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뉴노멀'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규정 현실화 목소리↑
참가비 인하·참석자 제한·송출비·제약사 참여율까지 '4중고'
간암학회, 내과학회, 신경정신의학회(병행), 소아청소년과학회, 폐암학회, 성형외과학회…
이달 온라인 방식 학술대회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학회 목록이다. 6곳의 굵직한 학회들의 오프라인에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온라인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했던 '하이브리드 학회'의 경우 엄밀히는 오프라인에 온라인 서비스가 추가된 형태. 방역의 일환으로 참석자 수를 줄인 데다가 스트리밍 대행업체 활용까지 고정비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학회 측의 하소연이다.
온라인 전용으로 진행된 학회의 경우 'e-부스'가 제약사 로고 삽입 정도에 그쳐 홍보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부스 비용도 오프라인 대비 100만원이 감소해 학회·제약사 모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온라인 방식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던 일부 학회들은 "적자 폭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라는 불만까지 쏟아내는 상황. 학회가 학술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적자 운영을 걱정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학술대회를 개최했거나 준비중인 학회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현행 온라인 방식 전환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해 짚었다.
▲'뉴노멀' 온라인 학회…줄잇는 온라인 전환 선언
겉으로만 보면 온라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6곳이 온라인 학회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작은 학회들이 아니다. 간암학회, 내과학회, 신경정신의학회, 소아청소년과학회, 폐암학회, 성형외과학회까지 내노라 하는 단체들이 온라인을 선택했다.
성형외과학회는 온라인 방식이 진통 끝에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5월 8~9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학술대회는 7월 24~25일로 연기됐다. 이후 방역 당국이 학회 개최 지양을 주문하면서 비대면으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배용찬 회장은 "방역 당국이 대면 학술대회 개최 지양을 지속적으로 권고했고 각 의료기관도 소속 의료인의 대면 학회 참석을 불허하거나 자제를 유도했다"며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초유의 사태를 맞아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비대면 학술대회 개최와 관련한 많은 난제가 있었다"며 "더욱이 준비 기간이 짧고 학술대회 진행을 위한 시스템이 검증돼 있지 않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비대면 학술대회 방식은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미 세계의 많은 학회가 여러 유형의 비대면 학술 모임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온라인 학회 선언은 줄 잇는다. 대한간암학회는 오는 31일 제14차 정기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정진욱 간암학회 회장은 "정기학회를 온라인 학술대회로 변경, 개최하게 됐다"며 "메인 프로그램은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연관 강좌는 사전 녹화 파일을 웹사이트에서 시청하는 방식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오프라인 학술대회 개최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행중임을 감안해 고심 끝에 온라인 방식을 결정했다"며 "보다 많은 회원들께 참가의 기회를 드리고자 등록비의 인하와 등록 기간 연장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폐암학회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김영태 이사장은 "올해 춘계학술대회 예정지인 대전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정부는 감염자 신규발생이 일평균 10인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는 보건의료인들의 학술대회 및 모임 자제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의협과 의학회가 온라인 학술대회의 규정 및 지침을 제정해 온라인 학회의 근거가 생겼다"며 "학술위원회와 이사회의 온라인 학회 전환 결정에 회원들이 불가피함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암학회 온라인 춘계학술대회는 오는 17일 실시간 중계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출결 확인 시스템을 도입해 연수평점 부여에도 무리가 없도록 준비했다.
▲재정난에 대행업체 활용 언감생심…현실 못따르는 지원 규정
과연 온라인 학회는 코로나19이 대세로 자라잡은 걸까? 이미 학회를 개최했거나 준비중인 곳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공표했지만 실제 규정이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학회 '지원방식 및 금액 기준'은 온라인 광고 또는 온라인 부스 형태로 구현되는 경우만 가능하다. 형태에 관계없이 각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개 학술대회에 1개 업체가 지원하는 경우 온라인 광고와 온라인 광고 각각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광고 2개 및 온라인 부스 2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학술대회당 최대 40개 업체가 광고 지원이 가능한데 대회당 지원받는 광고 및 부스는 총합 60개로 한정된다. 쉽게 말해 학술대회 당 1억 2천만원(200만원 광고 및 부스x60개)가 지원 한도 총액이라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원 범위가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에서 학회를 개최하는 경우 학회가 유치할 수 있는 제약사 부스 비용은 최대 300만원이었다.
