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준 후보는 엘리트주의? 대화합 이뤄낼 보통의사

이상범
발행날짜: 2021-03-15 05:45:50
  • [특별칼럼]이상범 원장(전 중랑구의사회 총무이사, 서울신내의원)
    오랜 회무 경륜…수많은 거버넌스 경험 '대정부·대국회 라인 풍부'

|특별칼럼| 내가 이 후보를 왜 지지하냐면…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전이 한창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 6명이 쏟아져나오면서 각자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느라 분주하다. 메디칼타임즈는 유권자들에게 해당 후보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각 후보의 지지자를 통해 특별칼럼을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특별칼럼은 해당 칼럼진이 글을 보낸 후보자 순으로 게재합니다.
이상범 원장.
우리 대한의사협회의 새로운 리더를 선택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의료 악법과 잘못된 사법 판결,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 등으로 대한민국의 의료 환경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었는데, 작년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유례없는 사태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의사가 국민 건강과 생명의 수호자로서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하고, 특히 코로나19 유행으로 더욱 빨라진 변화 속에서도 우리 의사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우리 의사들은 역병과 맞서 싸우며 모든 것을 갈아넣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강한 지지층을 내세운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보건의료 최고 전문가인 의사와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강제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이렇게 늘어난 의사는 '지역 의사와 특수 분야 및 의과학자'가 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한방 첩약 급여화'와 '입학 기준이 불분명하고 교육과정이 부실할 것이 뻔한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의사라면 누구도 동의하기 힘든 정책들도 함께 추진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합리적인 비판과 의견에는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였습니다.

"지방의 병원에는 왜 의사들이 부족한지, 내외산소라고 부르는 생명을 다루는 과들이 왜 기피대상이 됐는지, 소명과 사명이라는 의사의 덕목이 왜 이제 바보같은 헛된 꿈이 됐는지 문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법이 아닌, 국민을,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진짜 해법을 찾고자 합니다"라고 발표한 어느 전공의 선생님의 마음과 같이 시작된 의사들의 파업 투쟁은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ˑ여당과의 합의가 성사될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성급한 합의 성사에 대해 저를 포함한 많은 의사들이 아쉬워했고, 더군다나 정부와 여당은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졸속 정책들의 재추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을 모르는 이들이 오로지 상식적인 법의 잣대만을 가지고 들이댈 때 현실에서는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1997년의 '보라매병원 사건', 2011년 '아청법 개정' 등에서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의사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추진했던 의전원 제도가 많은 문제를 가지고 폐지되었던 것처럼, '의대 정원 확대 방안'과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양성될 의사들이, 과연 정부의 뜻대로 의료취약지의 공공의료·필수의료 분야에서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의사들로 성장하게 될 것인지,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료를 멈추어 세상을 바꾸자"는 파업 투쟁은 이런 불합리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에 하나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견 간단하고 빠른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수많은 상처와 부작용, 그리고 책임지고 수습해야 하는 일들을 낳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많은 의사들의 실리를 챙기고, 국민들의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합니다.

의사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도덕적 전문직'으로 의업을 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수준 높은 대한의사협회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개별 의사들이 행하는 진료의 자율성과 질을 보장하고 증진시키는 것, 진료 행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설명과 동의 과정의 가이드라인을 발전시키는 것, 환자와 사회에 이득을 주면서도 우리 의사에게 합당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의료정책을 제안하는 것 등이 모두 대한의사협회가 관심가지고 참여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우리도 선진국의 의사와 같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등과 투쟁 보다는 대화합과 조직화를 갖춘 대한의사협회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런 시대정신이 강조되는 때에 박홍준 후보가 새로운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섰습니다. 특히 '대화합을 통한 투쟁의 완성'이라는 구호 아래 '의사면허관리원'과 '전문가평가제'의 정착을 공약으로 내세운 부분은, 의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여 프로페셔널리즘을 완성해야 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의사들의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이 또한 우리를 옥좨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만들어가야 '디테일에 숨어있는 악마들'을 찾아내 없애고, 우리에게 유용한 정책적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6년 전 중랑구의사회의 총무이사로, 박홍준 후보는 서울시의사회의 총무부회장으로 처음 뵈었습니다. 서울시 각 구의사회에 쌓여있는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점과 직역과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도 숙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시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합니다. 이후 서울시의사회장님이 되신 이후에도 의사로서 서울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권한에 대해서 관련 기관과 이해당사자들에게 설득하고, 회원들의 비판과 의견에 대해 항상 경청하며, 서울시민에게는 의사의 좋은 이미지와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박홍준 후보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된다면, 직역별·전문과별로 분열된 우리 의사들을 다시 통합하고, 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아젠다를 선점당해 끌려 다녔던 의협이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는 AI를 기반으로 한 미래의료의 파도 속에서도 우리 의사들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다 열린 안목과 자세로 자신감 있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박홍준 후보는 '교수'와 '개원의'로서의 이력을 모두 가지고 있어 다양한 직역의 동료 의사들을 공감하고 균형감 있는 대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사회 회장에서부터 서울시의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란 직책까지 맡아본 경험과 경륜으로, 오랜 회무를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거버넌스의 경험과 대정부·대국회 라인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박홍준 후보의 이런 커리어가 '엘리트 주의'를 연상시킨다고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저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동료의사를 잘 이해하는 '보통 의사' 박홍준만 생각이 납니다. 의사가 다시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많은 회원님들께서 박홍준 후보와 함께 전진해 가기를 기대해봅니다. Go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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