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라니티딘' 시장 노려라…차세대 제제 각축전

발행날짜: 2019-10-01 06:00:53
  • PPI, P-cab, 방어인자증강제 대체 품목으로 거론
    약값·의료진 선호도·약물 상호 작용성 따져봐야

발암 물질 혼입을 이유로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공백을 메꾸기 위한 타 계열 약제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라니티딘이 속한 H2 길항제 계열은 NDMA 추가 검출 불안감으로 인해 시장이 흔들리는 반면 PPI, P-cab, 글리코펩타이드 약제들은 대체제로 급부상 중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라니티딘 성분 판매 중지와 맞물려 제약사들의 대체 성분 제제의 영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라니티딘 성분의 판매 중지와 함께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방문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주로 PPI와 P-cab 계열 약제를 보유한 회사에서 각사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라니티딘이 1970년대 나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처방 약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며 "특히 같은 계열에 속하는 H2 길항제 계열도 NDMA가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타 H2 약제의 수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은 H2 길항제에 속한다. 이 계열 성분으로는 시메티딘, 파모티딘, 라푸티딘, 라니티딘, 록사티딘, 니자티딘 등이 있다. 문제는 니자티딘의 경우 식약처가 발암물질 추가 검사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해당 계열의 신뢰도가 저하됐다는 점.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H2 길항제는 보통 일주일 이상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시메티딘은 하루 세번을 먹어야 하는 말 그대로 올드 드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라푸티딘 성분을 앞세운 스토가와 파모티딘 성분의 가스터의 영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환자들의 불안감과 의료진의 선호도, 약가가 타 계열로 갈아타는 데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2 길항제를 제외하고 현재 대체 주력 품목으로 떠오르는 것은 PPI 계열과 P-cab으로 기전상 H2 길항제를 대체할 수 있지만 약제비의 차이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모 내과 개원의는 "무조건 H2 길항제를 써야만 하는 특수성이 적어 쉽게 PPI로 갈아탈 것으로 생각하는데 한알 당 많게는 3배에 달하는 약가 차이를 무시할 순 없다"며 "NSAID 계열 처방이 많은 정형외과, 신경외과에서는 위장관 보호 때문에 PPI 쪽 계열을 선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NSAIDs(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복용할 경우 생기게 되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COX-1, COX-2를 억제해 방어인자가 약해져서 생기는 위점막 손상과 같은 소화기질환이 있다.

그간 부작용의 대응 방안으로 NSAIDs의 감량이나 H2 길항제/PPI 제제가 사용된 만큼 PPI 제제가 소화성궤양 예방 목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위산의 기능 억제 우려시 방어인자증강제 계열의 수혜도 예상된다. 방어인자증강제에는 글립타이드, 무코스타, 가스트렉스, 셀벡스, 프로맥 등이 있다.

모 내과 개원의는 "기존 라니티딘 등의 H2 길항제, PPI는 몸의 위산분비를 억제해 소화기질환을 예방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것이 효과가 있으나, 지속적인 위산분비 억제로 인해 위산의 역할인 단백질 분해작용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경우 입을 통해서 음식물과 함께 들어오는 균을 살균하지 못하게 돼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약물 상호작용의 우려가 없는 방어인자증강제인 글립타이드를 병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립타이드정의 경우 동물 내장에서 추출한 글리코펩티드(glycopeptide)를 정제해 반합성한 동물유래 물질이다. 인체의 방어인자인 뮤신(mucin)과 구조적으로 유사해 자연스럽게 점막 구성물로 작용해, 성분의 특성이 고분자 물질이어서 위장관에서 흡수되지 않고 흡착해 작용 후 99% 배설된다.

NSAIDs와 병용하는 타 소화기 약제의 경우, NSAIDs와 함께 CYP-450을 통한 간대사를 하면서 약물상호작용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글리코펩티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모 내과 개원의는 "이런 약제는 간 대사가 생략돼 약물상호작용 우려가 없어 간기능,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도 오랜기간 투여할 수 있다"며 "작용 기전으로는 방어인자인 뮤신을 보충해주고, 프로스타글란딘(PGE2) 및 중탄산염 분비를 자극하며, 점막 혈류량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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