온라인의 경우 광고와 부스까지 총 400만원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대비 100만원 가량 상향이 이뤄진 것으로 인다. 실제로는 어떨까.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9일과 10일 하이브리드 형태로 학회를 진행했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두 개 형태가 복합된 학회를 진행하려면 오프라인 단독 형태 대비 고정비 지출이 커진다"며 "문제는 방역을 위해 참석자 수를 제한해야 하는데다가 온라인 학회 지원방식 기준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사 부스 비용이 오프라인에서는 300만원이지만 온라인은 200만원에 그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용하는 경우 더 낮은 금액만 받을 수 있다"며 "적자 폭이 얼마인지가 관건일 정도로 운영비 보전은 꿈도 못꾼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온라인 부스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다"며 "학회가 고작 할 수 있는 것이 프리젠테이션 밑에 제약사 로고를 삽입해주는 것이 전부라 제약사들이 참여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지원방식 규정에서는 온라인 부스와 광고 두 개의 유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프리젠테이션에 삽입하는 정도의 '광고'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 오프라인에서의 부스는 기념품 및 브로셔 등으로 각 제약사들이 회원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갖춰져 있지만 온라인 부스는 사실상 이런 유도 기전이 전무하다. 온라인 학회가 지원받을 수 있는 최대 범위는 온라인 광고(200만원)에 그친다는 뜻. 오프라인 부스 유치 비용인 300만원에서 오히려 100만원이 하향된 셈이다.
학회를 지원했던 제약사 입장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회에 지원하는 건 제약사 입장에서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며 "로고가 삽입되는 정도로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돈만 날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부스라는 개념도 실체가 없기 때문에 굳이 돈을 더 주고 가상 부스를 차릴 이유도 없다"며 "학회와의 친분, 교류 유지 목적으로 온라인 광고를 줄 뿐이지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건 사실 없다"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홍보 방식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온라인 학회 지원은 단기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속내. 런천심포지엄과 같은 이목을 집중시킬 수단이 현재로선 전무하다.
소규모 학회일수록 부담감은 커진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자체 진행할 여력이 없는 학회는 대행업체를 활용해야 한다. 한 채널당 1000명 규모 접속에도 무리없을 정도의 안정적인 서버 확보 및 실시간 송출이 가능한 전담 업체는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모 업체는 컨퍼런스 방 하나당 1300만원을 영상 송출비로 제시했다"며 "총 8개의 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트리밍 비용만 1억 400만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정비 지출을 감당 못해 줌(zoom) 플랫폼을 활용해 영상 송출을 하기로 타협점을 찾았다. 자체 인력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간혹 음성 송출이 끊기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학회를 준비중인 성형외과학회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석호 성형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스트리밍 업체 수가 적어 대행비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며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대관료를 절감한다고 해도 운영비가 더 들어가면 더 들어갔지 실제 절감되는 건 없다"고 단언했다.
일부 학회들은 위에서 언급된 문제들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오프라인 학회 개최를 선택했다. 오프라인 학회를 준비중인 B 학회 임원은 "지원 규정 금액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추가 등 손익을 따졌을 때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어쩔 수없이 오프라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돈'…운영비 숨통 틔워야 활성화
결국 문제는 돈이다. 코로나19가 당초 예상을 깨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강제적인 온라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온라인 학회가 지원되는 것이라면 보다 현실적인 지원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회의 목소리.
온라인 학회를 준비중인 김영균 내과학회 이사장은 "대행업체를 활용하면 온라인 전환에 따르는 기술적 문제는 사실 없다"며 "다만 난관은 접속 서버 용량에 따른 가격 차이 등 대행업체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프라인 방식처럼 온라인 부스 유치가 원활한 것도 아니"라며 "총 부스 수도 제한돼 있고, 게다가 온라인 방식이기 때문에 회원 참가비도 모두 다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내과학회의 경우 기존 대비 70% 선으로 참가비를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도시락 제공비와 대관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론 대행업체 비용이 이를 더 상회한다는 점에서 무게 추는 '손실' 쪽으로 기운다.
김 이사장은 "대행업체가 많지 않아 단가가 결코 낮지 않다"며 "게다가 정식 학회 이외에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한 부분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학회 지원 규정은 연수 강좌, 심포지엄 등에는 지원을 불허했다. 온라인 방식으로 연수 강좌, 심포지엄 등을 진행할 경우 '무료 봉사'해야 한다는 뜻.
김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을 감안하면 지원 규정은 보다 현실화돼야 한다"며 "학회 내부에선 적자만 안 봐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성형외과학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참가비의 인하, 참석자 제한, 온라인 스트리밍 비용, 제약사의 저조한 참여까지 '4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석호 성형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온라인이기 때문에 참가비를 인하해야 하는데 스트리밍에 따르는 비용은 추가됐다"며 "게다가 온라인이라는 생소한 방식에 제약사들은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작스레 온라인 지원 규정이 생겼지만 지원 업체 개수, 총 금액 한도만 달랑 나온 정도라 정확한 규정은 누구도 모른다"며 "제약사들도 홍보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는지 전년 동기 대비 참여가 저조한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부스의 방식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본 학회의 경우 홈페이지에 로고를 삽입하고 이를 클릭하면 각 제약사 링크로 이동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데 세세한 규정이 없어 해도 무방한 것인지조차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달 온라인 방식 학술대회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학회 목록이다. 6곳의 굵직한 학회들의 오프라인에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온라인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했던 '하이브리드 학회'의 경우 엄밀히는 오프라인에 온라인 서비스가 추가된 형태. 방역의 일환으로 참석자 수를 줄인 데다가 스트리밍 대행업체 활용까지 고정비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학회 측의 하소연이다.
