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제, 의사·환자 연결하는 새로운 임상 패러다임"

발행날짜: 2021-11-12 05:45:58
  • 김재진 디지털치료학회 초대 회장, 임상현장과 산업계·정부 협력 강조
    "외국과의 경쟁 위해선 수가 필요…보편화 시 의사 처방 도움"

게임과 앱, 가상현실(VR)을 치료제로 의사가 처방하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 이 디지털치료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 경구제와 주사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디지털치료제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이를 연구하겠다는 학술단체도 최근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치료학회가 지난 10월에 창립, 디지털치료제의 검증을 위한 학술단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치료제가 실제 출시된다면 임상 패러다임은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디지털치료학회를 이끌게 된 김재진 회장(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을 만나 디지털치료제가 불러올 임상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의료현장에서의 역할을 들어봤다.

▲디지털치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회가 창립됐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모바일 앱, 게임, 가상‧증강현실, 챗봇,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를 의료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태동해 디지털치료제라는 새로운 치료기술이 생겨났다.

특히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에 병원 방문의 물리적, 시간적 제약을 넘어 비대면의 치료적 이용이라는 점도 큰 이점도 있어 언택트 시대의 치료기술이라는 점에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기술이 활성화되다보니 치료제 개발과 사용에 관심 있는 의사와 연구자가 늘고, 이를 실제로 개발해 생산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다보니 서로 소통의 필요성이 증대되게 됐다. 시대 흐름과 기술 발전에 따라 필요적으로 학회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하고 싶다.

김재진 디지털치료학회 초대 회장은 앞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디지털치료제 검증 작업과 정부의 수가제도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치료 분야 학술연구를 표방했다. 다만, 관련 분야 연구를 하는 유사학회들도 존재하는데 이들 학회들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디지털치료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학회는 그간에 없었다. 여러 유관학회에서도 워낙 관심이 많다보니 디지털치료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여는 경우는 많았다.

이는 디지털치료제의 활용범위가 광범위하고, 기반기술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러 학회와 대학에서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디지털치료제를 핵심적 관심 분야로 하는 학회는 그 동안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러기에 저희 학회의 창립이 필요했다.

학회 관련해선 현재 디지털치료제의 적용분야가 정신질환에 상당히 집중돼 있어서 임원진에도 정신과 전공 교수가 많다. 하지만 디지털치료제의 광범위한 적용성을 반영하듯 다양한 분야의 임상과 교수가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등 임상 전문의 말고도 인공지능, 의료정보, 심리학, 약학, 뇌공학 등을 전공하는 전문가도 참여했다.

또한 학회의 상임이사 구성 특성 중의 하나는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위한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고려해 산학협력이사라는 직책을 두었고, 여기에 개발 전문회사 대표도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제약사들도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임상 현장에서의 의사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임상 의사들이 디지털치료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약물치료의 한계와 관련이 있다.

행동 및 습관 변화가 병의 발생이나 경과에 관련이 있을 때 특히 그렇다. 그래서 많은 정신질환에 대해 디지털치료제가 새로운 치료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만성 신체질환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상 현장에서 의사는 디지털치료제를 병원 치료의 보조 수단, 치료 순응도 개선, 생활습관 관리, 실시간 알림, 온라인 상담 및 교육, 행동 데이터 수집 및 피드백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식약처와 심평원 등 관련 정부부처의 역할도 중요하다. 디지털치료 관련 정부에 바라는 점은?

디지털치료제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활용 가치에 대해서는 식약처와 심평원에서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 회장은 디지털치료제가 보편화된다면 임상현장에서의 의사 처방의 정확도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회 입장에서 당장의 현안 중 하나는 디지털치료제 사용의 식약처 허가와 심평원의 수가 인정 문제다. 디지털치료제의 정의에도 근거에 기반 해야 함이 분명히 명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효과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며, 식약처이든 심평원이든 이러한 검증을 제대로 평가해줄 것으로 믿는다. 다만, 디지털 시장의 성격상 국내에서 시간을 지체하면 외국과 속도전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엄격히 검증하되, 속도를 최대한 빨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치료 분야의 경우 최근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향후 디지털치료가 임상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나.

디지털치료제의 핵심적 역할은 일상생활에서의 치료와 관리다.

이제까지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병원이라는 공간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치료제가 보편화되면 이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료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처방을 내려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의사들이 지금도 자신의 환자들에게 최선의 처방을 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처방의 이행은 오롯이 환자들의 몫이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일상을 알 방법이 없다. 다음 진료 때 환자들이 하는 말과 검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디지털치료제가 보편화되면 최소한 그 부분만큼은 일상적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되고 기록돼 피드백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런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하여 다음 진료에서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치료제는 병원의 의사와 일상생활의 환자를 치료적으로 연결해주는 새로운 임상 패러다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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