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서울대병원 전공의들 "합법적 파업 절차 검토"

발행날짜: 2019-12-16 05:45:57
  • 전공의협의회 김중엽 대표, 서울노동청에 노조 신청 예정
    "인턴 필수수련 미이수 공공연한 사실…전수조사 해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이름으로 노조 신청하려고 준비중이다. 노조로 인정받고 합법적으로 파업하겠다."

13일 서울대병원 94병동에서 만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김중엽 대표(내과 2년차)를 만났다. 그는 전공의들이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는 상황을 조근조근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김중엽 대표(내과 2년차)
물론 무작정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가 지난 2018년도 필수과목 수련을 미이수한 서울대병원과 당시 인턴에 대해 인턴 정원 110명을 감축하거나 추가수련을 강행할 경우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병원이 정한 스케줄에 맞춰 성실히 수련을 받았는데 왜 추가수련을 받아야하는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턴 정원 110명을 감축할 경우 서울대병원 진료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전공의는 업무 과부하로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난 12월 2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게시판에는 '2018년도 인턴 수료자 추가 수련, 인턴 정원 축소'에 반발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와 비상대책위원회, 294명의 전공의 이름을 담은 성명서가 걸려있다.

왜 수련일정에 바쁜 전공의들이 파업까지 감수하겠다고 나서게 된 것일까. 다음은 김중엽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먼저 전공의들 분위기가 궁금하다.

A: 복지부가 패널티를 강행한다면 우리(전공의들)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불합리함을 알리겠다. 인턴 110명 정원 감축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 병원을 망가뜨리겠다는 얘기인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겠나. 분위기는 매우 안좋다. 하지만 이와중에도 이 사태를 모르고 일하고 있는 전공의도 있다. 환자를 돌보느라 여전히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전공의가 상당수다.

Q: 그런데 인턴 정원 110명 감축하면 병원이 망가질 정도인가. 서울대병원은 펠로우도 많고 인력이 많지 않나. 게다가 110명을 3년에 걸쳐서 나눠 줄이면 충격은 덜하지 않겠나.

A: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3년에 걸쳐서 정원 감축 패널티를 적용한다고 보자. 약 37명꼴이다. 간단히 계산해봐도 인턴 한명이 주 80시간, 1년에 52주라고 할때 약 4160시간을 근무한다. 그리고 37명이라고 하면 약 15만시간이다. 3년간 15만시간의 일을 누군가해줘야 한다. 이걸 누가 대신하나. 게다가 추가수련으로 약 110명이 4주씩 빠진다고 하면 도저히 현실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한 패널티다.

Q: 과거 병동은 전공의에 의해 돌아간다고 했지만 전공의법이 생긴 이후 인턴 즉,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A: 여전히 90%이상 전공의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더 솔직히 말하면 95%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이 생기고 변화가 있지만 그럼에도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1년에 한두번 인턴 하계수련회 혹은 전공의 시험볼 때 레지던트 1, 2년차들이 대신할 때가 있는데 업무 로딩이 급증한다. 환자에게 해야할 검사가 늦어지면 그만큼 의료적 조치가 늦어진다.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생긴다. 하루이틀이니 버티지만 1년 혹은 3년간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치명적이다.

서울대병원 본관 전공의협의회 게시판에는 최근 복지부 처분에 대한 성명서가 붙어있다.
Q: 알겠다. 그런데 흔히 인턴은 병원 내 잡무를 도맡는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왜 110명 정원이 줄면 병원이 마미된다고 보나.

A: 최근 각종 환자에게 받아야하는 동의서가 급증했다. 동의서는 의사의 역할로 인턴이 그 역할을 도맡는다. 게다가 복수천자, 비위관 튜브꽂기, 환자상처 드레싱, 중심정맥관 케어 등 간호사의 영역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의사의 역할이다. 수술장 보조도 인턴의 역할이다. 인력 한명 줄면 수술 대기시간은 그만큼 길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나.

Q: 그래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막겠다고 하는건가. 앞서 파업에 대해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고려 중인가.

A: 그렇다. 서울지방노동청에 노조 신청을 준비 중이다. 노조를 신청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생각이다. 병원에서도 대책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Q: 노조까지 신청한다고 하니 요구조건이 궁금하다.

