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약처 점안제 대책 후 7개월 답보상태…1ml 용량까지 등장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 문제가 공론화 된지 수 년이 지나면서 정부의 근절 대책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재사용 근절 발표 후 점안제 시장 현황과 약가 재산정 등 추진 현황을 짚었다. -편집자 주
<상>고용량 1회용 점안제 여전…재사용 대책 공회전
"점안제는 개봉한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려야 한다." -2015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가 허가사항 변경에도 불구하고 다회 사용이 가능한 고용량 제품 시판을 여전히 허가하고 있다." -2016년 10월 국정감사
그 후로 바뀌었을까.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지적된 일회용 점안제의 재사용 근절 대책이 올해도 반복될 전망이다.
식약처의 1회용 병용기재 의무화, 일회용 점안제에 휴대용 보관용기 동봉 금지와 같은 대책이 사실상 권고 수준에 그쳐 재사용 가능한 리캡(Re-Cap) 용기와 용량 규제와는 동떨어진 대책이기 때문이다.
20일 식약처의 품목 허가 목록을 확인한 결과 식약처의 일회용 점안제 대책 이후에도 과용량 포장의 점안제가 지속 출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식약처는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 근절 대책으로 ▲제품명에 1회용 병용기재 의무화 ▲일회용 점안제에 휴대용 보관용기 동봉 금지 ▲소비자 안전사용을 위한 교육‧홍보 실시 등을 대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식약처는 공문을 통해 "일회용 점안제 중 일부 제품에 동봉되는 휴대용 보관용기가 재사용의 요인이 될 수 있어 동봉하지 않을 것을 요청드린다"며 이에 필요한 조치를 당부했다.
문제는 1회용 표기와 보관용기 동봉 금지 조항만 지키면 기존의 열고 닫을 수 있는 리캡 뚜껑과 과용량 포장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솜방망이 '권고'로는 재사용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리캡과 과용량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식약처는 1회용 표기 의무화와 휴대용 보관용기 제공 금지 방침을 내린지 4개월만에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1회용 표기 등 권고사항의 이행 여부 점검에 그쳤다.
식약처의 대책 발표 이후 품목 허가된 일회용 점안제 제품은 총 12개.
일회용 점안제 대부분은 0.3ml에서 0.9ml까지 다양한 용량을 선택했지만 일부는 0.95ml, 0.8ml, 0.75ml 등 고용량 포장만 생산하기도 했다.
심지어 2월 말 허가를 받은 모 1회용 점안제 포장에는 1mL/관×30도 포함돼 있다.
'1회용'에 맞는 이상적인 용량은 0.3ml 포장으로 꼽힌다.
한 방울의 점안제 크기는 0.04ml로 개개인의 사용 행태를 감안하더라도 0.3ml~0.4ml만 돼도 충분한 점안 용량이라는 것.
한 방울의 점안제 0.04ml로 계산하면 1ml 포장은 총 25방울의 점안이 가능한 용량으로 1회용으로 생각하기에는 다소 과한 수치다. 여기에 리캡까지 제공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사용이 곧 경제적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과량 포장은 약가라는 '사탕'을 근절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평이다.
원가 차이가 거의 없는데다가 용량에 맞춰 보험 약가를 지불하는 구조에서는 제약사가 굳이 1회용 기준에 맞춘 저용량을 생산할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에 대한 근절 의지가 있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며 "식약처는 일회용 제품에 한해 리캡 용기를 금지하고 용량도 그에 맞는 품목만 허가해 주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심평원에서는 용량에 연동되는 보험약가를 1회용 기준으로 통일 조정하거나 고용량에 대한 단일가 적용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권고같은 솜방망이 조치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복지부는 일회용 점안제 약가 산정 기준 근거를 마련한 '약제 결정, 조정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지만 업체간 의견 대립 등으로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 관계자는 "점안제의 약가 통일이나 약가 재산정은 심평원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복지부와 식약처와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며 "복지부의 최종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