학회 송정한 이사장은 "유전자 검사는 특히 고난이도 검사이고 이에 대한 진단, 처방은 의사의 고유권한"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의사의 고유권한을 박탈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규제로 인해 국민건강에 위해가 된다거나 혹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있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근거없이 산업계가 수익을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변화…역할 변화 논의 시작"
그러나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송정한 이사장 또한 의료정보 및 기술발전이 의료계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고, 의사들은 역할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했다.
그는 "수퍼 컴퓨터 왓슨, 빅 데이터 기반의 의료정보 등의 변화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의사로서 당연히 수용해야 하고 실제로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학회 내부에서도 고민하는 이슈 중 하나"라고 전했다.
소위 말하는 미래의료가 현실화 됐을 때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되는 영상의학과도 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영상의학회 김승협 회장은 "기술 발전에 따른 의학계 변화는 올 수 밖에 없는 현실로 이를 막을 방법만 찾을 게 아니라 도입됐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선제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주한 의료정보학회 전 이사장 또한 "유전자 검사를 의료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진 않는다"며 "다만 의료기관 수준의 질 관리가 가능한 기관으로 제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어 "유전자 검사 등 기술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의사에게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의료영역을 확장시켜 기회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의사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화에 적응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의사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일부 도태되는 의사도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장은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했을 때 결과 해석 및 활용에 부작용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산업적 측면에서는 개인에게 소유권을 부여했을 때 관련 시장 형성과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