A: 이번 사태로 다른 전공의가 피해받는 일은 없어야한다고 본다. 인턴 정원 감축 등으로 인해 인력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 추가인력 채용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전공의만 피해를 보고 정작 이번 사태의 책임자 징계는 왜 없나.

Q: 앞서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전공의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도 언급했는데 어떤 것을 말하나.

A: 인턴 수련을 마치고 이미 개원한 경우 약 한달간의 추가수련을 할 경우 병원 문을 닫아야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덧붙이면 군의관나 예방의학과는 이미 다른 기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거나 군복무 중으로 1개월 이상 자리를 비우는 것이 불가능한데 추가수련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Q: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복지부는 앞서 타 병원 전례가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정원 감축, 추가 수련 등 처분 수위를 조절하기 어려워보인다.

A: 이대목동병원 사례와는 크게 다르다. 해당 병원은전공의들이 임의로 스케줄을 바꾼 것으로 안다. 서울대병원은 철저히 계획된 일정대로 성실히 수련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추가수련을 받으라니 납득할 수 있겠나.

Q: 그렇겠다. 하지만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지적한 내외산소 필수과목 미이수한 사실은 이대목동병원과 같지 않나.

A: 형평성을 따진다면 나를 비롯한 서울대병원 상당수 전공의가 추가수련 대상이다. 나 또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안 돌았다. 산부인과는 파견나갔던 병원 응급실 진료로 대체했고, 소아청소년과는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로 대체했다. 현재 전공의로 수련받고 있는 상당수가 추가수련 받아야한다.

Q: 말인 즉, 현재 서울대병원 전공의 상당수가 내외산소 필수과목 수련 미이수 상태라는 의미인가.

A: 그렇다. 복지부가 그렇게 형평성을 맞춘다면 앞서 수년간 필수과목 수련을 받지 않은 서울대병원 전공의가 추가수련을 받아야한다. 또 한발 더 나아가 타 수련병원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않은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털면 털리는 식인데 이를 2018년도 서울대병원 인턴 수련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는지 묻고 싶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김중엽 대표(내과 2년차)
Q: 물론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못 받았은 게 아닌가. 인턴의 취지가 다양한 진료과목을 두루 경험하자는 것인데 전공의 입장에선 수련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기도 한데…

A: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는 100% 소아환자다. 물론 단순골절도 있지만 선천성 기형 등 소아질환 비중이 높다. 소청과 대신 소아정형외과에서 수련을 받은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사실 소청과 수련을 받은 인턴도 크게 다르지 않다.

Q: 그런데 산부인과 4주 필수수련을 응급실로 대체한 것은 결국 값싼 노동력으로 본 것 아닌가.

A: 국립암센터 산부인과로 파견을 나갔는데 응급실에 있었지만 병원 특성상 암 환자가 많았고, 그중 부인과 암질환도 상당수 있었다. 산과는 볼 수 없었지만… 물론 병원이 인턴 수련 커리큘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은 일부 동의한다. 이번 사태 이후 2020년 인턴 스케줄은 내외산소, 필수수련이 가능하도록 맞췄다.

Q: 일각에선 인턴 정원이 180명으로 많다보니 스케줄이 안나온다는 얘기를 하던데 2020년도 인턴은 스케줄을 맞췄다고 하니 결국 병원이 신경을 안쓴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A: 그렇긴 하다. 사실 인턴에 대한 커리큘럼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어떻게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소청과 수련을 받은 인턴과 그렇지 않은 인턴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Q: 안그래도 그 점이 궁금했다. 앞서 소청과 인턴 수련을 받은 전공의와 소아정형, 소아흉부 등에서 수련을 받은 것과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무슨 의미인가. 내외산소 어디에 배치해도 어차피 잡무를 하기 때문에 진료과목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인가.

A: 솔직히 그렇다. 어떤 진료과목에서 수련을 받든, 결국 잡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 큰 차이가 없다. 사실 그게 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Q: 인턴 취지가 내외산소 등 여러 진료과목을 경험하고 전문과목을 선택하라는 것인데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되는게 아닌가. 가령, 인턴과정에서 분만을 단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전공의가 산부인과를 지원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 않겠나.

A: 사실, 산부인과 분만 등은 이미 의과대학 실습때 경험했다. 인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진료과를 돌며 수련을 받지만 사실 진료과목은 일하는 장소만 바뀔 뿐 인턴 업무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이와는 무관한 얘기지만, 솔직히 인턴이라는 제도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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