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폐업 전 거짓청구 신규 의원에 적용 행태 '제동'
건강보험법 확대 해석 지적 "복지부 행정처분은 위법"
폐업한 의원에서 발생한 부당청구를 이유로 새로 개설한 의원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하는 정부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이동원)는 최근 세종시에서 개원하고 있는 J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유지하며 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같은 결론의 끝에는 약 8년 동안 이어진 소송전을 감수한 J원장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J원장은 2010년 서울 용산구에 선배 의사와 의원을 공동 개원했고, 약 4년여 운영을 하다가 2014년 폐업했다. 그 후 J원장은 세종시에 의원을 열었다.
복지부는 2017년이 돼서야 J원장이 공동 개원했던 의원에 대해 1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2011년 5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해당 의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환자를 진료한 다음 진찰료를 부당청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부당청구액은 257만 180원.
복지부는 공동개원한 두 명의 원장이 폐업 후 다시 개원한 의원에 대해 업무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의 처분을 받아든 두 원장의 선택은 달랐다. 선배 원장은 업무정지 10일 처분을 달게 받았다. J원장은 소송전을 선택했다. 억울했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J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소송에 나선 이유를 명확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동업을 했던 선배 의사가 의료봉사 차원에서 주변 실버타운에서 진료를 한 후 진찰료를 청구했던 게 위법한 것이었다"라며 "그런 것도 다른 지역에서 한창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을 때 전해들은 내용으로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시 동업 개원했던 의원의 대표원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는 책임을 물었다"라며 "정부에 항의했지만 법적 미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소극적 태도만 취했다. 열흘 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부당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송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결론은 J원장의 완승.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J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J원장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이미 폐업한 의원에서 있었던 부당행위를 새로 개원한 의원에다 적용하는 정부 행태가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폐업했을 때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이고 처분 대상도 없어진 것"이라며 "요양기관 폐업 후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이 진료비를 거짓청구했을 때 복지부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라며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말하는 '요양기관'을 확장해석할 필요가 없다"라고 판시했다.
즉, 의원 폐업 후 J원장이 새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의원에 대해 행정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이는 처분 대상이 아닌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도 같은 취지에서 복지부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라며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기관 업무정치 처분의 법적 성격 및 처분대상 등에 관한 법리에 기초한 것"이라고 전했다.