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동의보감 개정판이라도 보고 싶다

주영숙
발행날짜: 2021-04-30 05:45:50
  • 주영숙 원장(주안과의원)

동의보감은 조선 시대, 1596(선조 29)년에 임금의 명(命)을 받아 1610(광해군 2)년에 완성한 책으로 병을 고치기에 앞서 수명을 늘이고 병이 안 걸리도록 하는 방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데 의미를 두었다.

주영숙 원장.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의서는 물론, 중국에서 수입된 의서까지 모두 활용해서 모아서 편집한 것으로 또 인용한 부분은 인용처를 밝혀놓았다고 하니 그 당시의 의식치고는 대단해서 작가 허준이라는 어의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총 25권 25책으로, 주로 목판본을 사용했지만 금속 활자로도 발행되었다니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록물이라 대단한 가치를 인정할 만은 하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2009년 7월 31일에 오래전의 시대에 기록으로 역사성을 가지고 후세까지 보존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의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인데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있는 기록유산의 보존과 이용을 위하여, 기록문화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보존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1995년에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사업의 목적은 세계의 기록유산이 훼손되거나 유실되지 않고 미래세대에 전달되거나 원하는 사람들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데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등재된 동의보감 같은 기록물을 너무 자랑하다보니 오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한의학계에서는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의심 없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세계기록유산이라는 게 책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거나 하는 게 아니고 또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효과에 대한 검증이 됐다거나 우수성 등을 고려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이라는 의미는 그 속의 내용이 긍정적이라거나 훌륭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그저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동의보감에 수록된 치료법의 몇 개만 보면 다음과 같다.

물사마귀는 아이 배꼽 때를 바르면 낫는다, 야맹증 치료법은 올빼미의 눈이 좋다, 눈이 나쁜 데는 매의 눈을 젖에 넣어 눈에 넣는다, 광인(狂人)을 낫게 하는 방법은 똥을 먹인다, 오줌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설사를 시켜야 한다. 대변이 나오면 오줌도 저절로 나온다 등등.

이런 걸 보고 믿거나 따라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면 이런 황당한 내용이 있는 책을 유네스코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주지는 않았을 게다.

그러니 동의보감의 우수성이라는 의미는 여기까지다. 그 당시 시대를 연구하고 목판이나 금속활자를 연구할 때는 이 책이 필요하다해도 그 속의 내용 더더군다나 향약 안내 책자가 아닌 의학서로 받든다는 건 과학사회인 현대에는 곤란하다.

음식이라는 것도 전부터 내려온 게 다 약이 되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방송에서 보면 항상 서두에 붙이는 말이 ‘동의보감에 의하면’ 이라는 말이다. 그 동의보감이 어느 시대의 지식인데 믿어도 되는지 의심조차하지 않는 표정들이다.

시대를 떠나서 그 식품이라고 하는 것에 독성은 없는 건지 궁금해 하지도 않고 400년 동안 전해 내려왔다는데 설마 죽기야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그저 앵무새처럼 얘기하는 것 같다.

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 동의보감이니 우리 조상들은 지혜로워서 먹는 것도 건강을 생각하고 먹었다고 믿고 있나보다. 조선시대 말 평균 수명은 겨우 40을 넘기고 환갑이라도 되면 천수라 하여 잔치를 벌인 게 그 시대라는 걸 염두에나 두고 있지 모르겠다.

100세 시대의 21세기 한국에서 조선시대 동의보감이 한방의 대단한 책자인 양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현대의료에 접근해서 통합면허니 치매진단이니 이것저것 하려 하지 말고 양생이 중요하다 하니 내 안의 생명력을 기른다는 양생 거기까지만 하자. 가려 먹으며 섭생하는 것 정도까지만 말이다.

근대화 이전의 당시 우리나라 의료사정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는 있는데 지금은 21세기인데 아직도 검증은 할 생각도 하지 않는 기록 유산물인 유네스코타령만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과학적으로 규명돼 새로이 찾아지는 병 그리고 치료방법들도 새로운 것들이 많다.

그래서 현대의학서는 개정판이라는 게 계속 나온다. 동의보감이 고전 소설도 아니고 고전 한의학서 라고 한다면 말이다. 한방도 과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주장과 어울리게끔 현대 사회에 맞게 고쳐진 동의보감 개정판이라도 보고 싶다.

동의보감이 한의학서로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기록물이라면 하나하나 검증을 받아보고 얘기하면 어떨까? 아님 의과 의료기기에 의지하지 않는 개정판이라도 이 시대에 맞게 내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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