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응급의료센터 구체화 필요…책임 소재부터 '구멍'

발행날짜: 2021-10-22 12:00:51
  • 신경정신의학회, 응급의료센터 정책 개선안 모색
    환자 이송의 판단 우선 순위, 응급실 상주 문제 등 선결돼야

당장 내년부터 8곳의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가 지정되는 가운데 센터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 이송에 있어서의 신체 강박 등 판단 주체, 응급실 입원 시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의 주 책임과 결정, 72시간 경과 관찰 시 의료진의 응급실 상주 등의 문제 선결 없이는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2일 신경정신의학회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와 관련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정신응급팀과 정신응급병상을 갖춘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내년 8개소 지정으로 시작해 2025년까지 14곳을 지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2일 신경정신의학회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와 관련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자해 및 타해를 입힐 위험성이 큰 응급 정신질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과 경찰의 판단 아래 응급입원이 가능하다. 문제는 정신병원이 입원을 거부할 경우 현재로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 이에 대응 인력 및 시설을 갖춘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복지부의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모델은 72시간 경과 관찰을 규정하고 있다. 정신응급환자 관찰 병상에서 72시간 체류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내외과적 문제 해결 및 이송기관을 결정한다.

또 중독, 외상, 내외과적 진료 및 처치 시설이 필요한데 정신응급 단기 관찰 구역은 관찰병상을 3개 이상 구비해야 한다. 응급실 내부 혹은 근처 독립된 정신응급 단기 관찰 구역 내 정신응급환자 관찰 병상을 구비하고 정신응급환자가 우선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중선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정신질환자 응급대응과 법' 발표를 통해 센터 운용 시 고려돼야 할 법률적 문제들을 점검했다.

이 교수는 "정신응급환자 이송 운영 모델을 보면 정신응급환자 발생 시 위기분류척도평가(CTRS)가 필요하다"며 "극도의 위기나 고위험, 중간위기 등을 평가해야 하는데 누가 책임을 지고 지휘를 할 것인지 우선 순위 명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 상황 발생 시 정신보건요원, 소방요원, 경찰이 출동할 수 있다"며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 과정에서 경찰은 지금 즉시 발생한 문제에 집중하고 소방요원은 위해 발생 가능성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두 기관들이 정신응급 상황을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쪽은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한쪽은 이송이 필요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누구에게 우선권을 주고,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것인지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24시간 체제의 응급실 시스템에서 72시간 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한지도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이 교수는 "현재 응급실 입원 시 24시간 이상 재실할 수 없어 환자들은 24시간 내 퇴원시키라는 압박을 받는다"며 "정신응급환자는 72시간 응급실에 두라는 것인데 현재 응급실 시스템이나 수가를 고려할 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 입원했을 때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이면 주 책임과 소재를 해결해야 한다"며 "72시간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데 주로 정신과 의사들은 다른 병동이나 외래에 있다가 콜을 받으면 내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가 응급실에 상주해야 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처음부터 정신과 의사가 관찰을 한다면 72시간 있는 동안은 주치의로서 역할을 해야하는데 수가부터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응급실 내 응급 병상 문제 역시 애매하긴 마찬가지"라고 명확한 지침을 주문했다.

자해 및 타해 위험 등 응급 입원이 필요한 환자 상태를 고려했을 때 응급 병상은 폐쇄병동에 준하는 수준이 요구된다. 따라서 폐쇄병동 운영 노하우, 격리/강박 기준, 위해 도구 관리, 숙련된 간호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이 부분 역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 교수는 "보호자가 입원을 요구해도 현실에선 환자가 치료를 거부해서 돌아가는 경우가 꽤 있다"며 "환자 혹은 보호자가 진료/입원 거부시 어떻게 할 것인지, 전원 과정에 대한 법률 조항 필요하고 환자나 보호자 거부 시에 대한 대응 조건을 명시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센터장은 "지금 이송에 있어서의 문제가 가장 큰 이슈"라며 "이송에 있어서의 단계적 문제, 즉 신체적 강박이나 접촉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119 구급대원도 어려워하고, 사설 대원들도 어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과 119구급대원의 정신응급 상황 및 정의에 대한 이해와 법적 역할에서 해석의 차이가 있다"며 "경찰은 직무 지침을, 119구급대원은 현장 대응지침을 준용하는데 두 기관의 정신응급에 대한 용어 및 해석에 차이가 있어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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