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공화국…그들만을 위한 제도

발행날짜: 2019-12-12 05:45:00
  • 의료경제팀 문성호 기자

"대형병원은 알아서 모신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의 한 종합병원장의 자조 섞인 하소연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심으로 추진되는 보건‧의료 정책이 국민 누구나 알만한 초대형병원들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왜 이 같은 하소연을 늘어놓았을까. 정부가 시행 중인 몇 가지 보건‧정책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택진료제 폐지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정부가 시행 중인 의료 질 평가.

현재 의료 질 평가는 종합병원이 아무리 의료 질 관리를 통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도 상급종합병원보다도 수가를 적제 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 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가'를 받을 경우 환자 수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외래 7500원과 입원 2만 2500원을 가져가게 된다. 반면, 종합병원은 같은 1-가 등급을 받아도 외래 3930원과 입원 1만 1810원을 받게 돼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3등급으로 분류된 상급종합병원보다도 1-가 등급을 받은 종합병원이 수가를 적게 가져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2019년 의료 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가'로 분류됐지만 종합병원인 탓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가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심평원의 암 적정성평가를 두고서도 병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른바 초대형병원 눈치 보느라 정작 필요한 '진단 후 조기치료율' 지표를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조기치료하면 그만큼 완치율이 좋은데 초대형병원에서 치료 받겠다고 한두 달 기다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며 "제도적으로 이를 개선시켜야 하는데 정부가 대형병원들 눈치 보며 알아서 받들어 모시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정부는 뒤 늦게나마 무너져 있는 의료전달체계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바로잡고자 단기대책을 발표한 이 후 중장기 대책 마련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개선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기존에 펼쳐왔던 정책들이 오히려 문제를 가속화시키진 않았는지 점검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복지부와 심평원이 대형병원을 알아서 모신다"는 일부 의료계의 비판을 새겨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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