온라인 전용으로 진행된 학회의 경우 'e-부스'가 제약사 로고 삽입 정도에 그쳐 홍보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부스 비용도 오프라인 대비 100만원이 감소해 학회·제약사 모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온라인 방식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던 일부 학회들은 "적자 폭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라는 불만까지 쏟아내는 상황. 학회가 학술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적자 운영을 걱정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학술대회를 개최했거나 준비중인 학회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현행 온라인 방식 전환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해 짚었다.
▲'뉴노멀' 온라인 학회…줄잇는 온라인 전환 선언
겉으로만 보면 온라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6곳이 온라인 학회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작은 학회들이 아니다. 간암학회, 내과학회, 신경정신의학회, 소아청소년과학회, 폐암학회, 성형외과학회까지 내노라 하는 단체들이 온라인을 선택했다.
성형외과학회는 온라인 방식이 진통 끝에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5월 8~9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학술대회는 7월 24~25일로 연기됐다. 이후 방역 당국이 학회 개최 지양을 주문하면서 비대면으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배용찬 회장은 "방역 당국이 대면 학술대회 개최 지양을 지속적으로 권고했고 각 의료기관도 소속 의료인의 대면 학회 참석을 불허하거나 자제를 유도했다"며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초유의 사태를 맞아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비대면 학술대회 개최와 관련한 많은 난제가 있었다"며 "더욱이 준비 기간이 짧고 학술대회 진행을 위한 시스템이 검증돼 있지 않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비대면 학술대회 방식은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미 세계의 많은 학회가 여러 유형의 비대면 학술 모임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온라인 학회 선언은 줄 잇는다. 대한간암학회는 오는 31일 제14차 정기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정진욱 간암학회 회장은 "정기학회를 온라인 학술대회로 변경, 개최하게 됐다"며 "메인 프로그램은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연관 강좌는 사전 녹화 파일을 웹사이트에서 시청하는 방식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오프라인 학술대회 개최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행중임을 감안해 고심 끝에 온라인 방식을 결정했다"며 "보다 많은 회원들께 참가의 기회를 드리고자 등록비의 인하와 등록 기간 연장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폐암학회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김영태 이사장은 "올해 춘계학술대회 예정지인 대전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정부는 감염자 신규발생이 일평균 10인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는 보건의료인들의 학술대회 및 모임 자제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의협과 의학회가 온라인 학술대회의 규정 및 지침을 제정해 온라인 학회의 근거가 생겼다"며 "학술위원회와 이사회의 온라인 학회 전환 결정에 회원들이 불가피함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암학회 온라인 춘계학술대회는 오는 17일 실시간 중계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출결 확인 시스템을 도입해 연수평점 부여에도 무리가 없도록 준비했다.
▲재정난에 대행업체 활용 언감생심…현실 못따르는 지원 규정
과연 온라인 학회는 코로나19이 대세로 자라잡은 걸까? 이미 학회를 개최했거나 준비중인 곳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공표했지만 실제 규정이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학회 '지원방식 및 금액 기준'은 온라인 광고 또는 온라인 부스 형태로 구현되는 경우만 가능하다. 형태에 관계없이 각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개 학술대회에 1개 업체가 지원하는 경우 온라인 광고와 온라인 광고 각각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광고 2개 및 온라인 부스 2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학술대회당 최대 40개 업체가 광고 지원이 가능한데 대회당 지원받는 광고 및 부스는 총합 60개로 한정된다. 쉽게 말해 학술대회 당 1억 2천만원(200만원 광고 및 부스x60개)가 지원 한도 총액이라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원 범위가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에서 학회를 개최하는 경우 학회가 유치할 수 있는 제약사 부스 비용은 최대 300만원이었다.
온라인의 경우 광고와 부스까지 총 400만원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대비 100만원 가량 상향이 이뤄진 것으로 인다. 실제로는 어떨까.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9일과 10일 하이브리드 형태로 학회를 진행했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두 개 형태가 복합된 학회를 진행하려면 오프라인 단독 형태 대비 고정비 지출이 커진다"며 "문제는 방역을 위해 참석자 수를 제한해야 하는데다가 온라인 학회 지원방식 기준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사 부스 비용이 오프라인에서는 300만원이지만 온라인은 200만원에 그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용하는 경우 더 낮은 금액만 받을 수 있다"며 "적자 폭이 얼마인지가 관건일 정도로 운영비 보전은 꿈도 못꾼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온라인 부스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다"며 "학회가 고작 할 수 있는 것이 프리젠테이션 밑에 제약사 로고를 삽입해주는 것이 전부라 제약사들이 참여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지원방식 규정에서는 온라인 부스와 광고 두 개의 유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프리젠테이션에 삽입하는 정도의 '광고'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 오프라인에서의 부스는 기념품 및 브로셔 등으로 각 제약사들이 회원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갖춰져 있지만 온라인 부스는 사실상 이런 유도 기전이 전무하다. 온라인 학회가 지원받을 수 있는 최대 범위는 온라인 광고(200만원)에 그친다는 뜻. 오프라인 부스 유치 비용인 300만원에서 오히려 100만원이 하향된 셈이다.
학회를 지원했던 제약사 입장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회에 지원하는 건 제약사 입장에서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며 "로고가 삽입되는 정도로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돈만 날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부스라는 개념도 실체가 없기 때문에 굳이 돈을 더 주고 가상 부스를 차릴 이유도 없다"며 "학회와의 친분, 교류 유지 목적으로 온라인 광고를 줄 뿐이지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건 사실 없다"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홍보 방식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온라인 학회 지원은 단기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속내. 런천심포지엄과 같은 이목을 집중시킬 수단이 현재로선 전무하다.
소규모 학회일수록 부담감은 커진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자체 진행할 여력이 없는 학회는 대행업체를 활용해야 한다. 한 채널당 1000명 규모 접속에도 무리없을 정도의 안정적인 서버 확보 및 실시간 송출이 가능한 전담 업체는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모 업체는 컨퍼런스 방 하나당 1300만원을 영상 송출비로 제시했다"며 "총 8개의 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트리밍 비용만 1억 400만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정비 지출을 감당 못해 줌(zoom) 플랫폼을 활용해 영상 송출을 하기로 타협점을 찾았다. 자체 인력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간혹 음성 송출이 끊기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학회를 준비중인 성형외과학회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석호 성형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스트리밍 업체 수가 적어 대행비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며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대관료를 절감한다고 해도 운영비가 더 들어가면 더 들어갔지 실제 절감되는 건 없다"고 단언했다.
일부 학회들은 위에서 언급된 문제들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오프라인 학회 개최를 선택했다. 오프라인 학회를 준비중인 B 학회 임원은 "지원 규정 금액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추가 등 손익을 따졌을 때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어쩔 수없이 오프라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돈'…운영비 숨통 틔워야 활성화
결국 문제는 돈이다. 코로나19가 당초 예상을 깨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강제적인 온라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온라인 학회가 지원되는 것이라면 보다 현실적인 지원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회의 목소리.
온라인 학회를 준비중인 김영균 내과학회 이사장은 "대행업체를 활용하면 온라인 전환에 따르는 기술적 문제는 사실 없다"며 "다만 난관은 접속 서버 용량에 따른 가격 차이 등 대행업체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프라인 방식처럼 온라인 부스 유치가 원활한 것도 아니"라며 "총 부스 수도 제한돼 있고, 게다가 온라인 방식이기 때문에 회원 참가비도 모두 다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내과학회의 경우 기존 대비 70% 선으로 참가비를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도시락 제공비와 대관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론 대행업체 비용이 이를 더 상회한다는 점에서 무게 추는 '손실' 쪽으로 기운다.
김 이사장은 "대행업체가 많지 않아 단가가 결코 낮지 않다"며 "게다가 정식 학회 이외에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한 부분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학회 지원 규정은 연수 강좌, 심포지엄 등에는 지원을 불허했다. 온라인 방식으로 연수 강좌, 심포지엄 등을 진행할 경우 '무료 봉사'해야 한다는 뜻.
김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을 감안하면 지원 규정은 보다 현실화돼야 한다"며 "학회 내부에선 적자만 안 봐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성형외과학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참가비의 인하, 참석자 제한, 온라인 스트리밍 비용, 제약사의 저조한 참여까지 '4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석호 성형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온라인이기 때문에 참가비를 인하해야 하는데 스트리밍에 따르는 비용은 추가됐다"며 "게다가 온라인이라는 생소한 방식에 제약사들은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작스레 온라인 지원 규정이 생겼지만 지원 업체 개수, 총 금액 한도만 달랑 나온 정도라 정확한 규정은 누구도 모른다"며 "제약사들도 홍보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는지 전년 동기 대비 참여가 저조한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부스의 방식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본 학회의 경우 홈페이지에 로고를 삽입하고 이를 클릭하면 각 제약사 링크로 이동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데 세세한 규정이 없어 해도 무방한 것인지조차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